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교육, 혁신인가 실험인가] ② 시도교육청 차원 첫 시도...일선 교사들 민감한 반응 왜?

평가의 혁신을 골자로 하는 IB교육 도입을 두고 제주 교육계가 연일 뜨겁다. 국내 교육역사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는 달리 일각에서는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시도라며 날 선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지역교육청 차원에서 새로운 교육 커리큘럼을 적용하려는 시도 자체가 이례적인 일. 성패를 떠나 IB교육 도입은 그 자체만으로도 제주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의소리>는 기해년 신년을 맞아 제주도교육청이 역점 추진 중인 IB교육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를 둘러싼 우려와 과제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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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은 국내 공교육에서는 일찍이 찾아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모델이다. 그렇다 보니 교육계 일각에서의 우려의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국내 IB교육이 도입된 곳은 제주 땅에 자리 잡고 있는 노스 런던 컬리지 에잇 스쿨 제주(NLCS jeju)와 브랭섬홀 아시아 등의 국제학교 정도이며, 그 외 특목고인 경기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한 개 반에 한해 IB교육을 운영 중이다.

첫 시도인 만큼 위험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IB교육이 학생들에게 미칠 긍정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 역시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IB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특히 일선 교육 현장의 교사들은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엘리트교육 가능성 농후" 전교조 중심 강한 반발

교원단체인 전교조 제주지부는 IB교육 도입이 한창 추진되고 있던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IB교육에 반대하는 총 8건의 논평과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IB교육 도입을 반대하는 제주도내 723명의 교사의 서명을 제주도교육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전교조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크게 △학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 △특권교육과 귀족학교가 될 것이라는 위험성 △IB 성적이 국내 대입 전형에 없다는 점 △고비용 부담으로 형평성에 위배되는 점 △IB 운영이 전 국가적으로 실시되지 않고 제주에서만 도입하려는 점 등으로 분류된다.

전교조는 IB DP(Diploma Program)가 학업 성취수준이 높은 학생이나 영재교육에 적합한 교육과정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학교에 적용이 불가능하고, 한 학교에 시범 도입하더라도 경기외고처럼 영어국제반 한 학급 정도만이 그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결국 대학 진학을 앞둔 우수 고교생을 위한 엘리트 교육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국내 공교육에 IB를 도입하게 되면, 기존의 대학입시 제도와 충돌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IB DP와 수능의 평가 체제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에 대해 어떤 해결 방안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석문 교육감 재임 기간에 추진되는 이 정책이 다음 선출직 교육감에게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 일선 교사들, 새 교육방식에 큰 부담...희망학교 전무 

직접적인 언급은 꺼렸지만, 교사들로서는 새로운 교육방식의 도입 자체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IB교육은 평가의 혁신을 핵심으로 하지만, 평가가 혁신되기 위해선 수업방식의 혁신 역시 전제돼야 한다. IB교육의 평가는 전 영역에 있어 논술·서술형으로 이뤄진다. 이 교육감이 예시로 언급했듯 '4 더하기 3은 무엇인가'가 아닌 '7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즉, IB교육이 온전히 정착되기 위해서는 교사들 역시 백지상태에서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수 년 내지는 수십 년 간 몸으로 익혀 온 수업방식을 하루아침에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현장의 한 교사는 "교육은 학생을 위한 것이지만, 현장의 한 축은 결국 교사다. 교사들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덜컥 IB교육을 들이내민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반발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교육과정이 변화되는 것이라면 모를까 지역교육청, 그것도 교육감 개인의 교육철학을 이유로 IB교육을 도입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나 크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또 다른 교사는 "IB교육이 도입되기까지는 교사들 역시 상당한 수준의 성장통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과정에서 도태되는 이들도 나타날 것"이라며 "IB교육이 이러한 피해를 감수하면서라도 도입할 가치가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면 모를까, 현재로선 교육감과 일부 학자들의 주장뿐이지 않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교사들의 각성을 자발적으로 유도하는 것과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IB교육을 희망하는 학교가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해 8월 도내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다혼디배움학교 신규 지정 신청을 받으며 IB교육 운영을 희망하는지도 함께 물었는데, 다혼디배움학교의 인기와는 달리 IB교육을 희망하는 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 예산 확보 우여곡절, 제주도의회도 '아직은 글쎄'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 역시 아직까지는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지난해 11월 20일 교육행정질문에서 벌어진 김장영 교육의원과 이 교육감의 설전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당시 김 의원은 IB교육을 서두르는데 따른 우려를 표출했다. IB교육을 '교육과정'으로 분류하면 기존 우리나라의 교육과정과 충돌할 수밖에 없고, 단순 교육프로그램으로 분류하면 초중등교육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또 김 의원은 관련 기구나 담당부서도 없이 불과 1년 사이에 IB교육을 급하게 추진했다는 점, 일본이나 프랑스 등 선진사례를 살펴보면 지역교육청 차원이 아닌 우리나라 교육부 격인 정부 주관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같은 우려로 인해 제주도의회의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는 IB교육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될 위기에 놓였다가 간신히 복구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당초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는 IB교육 예산 4억1972만원을 삭감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제주도교육청의 끈질긴 설득 끝에 1억원을 삭감하고 3억원 이상의 예산을 반영했다. 넉넉지는 않지만 최소한 IB교육 도입학교를 지정하려는 계획에 교두보는 마련된 셈이다.

◇ 평가제도 변화 필요성에는 대다수 공감...기대도 상존

마냥 우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으로 안착될 경우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도 상존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도 대부분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이지 IB교육 그 자체의 비전과 지향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의 여지가 없다.

실제 지난 2017년 제주도교육청이 교육과혁신연구소에 의뢰해 진행한 'IB 교육과정 및 평가제도의 제주교육 적용방안 연구'에서 제주 교사 1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육과정 및 평가제도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91명이 '매우 그렇다'고 답했고, IB교육으로 바뀌는 것에 대한 동의 여부도 긍정적으로 답변한 응답자는 55명으로, 부정적이라고 답변한 33명보다 많았다. 

교육혁신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제주지역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자발적인 스터디 모임이 구성돼 있는데, 이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IB교육이 주요 화두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IB교육의 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기류 역시 감지되고 있는 셈이다.

③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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