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 (13) 몬드라곤 ④ 협동조합형 사회보장 라군 아로(Lagun Aro)

지난해 말 스페인 빌바오에 다녀왔다. 국제사회적경제포럼(Gsef·Global Social Economy Forum)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Gsef는 2013년 서울을 시작으로 세계 주요도시의 시장과 국제기구 대표, 사회적경제 분야의 활동가들이 2년에 한 번씩 모여 교류하는 무대. 서울(1·2회)과 퀘벡(3회)에 이어 네 번째로 빌바오에서 열렸다. 개인적으로도 기회만 생긴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 세계 최대 노동자협동조합인 몬드라곤이 있어 사회적경제인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자, 빌바오 효과(Bibao Effect)라 불릴 정도로 도시재생의 메카가 바로 여기이기 때문이다. 몬드라곤은 충격이었다! 나를 이 길로 이끌었던, 그래서 그토록 직접 보고 싶었던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게다가 4개 부문(지식, 제조, 유통, 금융) 전부를 조금씩이나마 눈으로 보고 얘기를 들을 수 있었던 건 그나마 행운. 하지만 잔뜩 기대하고 다가선 바로 순간부터 내겐 어찌할 수 없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야말로 깨몽(?). 책에서나 읽고 사람들에게서 듣고 아는 척 나댔던 내 자신에겐 다시없는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었다. / 필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살아 숨 쉬는 혁신창업의 열정 MTA BB팩토리
② 울마(ULMA)그룹의 협동조합 간 협동, Intercooperation
③ 소비자협동조합 형태의 노동자협동조합 에로스키(Eroski)
④ 협동조합 방식의 사회보장, 라군 아로(Lagun 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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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군 아로는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 구성원과 그 가족들의 의료보험, 연금제도, 사회복지를 위해 복합적인 사회보장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이다. /사진 제공=강종우 ⓒ 제주의소리

흔히 ‘몬드라곤'이라고 하면‘노동인민금고(Laboral Kutxa)'와 함께 금융부문에서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관심이 많은 기관이 사회보장협동조합 라군-아로(Lagun Aro)이다.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와 그 가족들의 의료보험, 연금제도와 사회복지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복합적인 사회보장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이다.

라군-아로는 스페인 사회보장제도에서 제외된 협동조합 조합원들을 위해 1959년 설립됐다. 협동조합이 많지도 않고 조합원도 적었지만 스페인 노동부의 명령으로 조합원들이 자영업자로 분류되면서, 공공복지체계로부터 제외돼 버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응으로 이 또한 호세 마리아신부가 주도한 것. 1967년 몬드라곤 조합원이 늘어나자 정부에서 사회보장 분담금을 요구함에 따라 정부 연금에는 최소한의 비용(33%)을 내고 혜택이 더 좋은 라군-아로에 나머지(67%)를 부담하기 시작해, 조합원들은 라군-아로와 정부에 연금을 모두 내고 이중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980년대에는 경제위기 당시 일자리가 줄어들자 이러한 문제에 지속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고용지원기금과 함께 실업수당, 의료보험 등 의료서비스에

대한 사회안전망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침내 국가사회보장과 협동조합 사회보장이 동시에 제공되는 몬드라곤 특유의 포괄적인 라군-아로 연금제도가 구축됐다.

현재 라군-아로의 목표는 협동조합 복합체에 있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원들의 85%를 가입시키는 것. 2015년 기준 라군아로 가입자는 2만7970명에다 의료혜택을 받는 가족까지 하면 6만9875명으로 1984년과 비교하면 30년간 약 50%정도 인원이 증가했다. 연금혜택을 받는 사람은 1만2538명으로 매년 500여명씩 증가하고 있으며, 1년에 지급되는 금액도 1억6400만 유로(약 2193억 원)로 수령자가 증가하면서 총 지급 금액도 매년 천만유로(약 130억원)씩 증가하고 있다.

