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청, 정원조례 부대조건 "못지켜" 통보...교육위 "의회 기만 처사"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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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속개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 회의.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지난해 조직개편안·정원조례를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의회와 협의했던 부대조건을 '지키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일방 통보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뿔난 의회가 의사일정 '보이콧'으로 맞불을 놓으며 파행을 빚었다.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강시백)는 21일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받기로 했던 업무보고와 2건의 조례안 심사를 '보이콧' 결정했다. 제주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부대조건 약속을 파기한데 따른 대응이다.

논란은 지난해 12월 의결된 '도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도교육청 행정기구 설치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에서 촉발됐다.

당시 의원들은 일선 학교의 인력도 부족한 형편에서 본청 고위공무원의 정원을 늘리는 내용의 조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평행선을 긋던 논의는 결국 △일선 학교 보건·사서교사 각 20명씩 추가 배치 △기숙사 학교 사감 인력 추가 배치 △일선 학교 공무원 20명 추가 배치 △제주시·서귀포시교육지원청 영양교사 파견 등의 부대조건을 내걸면서 타협점을 찾았고, 정원조례는 해를 넘기지 않고 통과됐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교육청이 이 부대조건을 지킬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의 지침에 어긋난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일선 학교 공무원 20명 배치는 정원이 확보됐지만, 그외 보건·사서교사 배치, 기숙사 사감 배치, 영양교사 파견 등 세가지 사안에 있어서는 모두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의원들은 "의회를 무시한 처사"라며 집중포화를 쏟아부었다.

부공남 교육의원은 "지난해 예산안 과정에서 보건교사와 기숙사 사감을 확대하는 예산을 본예산에 편성하려고 했는데, 집행부가 '나중에 정원조례 심의할 때 확실하게 배치하도록 약속하겠다'고 해서 참았고, 정원조례 심의할 때도 '부대조건으로 반드시 해내겠다'고 장담해서 의원들이 조례를 의결해줬다"며 "이제와서 의회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은 두 번 속는 기분"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부 의원은 "교육청 차원에서 무리한 사안이라면 요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타 시도와 비교했을 때 얼마든지 가능한 사안이다. 보건 교사 없는 소규모 학교가 50여개가 되는데 모두 배치하라는 것도 아니고, 지역별로 3~4개씩 묶어서 순회교사를 하라고 제안했는데도 무시당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계속 업무보고를 받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희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조례안 심사할 당시에는 부대조건을 수용하겠다고 해서 통과시켰던 것 아니냐. 그때 당시라도 힘들겠다 싶었으면 부대의견을 그렇게 달지 말았어야지, 결과적으로 '나중일은 되든가 말든가'한 교육청을 신뢰할 수 없게 됐다"며 "이건 의회를 기만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김 의원은 "의회에서 논의하면 마음 약해서 그냥 넘어가줬는데, 이런 일을 그냥 넘어가서는 의회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고 강경한 대응의지를 밝혔다.

답변에 나선 이경희 부교육감은 "부대조건에 대해서는 사실 이행하도록 최선을 다하는게 맞다고 본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모든 사안을 저희만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교육부나 다른 기관의 의견이나 방침, 법령 등을 세세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일단 의회에서 제시한 의견을 최대한 이행하는 것으로 해서 부대조건을 달았고, 그걸 이행하기 위해 얼마전에 교육부를 방문했지만, (교육부는)교사를 행정기관에 파견하는 문제나 교사 정원 외 인력을 사용하는 문제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부교육감은 "의회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보건공무직을 배치하는 문제까지 검토했지만, 이 경우 정상적인 보건교사의 역할과 처방·보건 기능을 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에 부딪혔다"며 "일단 정공법으로 가서 최대한 보건교사와 사서교사 정규 정원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교육부와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장영 교육의원은 "(교육부의 지침 때문에)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둘 수 없다는 입장인건데, 도교육청은 학교 중심이라면서 정원 외 기간제를 각 학교별로 쓰고 있지 않나. 보건교사 등은 안된다는건 앞뒤가 안맞는다. 교육청이 필요한 것은 갖다쓰면서 의원들과 약속한 것은 지키지 않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서울, 경기, 광주, 울산 타 시도 교육청도 파견 교사로 보건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사실상 교육감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시백 위원장은 "교육청에게 배신감을 많이 느낀다. 협의하고 결정한 약속의 이행은 서로가 노력해야 하는 것인데, 그 순간만 모면하면 자꾸 딴지를 걸며 이행을 않고 버티는 일이 많다. 교육청의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인지, 민의의 전당인 의회가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말 실망이 크다"고 일갈했다. 

강 위원장은 "어떻게 협의사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버티는 작전으로 나오는건지 참 대단하다"고 비꼬며 "위원장 직을 걸고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모든 것을 보이콧 할 각오를 갖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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