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도민행동, 성산읍 예정지 안개일수 조작 의혹 제기...점수 기준 오락가락

제주 제2공항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의 안개일수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타 후보지의 경우 표본을 10년치 자료로 추출한 반면, 성산지역만 유독 7년치만을 합산해 점수를 의도적으로 높였다는 주장이다.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범도민행동)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재조사 용역 검토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불거졌던 이 같은 의혹을 폭로했다. 검토위원회가 국토부의 연장거부로 강제 종료됨에 따라 당시 제기됐던 의혹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채 남아있는 상황이다.

검토위가 제시한 데이터에 따르면 제2공항 사전타당성용역 제2단계 기상평가 과정에서 난산과 성산은 연간 안개일수 12일로 표기되며 만점인 10점을 받았다. 타 후보지인 두모, 신도2, 인성, 하모1, 하모2 등의 연간안개일수는 28일로 3점, 위미는 23일로 5점, 정석은 33일로 1점으로 각각 점수가 매겨졌다.

범도민행동은 이 점수를 매기는 과정에서 연도 등 데이터의 근거는 물론, 점수 부여의 방법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산기상대의 안개일수는 단순 실수로 볼 수 없는 의도적 조작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사전타당성 용역에서 각 후보지의 안개일수는 인근 기상대의 10년치 평균을 계산한 수치다.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의 안개를 관측하고, 이를 10으로 나눠 평균치를 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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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청 홈페이지 데이터에 따른 제주지역 각 기상대 별 안개일수. 성산기상대는 2007년부터 안개일수가 관측됐다. 하지만, 국토부는 사전타당성 용역에서 이 자료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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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산기상대의 안개일수를 12일로 왜곡 적용한 제2공항사전타당성 연구용역 자료.
그런데, 성산기상대는 2004년부터가 아닌 2007년부터 2013년까지의 7년치만을 합산해 똑같이 10으로 나눴다. 연평균 안개일수가 급격히 감소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제주기상대의 경우 2004년 11일, 2005년 11일, 2006년 23일, 2007년 13일, 2008년 21일, 2009년 13일, 2010년 20일, 2011년 15일, 2012년 8일, 2013년 18일 등 10년 합산 총 153일의 안개일수가 관측돼 이를 10으로 나눠 연평균 안개일수는 16일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성산기상대의 경우 2007년 10일, 2008년 10일, 2009년 10일, 2010년 24일, 2011년 33일, 2012년 11일, 2013년 17일 등 7년 합산 115일을 똑같이 10으로 나눠 연평균 안개일수를 12일로 매겼다.

상식적인 기준을 적용해 성산기상대의 7년 합산치 안개일수를 7로 나눈다면 연평균 안개일수는 17일 정도가 된다. 점수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범도민행동은 이를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며, 실수라 하더라도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과실"로 판단했다.

제3단계 기상평가 과정에서는 이 같은 데이터를 그대로 적용한 것도 모자라 갑자기 상대평가 방식으로 '1점'과 '10'점 등 2가지로만 나뉘어 점수를 매겼다. 

최종 후보지 4곳으로 선정된 신도2와 하모1의 경우 연간 안개일수는 28일로 1점, 난산과 성산 후보지의 경우 연간 안개일수는 12일로 10점을 줬다. 등간격로 평가하면 28일은 3점, 17일은 6점이 돼야함에도 기준이 바뀌면서 9점까지 간극이 벌어진 것이다.

이 경우 신도2와 하모1의 안개일수가 28일이면 성산은 안개일수가 27일이라고 해도 성산은 10점, 신도2-하모1은 1점이 매겨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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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제2공항 사전타당성용역 제3단계 기상평가 과정에서 매겨진 점수. 상대평가 방식으로 신도2-하모1 후보지는 1점, 성산-난산 후보지는 10점을 일괄 부여했다.
비슷한 시기에 수행된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의 경우만 하더라도 안개일수 40일을 허용 가능한 최대치로 잡고 40일을 0점, 0일을 10점으로 해 등간격으로 평가했다. 범도민행동은 "제2공항 사전타당성 조사의 평가방법이 전혀 과학성을 담보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규정했다.

제2공항 검토위 과정에서 국토부 역시 이 같은 계산의 오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도민행동은 이 사례가 단순 과실이 아닌 고의적인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범도민행동은 "기상청 홈페이지의 데이터는 10년 합산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연도별로 나눠 제공된다. 2004~2013년을 입력해 엑셀 파일로 다운 받으면 연도별 데이터가 표시된다"며 "그런데 성산의 데이터가 2007년부터 집계돼 있는 것은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산 후보지의 경우 군공역 중첩을 의도적으로 제외시켜 공역평가에서 만점을 받게 한 사실도 있으며, 신도나 정석 후보지의 경우 점수를 낮추기 위해 평가항목과 기준을 자의적으로 설정하고 신도2의 경우 활주로 위치와 방향을 이동시킨 점으로 미뤄 성산의 점수를 의도적으로 높이기 위한 고의적인 조작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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