라군-아로는 우리와는 다르게(한국의 경우에는 4대 보험으로 8.5%를 공제하지만 기업주가 절반을 부담하기에 실제는 17%가 공제된다) 개인별 가입이 아니라 협동조합별로 의사결정을 통해 가입한다. 따라서 부담금은 노동자 개인이 아니라 협동조합이 내는 것. 라군-아로는 몬드라곤 그룹 중 각각의 협동조합 협의체에서 가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협의체가 선택하면 그 협동조합의 전 조합원은 모두 가입한다. 부담은 연금과 사회보장에서만 30~40% 정도로 굉장히 높다. 하지만 라군-아로 가입이 조합원 개인별 가입이 아니라 협동조합 자체의 의사결정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부담금은 개인이 아니라 회사가 지출한다. 바로 라군-아로의 협동조합형 사회보장체계도 앞서의 협동조합 간 협동(Intercooperation)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일단 라군-아로에서 제공해주는 서비스는 단기와 장기로 구분해볼 수 있다. 단기 서비스라고 하면, 의료혜택이나, 산재나 병가(급여의 80% 지원), 임신과 출산, 육아, 장애아동 교육비 지원, 고용 중 배우자 사망 시 위로금 등을 의미한다. 단기 서비스의 경우에는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1차적으로는 4대 보험을 통해서 해결하는 부분이고, 추가적으로 사보험을 통해서 대체하는 내용이다.(이런 면에서 보면 한국의 기초적인 사회보장 시스템은 괜찮은 편이다)

그렇게 보면 평균 14.02%라는 부분이 굉장히 과도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혜택을 얼마나 쉽게 받을 수 있는지와 그 혜택의 질을 생각하면 한국이 나은 것만은 아니다. 실업급여나 의료보험, 산재 처리 같은 것을 처리해보면 잘 알겠지만, 한국에서는 절차도 매우 까다롭고 복잡하며 실질적으로 필요한 혜택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스템은 잘 되어있으나 이를 이용하기는 매우 힘들게 해놓은 것이 현실. 이러한 특징은 사보험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정관과 옵션을 매우 복잡하게 짜놓았다. 막상 어려움이 닥쳤을 때 혜택을 받기 어려운 것이 또 하나의 함정이다. 반면, 라군-아로의 사회보장시스템의 경우에는 공제금액이 매우 커 보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혜택을 받기 편하다.

그리고 실업과 노동자의 재배치를 위해 몬드라곤 협동조합들은 평소에 일정 수준의 부담금을 부담하고 근무자를 재배치할 경우 일정 금액을 라군-아로를 통해 경비를 분담한다. 일시적인 재배치의 경우에는 원래 직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기존 직장에 대한 조합원의 지위를 유지하며, 라군-아로에서는 조합원의 교통비와 급여의 차액만 지원해준다. 영구적으로 재배치되는 경우에는 라군-아로는 특별비용에 대해서만 지원을 해주고, 그 성격과 규모는 이사회에서 협의를 통해서 결정한다. 실업 기간 동안 라군-아로에서는 80%의 급여를 지급해주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는데 조합원이 재배치를 거부할 경우에는 실업수당을 포기해야 한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장기서비스 곧 연금에 있다. 1인당 수령액은 본인 명의로 납입한 금액과 상황에 따라서 차이가 나지만, 평균으로 계산했을 때 매년 1인당 약 1750만원(월 146만원)정도 수령한다고 볼 수 있다. 1인당 실 수령액의 경우에는 2010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2010년 연금제도의 개편으로 정부연금에 대한 부담금을 늘리면서 자동으로 줄어들게 된 것. 결론적으로 라군-아로에서 지급해주는 연금 이외에 추가적으로 정부에서 자영업자들에게 지급하는 연금을 받을 수 있기에 생활수준은 굉장히 높은 편이다. 한국의 국민연금이 20년 이상 가입해야 월 87만원씩 받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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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스페인도 정부차원의 연금 같은 경우에는 노령화는 급속히 진행되는데 청년 실업문제는 점점 고조되고 있어서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기금 고갈에 대한 이슈가 빠른 시일 안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라군-아로의 경우에는 6%이상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어서 정부 차원의 연금에 비해서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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