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청춘 : 모닥치기의 뮤지컬 <헛묘>의 무대 인사. ⓒ제주의소리

[리뷰] 청춘 : 모닥치기 뮤지컬 <헛묘>

극단 '청춘 : 모닥치기'의 뮤지컬 <헛묘>는 꽤나 기특한 작품이다.

10대부터 20대까지 청소년, 청년들이 모여 1991년 첫 선을 보인 놀이패 한라산의 마당극 <4월굿 헛묘>를 재현한 시도 자체만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9일 오후 7시 제주학생문화원에서 공연한 <헛묘>의 첫 무대는 출연진의 또래 친구들뿐만 아니라 1991년 <4월굿 헛묘>를 기억할 법 한 중년 관객도 제법 눈에 들어왔다.

<헛묘>는 4.3 당시 주민들이 동굴로 피신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마을 이야기를 실화로 한 28년 전 마당극을 비교적 충실히 재현했다. 물론 엄연히 따지면 2000년대 들어 한차례 각색을 거친 <4월굿 헛묘>를 원작으로 한 셈이지만, 아주 큰 차이는 없다고 봐도 되겠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라면 일단 한라산 놀이패 단원들의 자녀뻘 되는 배우들이 내뿜는 에너지다. 비록 사투리가 원작만큼 자연스럽지 않아도, 그 나이대라서 가능한 연기와 기운으로 전달하는 4.3의 아픔과 고난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특히 극 중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마을 주민 3명 가운데 하나인 창민(배우 황태윤)은 실화의 무거운 분위기로만 흐르지 않게 능청스러우면서 허당 역할을 잘 소화해 기억에 남는다.

젊은 감각을 옛 것에 녹여내려 한 시도 역시 마찬가지. 예를 들어 마을 주민들 간의 줄다리기 응원전에서 영국 록 그룹 퀸(Queen)의 노래 <We Will Rock You> 리듬을 가져온 발상을 꼽을 수 있다.

다만, 열정 가득한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를 위한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뮤지컬이라고 작품을 소개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노래 연기의 비중이 크게 낮아 일반 연극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창작곡은 당시 시대 분위기를 녹여내는 수준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제주도민을 토벌하라는 상부 지시를 따르는 군인의 노래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배우들간의 노래 실력도 제법 차이를 보이고, 노래 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 관객 입장에서는 집중하기 어려웠다.

마이크에 심한 소음이 섞이거나, 배우가 등장하는 순서를 헷갈리고, 제때 치워야 할 소품을 그대로 두고, 조명이 적재적소에 비추지 않는 등 보완해야 할 점이 여러모로 눈에 들어왔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관객은 '왜'라는 생각으로 가지고 지켜보는데, 이런 점에 대해 보다 꼼꼼하게 점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를 보여주는 초반이나 동굴 피신 장면 등 주요 장면을 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하면 어땠을지, 청소년-청년층이 배우이자 관객인 만큼 4.3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지금의 제주를 만들었다는 메시지를 더 깊게 전하면 어떨지 하는 사족도 더해본다.

종합적으로 <헛묘>는 스스로 어떤 작품인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는 인상을 준다. 예전 <4월굿 헛묘>를 재현하는데 방점을 찍을 것인지, 현대에 맞게 탈바꿈할지 선택하는 것이 작품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관객의 한 사람 입장에서 덧붙여본다.

<헛묘>가 '기특한' 이유는 대를 이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연출자 현다빈 씨는 최근 놀이패 한라산 대표로 선출된 윤미란 씨의 아들이다. 1987년 창립한 놀이패 한라산으로 4.3 한 우물을 파온 어머니를 보고 자라면서, 성인이 된 아들이 그 뒤를 따라간다. 비록 시작이 서툴더라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현 씨는 소개 책자에서 "4.3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젊은 세대를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4.3을 보다 더 알릴 수 있을까. 그들이 생각하는 4.3은 무엇일까 고민했다"며 "그래서 우리가 효과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뮤지컬로 재연해 4.3의 비극과 아픔을 느껴 영원히 간직해야 할 제주의 역사라는 걸 고취시키고자 한다"라고 공연 취지를 설명했다.

2017년 6월 창단한 청춘 : 모닥치기는 제주 젊은이들의 예술 창작 집단이다. '장르의 한계를 두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며 실험적인 도전에 가치를 둔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창단 이래 뮤지컬 <레스쿨제라블>(2018), <사랑해 그대는 완벽해>(2018)를 공연한 바 있다. 청춘 : 모닥치기만의 붓질로 새롭게 그려보는 <헛묘>를 기대한다.

<헛묘>는 10일 오후 3시, 7시 제주학생문화원 대극장에서 마지막 공연을 진행한다.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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