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형 제주도교육청 행정국장

우리는 큰 변화나 혁신이 있을 때 종종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란 말을 한다. 코페르니쿠스는 16세기 천체 연구를 하는 도중 지구의 주변을 달과 태양이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 주위를 회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천동설’이 아닌 ‘지동설’을 주장했다. 

당시 그리스도교 중심 사회에서 ‘천동설’을 부정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었던 대역전의 논리였다. 가톨릭교 사제였던 코페르니쿠스는 종교적 충성심이 강했지만 과학의 관점에서 사실관계와 다르게 알려져 있는 사회의 고정관념을 바꾸려 ‘지동설’이라는 역사적인 도전을 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100세 시대’의 도래, ‘인구절벽’이라는 교육의 미래를 결정할 3가지 큰 변수를 맞이한 지금, 제주교육 역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고 있다. 기존 교육부와 교육청을 바라봤던 ‘교육의 천동설’에서 아이들과 교실을 바라보는 ‘교육의 지동설’로 전환 중이다. 그리고 지난 2월 1일, ‘지동설’에 맞게 행정과 리더십을 혁신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4차 산업혁명은 정치, 경제,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행복과 번영이 이어질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세계적인 석학들과 미래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첫 단추를 교육혁신에서 찾아야 하고, 이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개의 질문에 한 개의 정답만을 가르쳐온 기존의 교육 방식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가 어렵다. 한 개의 질문과 정답만을 용납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 있는 평가와 수업, 바로 교육 본질이 살아있는 ‘교육 중심 학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에 이번 조직 개편은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교육 활동 중심의 학교’ 실현을 위한 현장 지원 중심의 교육행정 조직을 구축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전체적으로는 기존 ‘1실 2국 2담당관 12과 51담당’ 체제에서 학생들의 안전·복지 지원 전담부서인 ‘안전복지과’와 ‘교육자치추진단’, ‘학생건강증진추진단’을 신설해 ‘1실 2국 2담당관 13과 2추진단 55담당’ 체제로 재편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교육지원청에는 ‘학교지원센터’를 설치해 교사들이 교육 활동에 전념하는 학교 현장을 실현하게 된다. ‘학교지원센터’는 학교에서 이관 가능한 업무를 발굴해 통합 처리하는 등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초등 방과 후 학교 업무, 초등 돌봄 교실 업무, 보건업무, 유치원 업무 중 일부를 학교지원센터가 시범 지원할 계획이다. 열린 소통 및 협력 구조 속에서 학교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교육 중심 학교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교육자치추진단’은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학교지원센터’의 컨트롤 타워 역할과 교육 분권·자치모델 완성을 위한 체계적인 대응을 하게 된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교육청과 직속기관이 학교를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학교중심·학생중심의 학교자치 실현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조직 개편 이후에도 지속적인 피드백과 발굴을 통해 학교 현장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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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형 제주도교육청 행정국장
우리 사회가 조금씩 진일보하고는 있지만, 하루아침에 근본적인 개혁과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사회의 불합리한 속성이 지배적이지 않아야 한다. 적어도 동일한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결과까지는 모르더라도 기회만큼은 평등해야 한다는 것, 그 대원칙을 제주교육에서 다시 확인하고, 보다 확고히 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총체적 과정을 통해 제주교육의 지향점인 ‘아이 한 명, 한 명 모두가 존중 받는 교육’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 큰 길에 들어섰다. 모든 교육주체들이 각별한 관심과 성원을 기대해 본다. / 고수형 제주도교육청 행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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