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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부분공개 ‘유사사업 경험’ 입증 최대 쟁점
BCC-IDEA와 업무협약이 전부…“남의 경험을 내 것으로?” 조례위반 논란 재점화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개설 허가를 받은 녹지국제병원 측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대한 사전심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는 제주도의회 및 영리병원 반대단체 등의 계속된 요구에 지난 24일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원본)를 ‘대외비’ 딱지를 붙이고 도의회에 제출했다.

<제주의소리>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취재한 결과, 사업계획서에는 △사업개요 △사업추진계획 △사업시행자(녹지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 소개 △재원조달 및 투자계획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 동안 사업계획서 비공개로 인해 의혹을 키웠던 쟁점은 △국내자본의 우회투자 △녹지그룹의 의료기관 유사사업 경험 여부 등 크게 2가지다.

대한민국 의료법은 의사와 의료법인만이 병원을 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사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개설하지 않은 다른 병원의 주주가 될 수 없다. 영리가 목적인 주식회사 병원 설립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의료법을 피해갈 수 있는 곳이 제주도와 전국 8개의 경제자유구역이다. 제주특별법은 외국의료기관(외국인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영리병원 설립을 할 수 없는 국내자본이 녹지그룹을 거쳐 우회 투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녹지 측은 그 동안 녹지국제병원 설립․운영에 따른 자금은 100% 자체 조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시설비를 포함한 투자비 780억원을 자본금(390억)과 녹지그룹 주주대여 차입금(390억)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액면대로만 보면 우회투자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문제는 의료법인이나 의사가 아닌 주체가 병원을 설립하려면 병원(유사)사업 경험을 입증해야 한다.

시행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부동산개발이 전문인 중국의 녹지그룹이 100% 출자한 회사다. 당연히 병원사업 경험이 없다.

대신 해외 의료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중국의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이하 BCC)와 일본의 IDEA를 사업시행자(파트너)로 소개하고 있다.

BCC는 지난 2014년 최초 사업계획서가 제출될 당시 국내 의료법인의 우회투자 의혹이 제기됐던 서울리거병원이 2대 투자자로 되어 있는 곳이다. 특히 BCC에는 한국 의사도 대거 포진되어 있어 서울리거병원이 녹지국제병원에 우회투자했다는 의심을 키웠다. 서울리거병원 원장 H씨는 제주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녹지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와 BCC가 맺은 업무협약서 상에는 사실상 BCC가 병원 운영의 핵심인 의료진 채용을 맡는 것으로 역할 정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봉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 특위 위원장은 “협약서 내용을 보면 갑-을 역할이 구분이 안된다. 병원 운영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의료진 채용을 ‘을’이 맡는다는 것은 실질적인 병원운영 주체가 ‘을’이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 관련 사업 경험이 없는 사업자(녹지그룹)에 허가를 내준 것이 제주도 보건의료 특례 조례를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건의료정책심위원회의 사전심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과 맞닿아 있다.

현행 제주도 보건의료특례 조례는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한 사업계획서를 제출, 사전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심의위원들조차 사업계획서 원본을 받아보지 못한 채 요약본만 가지고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가 행정사무조사를 앞둬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본인들의 병원사업 경험이 아닌 의료 네트워크로 소개된 BCC와 IDEA와 맺은 업무협약서를 별첨자료로 첨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회투자 의혹의 중심에 선 BCC가 이면계약을 통해 투자했거나, 남의 경험을 자신들의 유사(병원)사업 경험이라고 포장한 셈이 된다. 결국 양면의 동전과 같은 것이어서 사업계획서 제출로 ‘외통수’에 걸려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송기호 변호사(전 민변 국제통상위원장)는 “도조례가 정한 '유사사업 경험'은 녹지그룹 자신의 경험이어야 한다. 설령 경험이 있는 타인과 뒤늦게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의 경험이 되지는 않는다”면서 “제기된 의혹 해소를 위해서도 녹지그룹이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 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29일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공개 요구와 관련해 “별첨자료를 제외한 부분공개”를 결정했고, 제주도는 “심의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부분 공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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