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 제주농업 활로를 찾자(2)- 고객만족 마케팅

맛있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한다 해도 소비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신뢰가 없다면 상품으로서의 농산물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일시적으로 판매가 잘 된다고 해서 후속관리를 하지 않으면 단기판매에 그치고 오히려 이미지가 실추돼 아예 판매를 접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제주감귤도 그동안 대도시 소비자들에게 맛좋은 감귤로서의 이미지가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다. 그래서 감귤과 오렌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대형판매장에서 소비자들은 오렌지에 손이 가게 되는 경우를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이제 소비자를 따라 다니며 파는 마케팅시대는 이미 지났다. 고객만족이란 새로운 마케팅이 도입돼야만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만족하는 OK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생산단계에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농산물이 생산돼야 하고 처음 유통단계인 판매처가 안정적으로 확보돼야만 한다.

결국 마케팅의 성공여부는 유통업체와의 신뢰성 구축이 관건이며 상품화를 위한 유통시설 확충과 물량의 연중공급 체계, 상품의 차별화 등이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이를 이용한 새로운 마케팅이 자리를 잡고 있다. 쇼핑몰을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곳들 대부분 온라인의 매출규모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게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들의 얘기다.

이밖에도 화훼류나 축산물도 소비자 지향적 마케팅을 통해 차별화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추세다. 다음은 제주도가 아닌 육지부 사례를 통해 제주산 농산물 마케팅 실천방안을 모색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 경기도 평택의 안중농협 / 소비자 마음을 읽어라
거래처 돌며 소비자 기호 확인하고 원하는 상품 공급이 성공 비결

경기도 평택시 안중농협은 관내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업체가 원하는 상품으로 만들어 마케팅을 펼치는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01년부터 본격 출시한 황토 총각무는 유통업체 바이어들의 취향에 맞아 출시 1년만에 10억원어치나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깨끗이 씻어 다듬고 프라스틱 상자에 담아 출하를 하기 때문에 외형상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판매증가로 이어졌다.

총각무 후작으로 심겨지는 여름 수박에 대해서도 황토 수박이라는 같은 브랜드로 기존 거래처를 겨냥했다. 유통업체가 요구하는 상품규격을 만들기 위해 농협 농산물유통센터에 1억5000만원 상당의 수박선별기를 갖추고 4개작목반 60여농가가 출하하는 수박의 공동선별과 공동계산을 실시하게 됐다.

지난 여름에 재배농민과 농협 관계자들이 공동으로 거래처를 돌며 상품화된 수박을 놓고 시식회와 평가회를 갖는 등 소비자 기호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판매망을 구축했고 유명주산지 수박값을 웃도는 성과를 올렸다.

안중농협의 마케팅 전략은 어떻게 보면 평범한 것에 있다는 게 특징이다. 도시근교라는 지역적 특성과 농협 조합원들이 다양한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품목이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인 것이 그것이다.

올해 황토 땅두릅을 가지고 제3의 상품화를 성공시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됐다. 300g 단위 10개들이 소포장으로 기존 대포장을 파괴하고 고정가격 판매로 안정된 수취 값을 유지했다. 조만간 가지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같이 안중농협이 마케팅에 있어 남다른 모습을 보이는 데는 유통업체와의 신뢰성 확보가 가장 큰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총각무로 신뢰를 얻은 이후 두릅과 수박 등을 유통업체가 원하는 상품으로 만들어 지속적인 홍보를 곁들였다는 것이다.

곽정근 상무는 “유통업체 바이어들에게 자문을 받고 요구하는 대로 준비한 것이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한국난농협 / 철저히 선별하라
500여농가 조직화 공동선별 가능, 공판시 크기 상태별로 재검수

화훼시장에서도 마케팅의 새바람이 불고 있다. 492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한국난농협은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상품의 이미지와 신뢰성 확보 등 제품관리에 남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난은 연간 400~500여 품종이 거래될 정도로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유통과정에서 선별이 제대로 안된 물량이 많고 출하농민들의 속박이 등이 항시 시시비비의 원인이 됐다. 난 농협은 이러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규격에 사업의 초점을 맞췄다.

생산단계에서 많은 품종의 선별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운반구를 기존 제품보다 10cm정도 작고 선별이 편리하도록 개발했다. 비규격 상품으로 통일성이 없고 공판과정에서도 특별한 검수과정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공판장에 출하된 난은 하차과정에서 크기와 상태별로 재선별이 이뤄진다. 경매사를 비롯한 지도담당 부서 직원들이 공판장에서 유심히 살펴 다시 챙기는 것이 선별이다.

