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승석 변호사: 김태환 도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 감상법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지난 4월 광주고등법원에서 선거법위반으로 당선무효 형에 해당하는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지사의 변호인들은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그 상고이유로 ‘검사가 도지사 특보실을 대상으로 실시한 압수수색은 압수수색영장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영장의 제시 및 집행에 관한 사전 통지와 참여, 압수목록 작성 ∙ 교부 등에 관하여 형사소송법이 정한 여러 규정을 따르지 아니한 위법한 것이어서 이를 통해 수집된 압수물을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원심 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약하면, 적법절차에 위반하여 수집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률심인 대법원에서는 관건선거를 했다는 김 지사의 범죄사실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채택된 위 압수물의 수집과정에서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 조항을 위반한 위법이 있었는지, 그로 인하여 위 압수물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되었다.

 이 핵심 쟁점의 심리에 걸림돌이 된 것은 1969년 선고한 대법원의 종전 판례였다. 즉 ‘영장주의에 위반하여 압수한 압수물의 증거능력에 대하여 압수물은 압수절차가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그 물건 자체의 성질이나 형상에 변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그 성질이나 형상 등에 관한 증거가치에는 변함이 없다’는 이른바 [형상불변론]의 판례였다.

 4인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 형사부가 이 대법원 판례변경의 가능성을 열기 위해, 13인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로 김 지사의 선거법위반 심리를 넘기기에 이르렀고, 이로 인하여 판결 선고가 예상보다 4개월 정도 늦어지게 되었다.

 지난 15일 대법원의 전원합의체(12인 대법관으로 구성)는 원심 판결에는 적법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압수물]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위반 등의 잘못이 있으니, 이를 파기하고 다시 재판을 기회를 주기 위해 광주고법으로 위 선거법위반 사건을 돌려보냈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째 그동안 우리 형사법학계의 통설로 인정된 적법절차의 원리, 즉 헌법 및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영장주의에 위반된 압수, 수색에 의하여 수집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법리가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형사사법의 정의로 확립되고, 앞서 본 [형상불변론]의 법리를 폐기하였다는 점이다.

 둘째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형사소송법 개정조항인 제308조의2 (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규정이 단순한 선언적 규정이 아니라 수사기관을 구속하는 강한 규범력을 지니고 있으니, 향후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유죄 증거를 수집, 획득함에 있어서 적법절차를 준수할 것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대법원 판결에 관여한 12인 대법관의 형사소송관이 표출되었다는 점이다. 위법 수집된 증거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것이냐 부정할 것이냐의 문제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 내지 범인의 처벌적 측면에 중점을 두느냐[=전자], 절차의 공정과 기본적 인권의 보장에 중점을 두느냐[=후자] 하는 소송관의 차이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데,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후자를 중시하되, 전자를 예외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절충 형 소송관을 채택하였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형식적으로 보아 정해진 적법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하게 되면, 범인을 놓쳐버려 공공질서유지에 해가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증거수집절차 위반에 중대한 위법이 없어 적법절차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면, 사실심 법원은 비록 위법 수집한 증거라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문을 검토하면서, 필자는 김 지사 선거법위반의 수사, 재판과정에서 검찰과 사실심 법원에도 한 가지씩 잘못이 있었다고 본다. 검찰 수뇌부가 시인한 바와 같이 특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절차상 내지 사후관리의 과실은 검찰의 몫이고, 변호인 측이 일관되게 주장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주장에 대한 사실심 법원의 판단누락의 과실은 법원의 몫이라고 본다.

 따라서 향후 이 선거법위반 사건을 심리할 환송심인 광주고등법원 형사부에서 대법원의 파기 이유에서 지적한 사항을 존중하여 심리를 진행하되, 심리의 초점은 특보실에 대한 압수, 수색 집행 당시에 획득된 압수물의 증거가치가 아니라, 수집절차의 위법성이 중대한가, 아니면 적법절차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경미한 정도에 불과한가에 있다고 본다.

 

▲ 김승석 변호사 ⓒ제주의소리
그렇다면, 검찰은 압수 수색을 집행한 검사를 증인으로 내세워 영장집행절차에 위법이 없다고 증언하거나, 또는 비록 하자가 있지만 가볍다는 점을 입증시켜 유죄 판결을 받아내려고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수사에 관여한 수사관을 증인으로 채택하여 수사절차의 적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김 지사의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변호인들이 지적한 바의 위법수집한 증거들이 과연 중대한 하자가 있는지 검토하여 유죄 여부를 판단하도록 광주고등법원에서 돌려보낸 것이다.

 한마디로 판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패소에 불복하여 다시 대법원에 상고까지 한다면,  종결될 때까지의 기간은 반년 정도 걸릴까. 김 지사 본인도 불안할 뿐만 아니라, 제주사회 전체가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 재판의 후유증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이것 또한 도민들의 숙제이다.  끝./김승석 변호사 <제주의소리.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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