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검사 주장한 '외압'의 실체는 제주출신 전·현직 검사?

무더운 여름철을 진짜 짜증나게 하고 있는 '청주의 진실게임'.
웬만한 할리우드의 추리영화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얽히고 얽힌, 반전과 재반전을 시도하는 이 사건이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권부의 상징인 청와대 제1부속실장(양길승)과 청주지역 유흥업계의 큰손(이원호)의 질펀한 술자리, 그 큰손을 잡아들이기 위한 젊은 검사의 겁 없는 몰래카메라 배후조종, 그리고 그 테이프가 공중파를 타면서 시작된 '청주의 진실게임'.

청와대 기강해이 차원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양길승과 이원호의 유착·비호여부로 전개되더니 어느 날 갑자기 '누가 몰카를 촬영했는지'로 반전된다. 깃털에 불과한 몰카가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떠오르며 본말이 전도되는 형국을 띠었다.

검찰의 수사가 몰카로 집중되자 이원호씨에 대해 조직폭력배 살인사건 교사혐의로 내사를 벌이던 청주지검 김도훈 검사는 14일 "검찰내 이원호 비호세력이 있다"고 폭로, 정국을 강타하면서 이 사건을 이원호에 대한 검찰 비호사건으로 확대시켰다.

이에 당황한 청주지검 특별수사팀은 몰카 수사를 통해 김 검사가 몰카 촬영을 배후에서 조정했으며, 다른 사건처리과정에서 2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밝혀하고 김 검사를 구속했다.

대검 감찰부도 청주지검에 대한 5일간의 직무감찰을 통해 "외압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검사(구속)의 변호인단은 "청주지검 외압의 실체를 공개하겠다"고 밝혀 또 한차례의 재반전을 예고했다.
그리고는 28일 이원호씨에 대한 외압내용을 담은 김 검사의 'X화일'을 공개했다.

"그렇다면 청주의 진실게임과 제주(濟州)는 과연 무슨 연관이 있을까?"

대검은 감찰부는 21일 김 검사의 외압주장과 관련한 직무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검사가 내사 또는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K부장검사가 이를 방해하거나, 부당한 지시나 관여를 한 것으로 판단할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를 위해 K부장검사와 이원호씨 변호사의 제주(濟州) 골프회동에 대해 조사를 벌였으나 비행기를 함께 탑승했거나 현지에서 회동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주출신 김 변호사와 그 후배인 K부장검사

왜! 이 사건에 난데없이 제주 골프회동이 등장할까? 이들이 단순히 제주에 왔다는 것인가, 아니면 또 무엇이 있는가?

이원호는 알겠는데 K부장검사는 누구며 이원호의 변호사는 또 누군가...이들이 과연 제주와 어떤 인연을 맺고 있나?
여기에서 청주의 진실게임의 주연과 조연으로 제주출신 전·현직 검사가 등장한다.

김도훈 전 검사가 지난14일 "이원호씨 수사과정에 검찰내 외압이 있었다"고 지목한 K부장검사가 바로 제주출신이기 때문이다.

또 그 외압의 대상인 이원호씨의 변호를 받고 있는 변호사가 얼마 전까지 대검 형사부장을 맡았던 역시 제주출신 김 모 변호사란 사실이다.

K모 부장검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22일자로 단행된 검찰 정기인사에서 울산지검 형사1부장으로 발령난 상태다.

제주출신 선후배인 김 변호사와 K 부장검사.(* 두 인물을 김 변호사와 K부장검사로 표현하는 것은 비록 이들이 공인이라 할지라도 아직까지는 의혹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명으로 거론할 수 없음을 밝힌다. 대검 감찰부도 이들에 대해 김 변호사와 K부장검사란 표현을 쓰고 있다.)

K 검사는 이원호씨에 대해 조직폭력배 살인사건 교사혐의로 내사를 벌이던 김도훈 검사의 직속상관이며, 이원호씨 변호를 맞고 있는 김 변호사는 K 부장검사의 고향선배이다.

그렇다면 김 변호사가 K 검사의 직속부하인 김도훈 검사가 수사를 벌이고 있는 이원호씨의 변호를 맡게 된 것은 우연일까?

제주지역 한 변호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피의자가 변호사를 선임할 때는 검사에게 어떤 형태로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변호사를 찾는 게 기본원칙이자 상식이다. 전관예우가 바로 그것이 아니냐?