경매과정에서 선별상태를 정확히 조사해 상품과 가격이 따로 결정되는 것을 방지한다. 공판에 참여한 중도매인들은 유통업체들이 까다롭게 보는 선별을 공판과정에서 철저히 검증되기 때문에 판매가 쉽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유통업체들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 농가 수취값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난 농협이 진행하는 또 다른 일은 젊은층 소비자를 사로잡은 것. 농협은 이미 소형 난을 벽에 걸고 볼 수 있도록 한 벽거리형 받침대를 개발했다.

또한 젊은이들이 난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손잡이 달린 용기도 내놓았다. 그동안 난 하면 운반이 불편하고 보관이 어렵다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판로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 서부사료 / 1등급 판정 신선계란
배달판매사업자 ‘주부’로, 직접 요리해 맛 비교토록

싱싱한 계란이 식탁까지 배달된다? 상상치 못했던 계란 배달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 2월말부터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을 가정의 식탁까지 배달해주는 시스템을 서부사료의 신규사업팀이 구축, 틈새시장공략에 나섰다.

기존 계란유통체계는 농장에서 유통매장까지 도달하는데 3~7일이 소요됐지만 브랜드명 ‘오늘먹는계란’인 이 제품은 일명 ‘제로데이시스템’, 즉 농장에서 생산돼 1등급 판정을 받은 계란만을 24시간 안에 가정의 식탁까지 배달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2주에서 한 달 정도인 시중 계란들의 유통기간과 달리 ‘오늘먹는계란’은 유통기한을 5일로 고정하고 유통단계도 농장, 물류센터, 가정 등 3단계로 축소했으며 콜드체인시스템이 장착된 차량을 이용, 계란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생소하지만 틈새시장인 계란배달사업을 추진하는 신규사업팀의 마케팅 전략은 다양하다. ‘주부의 마음은 주부가 잘 안다.’ 가족의 건강에 관심이 많은 주부층을 끌어오기 위해 계란배달판매사업자를 주부들로 선정, 주부들을 통한 입소문마케팅으로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또 가정 방문 때마다 연령층에 따른 계란 요리 및 계란에 대한 올바르고 다양한 정보 등을 소개하고 소비자들에게 계란 샘플을 아낌없이 제공, 일반 계란과 ‘오늘먹는계란’을 직접 요리해 외형과 맛을 비교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서울 봉천동의 이성희 씨는 “생산된 지 24시간 내에 오기 때문에 신선도도 기존 제품들보다 좋고 맛도 고소해 일주일에 3번 이상 주문을 한다”고 밝혔다.

오는 6월까지 목동 등 아파트 밀집 지역들을 집중 공략해 ‘오늘먹는계란’을 시중에 정착시키겠다는 신규사업팀은 이후 아침 식사를 자주 거르는 직장인과 학생들을 위해 아침식사대용이 가능한 계란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춘 기능성 계란 등을 개발, 판매해 계란 소비 촉진에 앞장선다는 당찬 목표를 밝혔다.

농산물마케팅, 소비자가 OK할 때까지

최근 생산농민간의 품질 뿐만 아니라 주산지와 지방별, 외국산 농산물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차별화된 마케팅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마케팅의 내용을 기능적으로 분류하면 전략정책문제, 제품문제, 시장·거래문제, 판매문제, 판매촉진문제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마케팅을 농산물 판매에 도입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추진주체에 대한 설정이 중요하다.

생산자단체든 개인이든 대도시 소비자(대형유통매장)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이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마케팅을 도입해 성과를 거둔 농민이나 생산자단체들의 특징을 보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적극적인 판매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공산품처럼 균일한 상품을 만들기 위한 철저한 농산물관리와 이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판매활동이 이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가져다주었다. 이렇게 한발 한발 앞서가는 선진농업 마케팅에 대한 폭넓은 벤치마킹을 통해 단순히 생산만이 아닌 공산품으로서의 인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결국 농산물마케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농산물 수확 후의 관리가 관건이다. 이미 마케팅에 대한 이론적인 체계는 어느 정도 인식이 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농협 등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한 수확 후 관리문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이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데이터베이스)하는 일이 필요하다.

☞ 육지부 사례는 한국농어민신문의 홍치선 이현우 기자의 취재협조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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