[지방화시대, 제주 분권을 말하다] ② 지역대표자 어떻게 뽑을 것인가? 정치적 분권

더불어민주당 득표율 54.25%, 38석(교육의원 5석 제외) 중 29석 차지(76.3%)
정의당 득표율 11.87%, 의석 1석(2.6%)
제주녹색당 득표율 4.87%, 의석 0석

지난해 6월13일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의회 선거 결과다. 정의당은 정당에 투표하는 광역의회 비례대표 선거에서 10%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단 1석을 얻는데 그쳤다. 의석비율로 치면 2.6%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당득표율의 1.5배 가까운 의석을 챙겼다. 결과적으로 의석 분포가 정당에 대한 민심의 선호를 왜곡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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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31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정치개혁제주행동.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촛불민심의 요구, 정치개혁은 선거제도 개혁에서부터” 연동형비례대표 도입 목소리↑

이 같은 표심을 왜곡하는 현행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하다 시민운동에 뛰어든 하승수 변호사(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은 정파의 이익을 초월해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정치권이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바꾸려 하지 않으면서 ‘정치개혁’을 입에 올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주를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의회(광역의회) 선거는 지역구에서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로 실시된다. 여기에 유권자가 정당에 찍는 광역의회 비례대표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준다. 그나마 제주는 특별법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의원정수의 20%를 배정, 타 시도(10%)에 비해 나은 편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아무리 정당득표율이 높아도 비례대표로 얻을 수 있는 의석은 한정적이다. 현행 선거제도가 표심을 왜곡하고, 불합리한 장벽으로 정치 독․과점 구조를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체 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에 배분하고, 각 정당은 배분받은 의석을 지역구 당선자부터 채운 뒤 모자라는 부분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민심 그대로의 의석배분’이라는 점에서 현행 다수대표제의 대안으로 가장 많이 거론된다.

국회의원 선거를 가정한 것이지만,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15년 지역을 나눠 연동형 비례제를 실시하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권고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같은 내용의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가 한창이지만, 자신들의 의석점유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판단한 기득권 정당(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논의는 수개월째 제자리걸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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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는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평화민주당 등 중소정당들이 적극적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6.13지방선거 정당 득표율을 적용할 경우 의석수 변화가 크다. ⓒ제주의소리
◇ “연동형 비례대표제, 지역정당(로컬파티) 2022년 지방선거 때 선도적으로 도입하자”

제주에서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의원선거에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있긴 했지만 무산된 적이 있다.

실제 이 제도가 도입되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6.13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얻은 제주도의회 의석은 29석(지역구 25석, 비례대표 4석)으로, 교육의원을 제외한 38석 가운데 76%를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정당득표율 (54.25%)보다 20%p 이상 많은 의석을 가져간 것이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눠보면 더불어민주당은 29석에서 21석으로 줄어드는 반면 △자유한국당(2→7석) △바른미래당(2→3석) △정의당(1→5석)은 의석이 늘어나게 된다.

비례대표 의석배정을 위한 최소 득표율(5%)을 넘지 못한 제주녹색당(4.87%)도 2명을 원내에 진출시킬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제주도 국정감사에서도 ‘특별자치도’에 걸맞는 선거제도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주승용 의원(여수을)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되면 정당들도 정책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며 제주도가 앞장서 제도도입에 나설 것을 주문했고, 이에 원희룡 지사는 “민심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갖추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생각하다”며 여지를 남긴바 있다.

현재까지 제시된 선거제도 개혁방안 중에서는 가장 낫다는 평가지만, 제도 도입까지는 의원정수 확대, 교육의원 선거와의 관계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걸림돌은 ‘의원정수 확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현재 도의원 정수의 20%인 비례대표를 30% 이상으로 늘려야 하지만 도민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제주도가 6.13지방선거를 앞둬 선거구 획정을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역구(2석) 확대를 위해 비례대표를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이 50% 가까이 나온 바 있다.

이는 정당들이 비례대표 후보를 소수의 선거인단에서 선출하거나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지명하다보니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의원정수를 유지하는 선에서 해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존폐 논란이 뜨거운 교육의원선거와 행정체제 개편과 맞물린 행정구역 재조정 과정에서 중대선거구제 전환 등과 연계한다면 충분히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차제에 지방화 시대를 맞아 중앙에 종속되지 않고,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지방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지역정당(로컬파티)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제주특별법’ 개정으로 통한다. 이 역시 지방자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도민들의 ‘자기결정권’과 맞닿아 있다. 제주특별법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가 힘찬 날갯짓을 시작, 미래 10년을 향해 비상할 수 있음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지방분권에서도 지역의 대표자를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 하는 ‘정치권 분권’이 매우 중요하다”며 “10년 넘게 ‘특별자치’ 경험이 있는 제주야말로 전국적 논의와 별개로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2022년 지방선거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지역정당을 선도적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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