때문에 이원호씨는 해당 변호사·검사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우선 김도훈 검사의 직속상관인 K 부장검사를 통해 사건을 조기에 무마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으며, 그 차원에서 김 변호사에게 변호를 부탁한 게 아니냐는 추론을 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추론이 성립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그 추론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김 변호사는 양길승 향응·몰카 파문이 불거지기 이전인 7월1일 청주지검을 방문한다. 이 당시 김 변호사는 이원호씨에 대한 선임계를 내지 않은 상태였다.
김 변호사는 청주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차장검사와 소속 부장검사에게 이원호에 대한 윤락알선, 조세포탈사건이 형평에 맞지 않는 표적 수사임을 항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보다 며칠 앞선 6월28일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이원호씨 등과 함께 질펀한 술자리를 가졌고 바로 이 술자리가 몰카로 촬영돼 전국을 강타했다.

대검 감찰의 핵심내용도 제주 선후배간의 외압실체 여부

때문에 겉으로만 본다면 김도훈 검사로부터 집요한 내사를 받고 있는 이원호씨가 양길승 전 부속실장에게 1차로 향응을 제공해 사건무마를 청탁했고, 이어 그의 변호사인 제주출신 법조계의 대부인 김 변호사를 통해 고향 후배검사에게 압력을 넣으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제법 그럴듯한 가설을 세울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제주출신으로는 최초로 검사장급 자리에 오는 제주출신 검사들 사이에서는 대부나 다름없다. 때문에 김 변호사가 후배인 K 부장검사에게 이씨의 선처를 부탁했고, K 부장검사는 김 검사에게 어떤 형태로든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느냐는 게 이번 외압 공방을 보는 한 시각이다.

즉 고향 선후배 관계를 이용해 사건무마 청탁을 했다는 게 김도훈 검사의 결과론적 주장인 셈이다.

대검이 청주지검에 대한 직무감찰을 펼친 핵심적인 내용도 바로 이 부분이다.

김 검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몰카 사건의 이면에는 제주커넥션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김도훈 검사는 14일 외압을 폭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씨를 조직폭력배 살인사건 교사혐의로 내사를 벌이던 중 모 부장검사가 ‘사건이 오래됐는데 해결되겠느냐’고 말려 수사가 중단됐다”

“이씨의 조세포탈 규모가 6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그 부장검사가 내 방으로 와 ‘천천히 해달라’며 수사 자제를 요구했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표현하고 있는 'K부장검사'와 '이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 변호사'가 제주출신의 선후배로 이미 청주지역에서는 다 알려진 사실이며, 일부 언론에서는 횡간을 통해 그들이 누구인지를 자연스레 알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K 검사-김 변호사 제주골프회동, K 검사 -이원호 제주골프회동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청주에 나돌았다.

대검 "이번 사건에 외압은 없다"

그러나 대검 감찰부는 직무감찰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제주도에 간 부분을 조사하기 위해 (항공기) 탑승자 조회를 각 항공사를 통해 했다. 또 골프를 쳤다는 기록도 없었다. 김 변호사와 K부장검사가 같은 제주도 출신이라 함께 (제주도에서) 만났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했지만 그런 적이 없었다.

딱 한번 이원호씨와 K부장검사가 같은 날 제주도에 간 적이 있었다. 지난해 연말 기록이 나와 있지만 시간대를 보면 같이 만났다고 보기 어렵다. 제주 도착 이후 K부장검사의 알리바이가 확인됐다. 그때가 12월 10일로 이씨는 이날 오후 일찍 제주도에 갔고, K부장검사는 저녁 늦게 비행기를 탑승했다.

K부장검사가 제주도에 간 이유는 선배의 모친상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그날 아침 바로 돌아왔다. 이외에 세 사람 중 두 사람이라도 같이 간 것이 확인된 것이 없다."

또 김 변호사와 K 부장검사의 관계에 대해서도 "우선 두 사람이 고향선후배이란 것인데,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시험을 본 기수차도 크고(김 변호사는 사시13회, K부장검사는 27회임) 함께 근무했던 적도 없다."며 이들에 대한 통화내역 조사에 대해서도 "확인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감찰부의 주장에 따르면 제주출신인 K 부장검사와 김 변호사 둘 사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연관 없이, 단지 고향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 있는 셈이다.

여름철 무더위를 더욱 짜증나게 하는 이번 청주지검의 진실게임에 제주(제주출신인사)가, 그것도 외압의 실체로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제주도민들을 한층 더 짜증나게 하고 있다.

짜증나는 여름...진실은 가려져야 한다

그러나 짜증에도 불구하고 진실은 가려져야 한다.

이번 사건의 이면에 진짜 제주커넥션이 있었는지, 아니면 김도훈 검사가 몰카 수사가 자신에게 좁혀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상관인 K 부장검사에게 물귀신 작전을 시도한 것인지가 보다 더 명쾌히 밝혀져야 한다.

청주지검과 대검 감찰부의 수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적으로 믿는 국민들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는 상당수 국민들이 이번 사건의 이면에 '제주커넥션' 또는 다른 무엇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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