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중, 현행 야구감독에 '프로1호' 오봉옥 선수 들어와 '난감'
道야구협회, 감독교체 조율 나섰다가 '자충수'…'나몰라라' 수수방관

제주도야구협회가 각 일선 학교의 순회코치 조율(야구감독 교체)에 나섰다가 한 중학교에 두명의 야구감독을 배치해 학교측을 곤궁에 빠뜨리는 어이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더욱이 한달 넘게 이 문제를 끌어온 야구협회는 결국 내부정리도 하지 못한 채 그간 야구계 내부 갈등만 키우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관행으로 일관하던 도야구협회, 감독교류 놓고 '내홍'

▲ 제주출신 프로야구 1호 오봉옥 선수. 제주에 내려오자마자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제주도내에 야구부를 둔 학교는 초등부에 제주남교와 신광교, 중학부에 제주일중, 고등부에 관광고등학교 등 4개 학교가 전부다.

이 중 학내 환경이 비교적 좋아 자체적으로 감독을 선발하는 신광초등학교를 제외하고 모두 교육청에서 파견하는 순회코치 제도를 따르고 있다. 중학부는 제주시 교육청이, 고등부는 도 교육청이 맡고 있다.

또 교육청 역시 제주도야구협회의 자문을 존중하는 관례에 따라 코치 선발 및 인사때마다 상호 조율속에서도 거의 협회측의 의견을 반영해 왔다.

하지만 최근 한화에서 현역생활을 마감한 제주출신 1호 프로야구 선수였던 오봉옥 선수(39)가 제주에 내려오면서 한 학교에 두 명의 야구 감독이 들어서는 엉뚱한 모양새가 된 것.

이는 무엇보다 오 선수의 첫 감독 데뷰를 내부적으로 추진해 온 야구협회의 '원칙없는 코치 배치' 업무관행에  따른 문제였다는 지적이 많다.

과연 어떤 속사정이 숨어 있는걸까?

도대체 야구협회에 무슨 문제가 있길래....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동안 관행적으로 코치(감독)인사에 관여해오던 제주도야구협회(회장 오성환)가 내부적으로 코치 순환에 대한 조율을 채 끝내지 않고 오 선수를 일중 감독으로 남몰래 추천하면서 발단이 됐다.

현재 제일중 야구부에는 지난 2004년 10월부터 감독을 맡고 있는 장일복 감독(45)이 올해 12월말까지 정식 감독으로 올라 있는 상태.

장 감독 역시 야구경력 21년째로 제주에서만 11년째 감독생활을 하고 있는 전문 야구인이다. 하지만 지난달말부터 야구협회의 권유반, 개입반(?)에 시달리면서 일중 감독에서 일손을 놓고 있는 상황.

이로인해 감독 인사권을 갖고 있는 제주일중으로서는 선수 훈련을 맡을 야구감독조차 없는 매우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장 감독 또한 몹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장 감독은 "사실 올해말까지 감독 공식 임기가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일찍부터 학교에 남아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며 "협회가 감독교류를 마무리짓지 못하면서 저 역시 어느 학교에 소속되지 못한 채 '공중에 붕 뜬'  난감한 처지"라고 말했다.

▲ 이사회 등 회의가 있는 날을 제외하곤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는 제주도야구협회 사무실

제일중 "아직 감독 결정 안됐다...현재 정식 감독은 기존의 감독" 

더욱이 코치 인사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이 한달 넘게 진행되자, 제일중 야구부는 휴가기간을 갖는 등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할 수 없이 26일부터 체육 교사가 직접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일중은 하지만 "중학교는 학교장이 감독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아직 내년도 감독(순회코치)은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며 현재까지의 공식감독은 장일복 감독"이라고 말했다.

제주일중 홍철호 체육부장은 "당초 야구협회측에서 잘 됐다던 감독 문제가 까다롭게 진행되면서, 오늘부터 제가 직접 기본운동 등을 가르치고 있다"며 "장 감독 경우 2년 넘게 일중 야구를 가르치고 있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야구협회를 비롯해 야구계 안팎에서는 내년 1일자로 오봉옥 선수가 새 일중감독을 맡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상 어떻게 일이 풀릴지 불투명한 상태다.

▲ 엘리트 야구육성을 맡고 있는 제주도야구협회와 생활체육을 맡고 있는국민생활체육 제주도야구연합회가 동시에 상주해 있는 제주종합경기장내 야구장 건물.
야구감독 교체 왜 꼬였나? ...학교 '야구부' 보다 '감독'이 더 많아

이처럼 일이 복잡하게 얽힌 이유는 야구협회가 당초 코치 인사 조율에 나섰다가 발을 빼면서 일을 복잡하게 진행한 탓이 크다.

당초 야구협회는 도내 선수 육성을 위해 중학교 감독(일중)과 초등학교 감독(신광교)을 맞바꾸는 형식으로 감독과 코치간에 어느 정도 이야기가 마무리됐었다. 하지만 오 선수의 출현으로 감독영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결국 학교보다 감독이 많은 형국이 빚어지게 된 것.

야구협회 수차례 이사진 회의...당초 '일중 감독↔신광교 감독'만 교체키로

오봉옥 등장 후 일중→남교감독, 남교→일중코치, 오봉옥→일중감독, 신광교 감독→'그대로

결국 야구협회는 지난달 17일 수차례 이사회의를 끝에 일중 감독(장일복)→남교감독, 남교감독(권기범) →일중코치, 신광교 감독(박혁)→신광교 감독, 오봉옥 선수→일중감독으로 감독 교체 및 선임키로 최종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돌연 일중코치로 가기로 한 남교의 권 감독이 '남교 희망'을 다시 고수하면서, 장 감독 역시 일중에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해오자 모든 학교가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더욱이 감독이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오 선수가 내년 1일자로 일중감독이 정식부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는 등 30여명의 이사로 구성된 야구협회 내부도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제주일중측에서도 당초 야구협회의 코치 조율이 끝난 것으로 알고 일주일 동안 오 선수에게 훈련을 맡겼다가 다시 중단하는 등 갈피를 못잡고 있는 상태.

골머리 앓고 있는 第一中 ....  '기존 감독 고수냐' vs '오봉옥 새 감독이냐'

이에대해 오봉옥 선수는 "내년 1일자로 일중 감독으로 가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며 "아직 학교측에서 공식 입장을 들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야구협회장과 국민생활체육 제주도야구연합회장을 동시에 맡고 있는 오성환 회장은 이 문제와 관련 "단지 도내 야구발전을 위해 코치(감독)을 순환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야구 감독 인사는 협회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으며 이는 어디까지나 학교측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로인해 야구계를 비롯한 체육계 안팎에선 도야구협회가 지금껏 참견해오던 코치 교류에 있어 정작 일이 터지자 '수수방관'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제일중 야구부는 내년 1월 1일자로 기존 감독을 고수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감독을 받아들이느냐를 놓고 웃지못할 선택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와관련 제주일중측은 "현재 맡고 있는 장 감독을 원래 바꾸려고 하지도 않았다"며 "내부조율이 다 됐다고 해서 이루진 것인데, 이렇게 된 이상 장감독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조건이 있어야 새 감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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