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을 맞아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새로운 칼럼 <이영웅의 지금 제주는>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제주의 지속가능한 생태적 삶과 지역자치 실현을 위한 환경운동 파수꾼으로 상징되는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지금 제주’를 진단하는 코너입니다. 건강한 제주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앞으로 격주 수요일에 도민·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1) 지역현안에 대한 도민의견 등진 제주도 

새해 시작이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지역사회를 달구어 왔던 쟁점 현안들이 지난 연말부터 논란과 갈등을 크게 증폭시키고 있다.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영리병원 졸속 허가 논란이 그렇고 국토교통부의 제주제2공항 검토위 파행이 그렇다. 이미 지역현안을 넘어 전국적인 뉴스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난개발 문제로 잠시 주춤했던 대규모 개발사업들도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는 양상이다. 잇따른 행정절차에 가로막혔던 이호유원지, 송악산유원지 등 중국자본이 주도하는 대규모 유원지 개발사업들이 난코스를 통과하며 최종 승인절차에 한걸음 다가섰다.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역시 지난해 말 자본검증위의 결정 이후 개발여론을 중심으로 과잉 투자규제 프레임을 씌우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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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안들에 대해 지역여론의 눈과 귀가 모아지고 있지만 정작 제주도의 대응은 도민들의 기대와는 정반대에 있다. 논란을 만들어낸 당사자격이어서 그런 것도 있겠으나 전반적으로 지난 지방선거 이후 지역현안을 대하는 제주도정의 정책방향이 그러하다. 영리병원 개설 허가결정만 보더라도 원희룡 지사는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다. 


제주제2공항 건설계획 역시도 제주도정의 정책방향과 달리 최근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도민들의 의견이 상당부분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항시설 확충의 최적 대안으로 성산 제2공항이 아닌 다른 현실적인 대안을 선호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제주섬의 환경수용력을 감안할 때 제2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시민들의 자발적인 제2공항 반대활동에 대한 제주도의 강경대응은 이러한 지역여론을 도정에 반영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의사로 읽힌다.

지난 지방선거 때까지만 하더라도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강한 견제와 보전정책 기조는 원희룡 지사가 그동안 내세워왔던 제주도정의 성과 중에 하나였다. 다른 경쟁후보들이 유보 또는 허가 입장을 보였던 송악산유원지 개발사업, 중문관광단지 내 부영호텔 건설 등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최근 송악산유원지를 포함한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에 대한 제주도의 허용 움직임은 원 지사가 보여 온 결기와 뚜렷이 구분된다.

최근 제주지역의 대표 경관을 훼손하고 사유화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송악산유원지 개발사업이 다섯 번째 재심의 끝에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했다. 지역주민의 복지향상이라는 유원지 시설 목적과는 전혀 무관하게 숙박시설 중심으로 사업계획이 바뀐 이호유원지 개발사업 역시 최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지금껏 인·허가 과정의 각종 위원회 결정은 대부분 제주도정의 정책방향과 같았다는 점에서 이번 대규모 개발사업의 심의 통과는 제주도정의 정책의지가 그대로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삶의 질 악화에도 다시 개발주의로 회귀
이처럼 년 초부터 여러 굵직한 현안들의 인허가 절차가 강행 추진되면서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제주미래의 대안적 비전들과 이에 대한 담론의 결과물이 한꺼번에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제주사회에서는 양적성장 정책에 매몰되어 온 관광규모의 팽창 및 국제자유도시 추진 등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이어져 왔다. 

제도권 내에서는 제주도가 제주의 미래비전으로 국제자유도시가 아닌 청정과 공존을 핵심가치로 하는 제주의 새로운 미래비전을 제시하였다. 정치권에서도 자본 중심의 국제자유도시 완성을 기조로 하는 제주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 개정을 추진해 오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도 제주특별법 개정과 개발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며, 도민과 제주환경 중심의 새로운 대안들을 모색해 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제주도정의 행보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뒤로 한 채 과거 개발주의로 회귀하는 인상이 짙다.

아직도 여전히 처리시설을 초과한 양의 쓰레기가 발생하고, 정화되지 않은 채 오·폐수가 그대로 바다에 방류되고 있다. 급속한 차량증가는 대도시 수준의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청정한 대기를 자랑하던 제주의 맑은 공기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땅값 상승 등 부동산 폭등은 전국 최고의 가계부채 부담으로 이어졌다. 관광객 증가와 개발사업 확대 등으로 양적인 경제규모는 커졌지만 상용직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전국 최하위이고, 비정규직 비율은 오히려 전국 최고 수준으로 질적인 경제하락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대규모 개발사업들은 해안 경관지에서부터 중산간 곶자왈, 한라산 밑자락까지 파고들어 경관훼손과 환경파괴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도민을 위한, 도민에 의한 제주미래 모색돼야
이처럼 무분별한 관광규모 확대와 도민이 소외된 자본 중심의 국제자유도시 추진은 도민들의 생활환경 악화와 생활경제의 부담증가, 제주의 환경파괴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민의 삶의 질이 후퇴하고, 제주의 가치가 퇴색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의 영리병원 허가는 도민의 의견과 이익보다는 자본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한 판단이었다.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절차이행 역시 도민의 이익을 양보한 결정이나 마찬가지이다. 특히 관광규모 확대를 위해 추진되는 제2공항 건설계획의 강행은 앞에서 언급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제주의 현실적 문제를 배 이상 증가시키는 계획이다.

따라서 제주도는 영리병원 허가 철회를 포함하여 현재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주요 현안의 추진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민주적 합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제주의 미래를 위협하는 계획들을 강행하는 제주도정에 대한 도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겸허히 들어야 한다. 그리고 제주도정 스스로 내세우고 있는 청정과 공존의 가치 하에서 제주미래를 위한 과제와 대안들을 다시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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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그동안 제주도민의 삶과 괴리되었던 제주특별법의 전면적인 개정과 법·제도 개선을 통한 보전정책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또한 공급위주의 양적 성장의 한계를 탈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관광정책 시행과 적정 수용력에 입각한 수요관리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관광객 총량제에 입각한 수요관리정책 시행이 그 중 하나이다. 나아가서는 지역정치의 변화와 주민자치 역량강화를 통해 개발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해 가야한다. 끝으로 제주도는 도민의 삶을 바꾸는 것은 제주도정이 아닌 도민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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