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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행복 배달부 우수 씨> 기획자 김혜성, 음악감독 전송이, 배우 현유상, 연출 강상훈. ⓒ제주의소리

[인터뷰] 1인극 <행복 배달부 우수 씨> 배우 현유상, 연출 강상훈, 음악감독 전송이, 기획 김혜성

“각박한 세상 속에서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줄 연극이 되리라 자신합니다.”

사랑 받지 못한 어린 시절이었지만, 눈 감는 순간에는 수많은 이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세상을 떠난 ‘행복한 배달부’ 故 김우수(1957~2011) 씨. 고인의 감동적인 삶을 제주 예술인들이 합심해 1인 연극 <행복 배달부 우수씨>으로 재현한다. 배우와 제작진들은 “관객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만들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제주버스터미널에서 몇 걸음 만 가다보면 만나는 소극장 세이레아트센터. 14일 오전 이곳에서 연극 <행복 배달부 우수씨> 배우 현유상(31), 연출 강상훈(58), 음악감독 전송이(49) 씨, 기획자 김혜성(43)을 만났다. 오전 소극장 분위기는 낯설기도 했지만, 하루 전 시작한 연극 <자살에 관하여> 세트는 무대의 열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행복 배달부 우수씨>는 2월 19일부터 3월 3일까지 세이레아트센터에서 매일 한 차례 씩 공연하는 1인극이다. 실존 인물 김우수 씨의 50여년 짧은 삶을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배우 혼자서 소화해낸다. 

세상을 떠난 김우수 씨에게는 ‘기부천사’, ‘행복한 배달부’ 등의 찬사가 뒤따른다. 

김 씨는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일찌감치 부모로부터 버림받았고 7세 때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12세가 되자 보육원에서 도망쳐 한 동안 방황하는 삶을 보낸다. 방화 사건에 휘말려 1년 넘게 감옥 신세를 지기도 했다.

옥살이 시절, 우연히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이 발간하는 잡지를 접하면서 김 씨의 삶은 크게 달라진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생애 처음으로 후원을 시작한다. 그 뒤로 많지 않은 오토바이 배달부 봉급을 쪼개 기부를 실천하면서 전국적인 미담 사례로 떠올랐다. 2009년에는 청와대 오찬에도 초청됐다. 하지만 2011년 9월 음식 배달 중 자동차와 충돌하며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다.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불행으로 인한 방황, 뒤늦게 사랑의 따뜻함을 느꼈지만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 극적인 고인의 삶은 영화, 드라마,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나눔과 사랑을 몸소 실천한 '우수씨' 이야기에 감동 받은 연출 강상훈은 공연제작사 아이짬 컴퍼니와 함께 이번 공연을 추진했다. 강상훈은 1980년부터 배우 생활을 시작해 연극,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고 연극 40여편도 연출한 제주의 베테랑 연극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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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훈 씨. ⓒ제주의소리

그는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에는 행동이 있다. 머릿속으로 알고 느끼는데 그치지 않고 움직이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경우다. 김우수 씨는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딛고 나눔을 실천한 분이었다”며 “원작자에게 승인을 받아서 공연을 추진했는데 대본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는 오직 '현유상' 배우 혼자만 무대 위에 선다. 김우수 씨를 포함해 10명이 넘는 인물을 홀로 소화해야 한다. 대본을 외우고 감정을 실어 연기하는 자체만으로 보통 일이 아닌데, 혼자서 1시간 넘는 연극을 이끌어 가야 한다. 작품을 보지 않아도 젊은 배우가 느낄 심적 압박이 눈에 선하다.

현유상은 연극 <이웃집쌀통>, <콜라소녀>, <행복한 가족>, 드라마 <어멍의 마당>, <중섭>, 독립영화 <파트너>, <명당> 등에 출연하며 실력을 쌓아가는 젊은 제주 출신 배우다. 

