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후 2시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천막 시위자들 "사전협의 없었다" 면담 거부...元 "일시·장소 협의, 성사시 단식 중단해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0일 제주 제2공항에 반대하며 23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서귀포시 성산읍 주민 김경배씨와의 면담이 무산된 데 대해 "시간과 장소를 협의해 추후 조건 없이 면담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이날 오후 2시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법 여부를 떠나 인도적인 차원에서라도 면담 요구에 응할 계획이다. 일시와 장소, 참석자 등을 협의해 원만하게 대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면담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건강을 회복해야 할 것 아니냐. 그러기 위해 단식을 중단해달라는 정도의 입장은 전달했지만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며 "핵심적인 저의 입장은 제2공항 문제의 경우 제주도 최대 현안이기 때문에 이런 입장이든 저런 입장이든 대화하는데 있어 언제든지 열려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오후 3시에 김경배씨가 지난 지방선거에서의 토론회장 사건으로 인해 재판을 받는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재판을 앞두고 변호사와의 만남 등 마음이 촉박한 상태여서 오늘 천막 방문은 완곡히 거절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김경배씨가 요구하는 사항, 면담은 언제든지 응한다는 입장은 공문으로도, 정무부지사를 통해서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원 지사는 "면담은 면담대로 하고 다른 요구사항을 내세워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한다면, 면담은 '불통'으로 몰고가기 위한 하나의 빌미일 뿐이지 목적이 면담인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 부분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면담이 되든 말든 제2공항 중단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인데 '도지사부터 나와라'하는 것은 면담 요구를 목적으로 한 농성이 아니지 않나"라며 공식적인 면담이 성사될 경우 단식농성과 도청 현관 앞 연좌시위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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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청 맞은편에 설치된 제주 제2공항 반대 천막농성장에서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 관계자와 단식투쟁중인 김경배씨의 대리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앞서 제주도청 맞은편 인도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제2공항 반대 시민 모임인 '도청앞 천막촌 사람들'은 이날 오후 1시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 관계자와 가진 면담을 통해 원 지사의 방문을 거절했다.

당초 원 지사는 비서실을 통해 이날 오후 2시께 천막농성장을 찾아 김경배씨와 면담을 갖겠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천막 시위자들은 김경배씨의 건강이 좋지 않을 뿐더러 오후 1시에 약속을 잡아 2시에 찾아오겠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김경배씨가 오후 3시에 재판 출석을 위해 자리를 비워야 함에도 도지사의 사정만 고려해서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 아니냐"며 "아무리 존재를 가볍게 여겨도 아무 때고 연락도 없이 찾아온다는 것은 대화가 아니라 쇼일 뿐"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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