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규정 허술, 직원 19명만 뭉치면 총장선거 못해

개표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보여준 제주교대 총장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하게 된 학교 직원들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비록 표의 가치는 7%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총장선거에 자신들의 의지를 담는다는 꿈은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박살 나 버렸다.

양측의 주장으로 파행을 빚은 이날 직원 개개인에 따라 어느 쪽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달랐으나 두 쪽 모두 자신들의 유리한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직원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에는 일치했다.

30명에 달하는 직원들은 기득권을 갖고 있는 교수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투표정족수 논란은 물론이고 왜 예비투표 결과를 밝히지 않는지조차 그들에게는 전혀 설명조차 없었다.  "애당초 꿔다놓은 보릿자루에 불과했다"는 자조 섞인 발언조차 나왔다.

직원은 대학의 한 주체로 인정해 총장선거에 투표권을 부여하는데 국립대학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제주교육대한은 처음부터 그 바람을 어겼다. 도내에서 직원의 투표참여를 인정한 사립대학인 제주산업정보대학조차 직원들에게 25%의 지분을 인정했다. 그러나 국립대학인 제주교대는 처음부터 인색했다. 7%만 인정했다.

대학 선관위측은 그러나 선거규정 2조1항에 따라 해석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에서 인지 선거권자수 산정에서는 직원 1인의 권한을 온전히 인정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점이 내포돼 있다.

선관위 주장대로 투표의 가치는 30명 전체가 7%에 불과하더라도, 투표정족수를 계산하는 선거권자에서는 1인이 1명이 인정된다면 상황에 따라서는 직원들의 뜻만 통일된다면 총장선거를 좌우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교수 29명과 직원 30명을 더한 59명에서 투표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필요한 인원은 40명. 교수 28명 전원이 참여한다 하더라도 직원들이 대학측과 긴장관계에 따라 19명만 투표에 불참한다면 총장선거는 이뤄질 수 없게 된다. 총장선거에서 교수 28명의 힘보다 직원 19명의 힘이 더 크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럴까. 선관위의 주장대로라면 직원 19명이 총장선거의 당락에는 영향을 주지 못해도 선거를 못 열리게는 할 수 있다는 것인데 과연 대학측은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려 할까.

대학 선관위의 해석대로라면 직원은 총장선거의 들러리가 아니라 없어서는 안될 핵심적인 선거권자들이다.

26일 제주교육대학교 공무원직장협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희망을 지워야하나 봅니다

항상 희망을 맨 꼭대기에 얹어 놓고 살았습니다.
고된 일로 여러 사람들과의 부딪힘으로 몸과 마음은
조금 피곤하더라도 이게 다 학교를 위한 일이라 여기며 지냈습니다.

서로를 미워하고 헐 뜯고 욕하는 속에서도
머지않아 서로를 다독이는 그런 날이 올 거라 여겼습니다.

교수는 교수 직원은 직원이라는 이분법적인 학교의 분위기 속에서도
머지않아 서로의 마음을 맞대고 지낼 수 있을 거라 여겼습니다.

교수들끼리도 서로의 앙금을 삭히고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이 학교를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을거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5. 25...

학생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글썽입니다.
학생들이 스쳐 지나가면 얼굴을 숙이게됩니다..

누구의 학교이며 누구 진정한 주인입니까?

우리 학교에 진정한 주인은 아무도 없습니다.

진정으로 자신을 낮추고 모든 욕심을 버리려고 하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제 내 희망을 어디에 얹어 놓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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