현유상은 “공연을 준비하는 매일이 자신과 싸우는 느낌이다. 무대 위에 올라가서 관객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고, 극 안에 있는 캐릭터 상황에 맞게 매번 다른 모습을 잘 소화해야 한다. 평소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인데, (부담감 때문인지) 최근 무대 위에서 감정을 쏟아낸다”며 적지 않은 긴장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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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유상 씨. ⓒ제주의소리

그는 본인이 연기할 김우수 씨를 “극과 극을 달리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 분은 무언가에 꽂히면 끝장을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채업, 웨이터, 앵벌이, 막노동, 탄광 등 안 해본 일이 없는 치열한 삶이 몰두하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어린 시절 불우한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시작한 기부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현유상은 20대 시절,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가 드라마 단역, 막노동 등으로 갖은 고생을 겪은 바 있다. 

그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우리가 베풀고 나누는 데 있어 얼마나 많이 내놓는지 물질적인 게 중요하지 않고, 실천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고인은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를 쪼개가며 삶 속에서 기부를 실천했다. 나 역시 무대에 설 때는 돈보다는 관객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기쁨을 느낀다. 이런 점에서 우수 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고 피력했다.

연출자 강상훈도 “배우는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아가 세상의 많은 아픔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야 좋은 배우가 된다. (현)유상이는 그런 아픔을 받아내고 감내하는 장점이 있다. 스스로 사색하며 고민하는 기특한 후배”라며 “모노드라마(1인극) 무대는 훌륭한 배우들도 어렵게 도전하는 장르인데, 이 배우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신뢰를 보냈다.

<행복 배달부 우수씨>가 의미 있는 이유는 내용뿐만 아니라 제주 예술인들이 합심해 작품을 만든다는 점이다. 특히 제주 이주 작곡가 전송이를 음악감독으로 섭외해 곡 제작을 맡겼는데, 작품에 어울리는 음악까지 새로 제작하는 정성은 제주 연극계에서도 흔치 않은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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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송이 씨. ⓒ제주의소리

전송이는 영화 <지슬>, 연극 <사랑을 묻다>, 드라마 <연개소문>, 다큐멘터리 <DMZ 대탐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실력을 뽐내는 실력파 작곡가다.

전송이는 “어쨌거나 작품은 주인공이 죽음으로 끝나는 내용이라 자칫 슬픈 이미지만 부각될 수 있다. 그러나 우수 씨가 주는 메시지에 주목해서 밝고 희망적으로도 접근했다”며 “<행복 배달부 우수씨>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떤 가치관이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지 돌이켜보는 작품이 될 것이다. 관객은 함께 사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더불어 "제주에서는 음악 창작하는 일이 매우 적다. <행복 배달부 우수씨>를 통해 연극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음악 창작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바람을 남겼다.

작품을 제작한 세이레아트센터와 아이짬컴퍼니는 김우수 씨의 나눔 정신에 공감하면서 초연에 앞선 18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 관계자들과 재단이 선정한 어린이들을 초청해 무료 공연을 가진다. 수익금의 일부도 기부할 예정이다.

기획을 맡은 제주문화포탈 아이짬컴퍼니 김혜성 대표는 “연극이란 장르가 낯선 분들도 <행복 배달부 우수씨>는 편하게 만나고 감동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제주 안에서 이런 좋은 작품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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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성 씨. ⓒ제주의소리

감동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쫓는 <행복 배달부 우수씨>는 2월 19일부터 3월 3일까지 세이레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시간은 평일은 오후 8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후 3시·6시다. 관람료는 모든 좌석 3만3000원에 ‘감동후불제’로 진행한다.

3만3000원 가운데 5000원으로 먼저 예매 후 나머지 금액은 관람하고 나서 관객이 각자 판단에 따라 지불하는 방식이다. 예매는 인터파크티켓, 옥션 티켓, 예스24, 티켓링크, 네이버에서 가능하다. 

문의: 1688-4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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