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논의 종결하겠다" 선언...3년만에 '없던 일로' 말바꿔
"상황이 바뀌었다" 간부회의서 지시...30년 묵은 논쟁 재연 불가피

극심한 찬·반 논란으로 도민사회에 생채기를 남긴 채 환경부의 엄격한 설치기준에 부딪혀 무산됐던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더구나 지난 2005년 6월 한라산 케이블카 ‘논의종결’을 선언했던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최근 재추진 논의에 불을 지피며 한라산 케이블카 논쟁을 2001년 이전으로 되돌리고 있다.

# 관속 송장도 꺼낸다는데... 金지사, “새 정부 들어선 만큼 한라산 케이블카 다시 추진”

▲ 김태환 제주지사가 최근 간부회의에서 한라산 케이블카 재추진 의사를 표명, 3년 전 “논의 중단” 선언을 뒤집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시장자유주의 원칙주의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개발 지상주의와 규제완화 정책 기조에 기대어 지난 2005년 ‘용도폐기’됐던 한라산 케이블카 재추진 카드를 다시 뽑아들었다.

김태환 제주지사가 최근 간부회의에서 ‘한라산 케이블카 재추진’ 의지를 공식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이날 작심한 듯 케이블카 문제를 꺼내들었다.

김 지사는 “한라산 케이블카와 관련한 제주도의 방침은 지난 2001년 결정됐다. 그래서 환경부에 신청했던 것”이라며 한라산 케이블카 문제를 2001년으로 되돌렸다. 그러면서 “이후 환경부 지침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지금까지 실천이 안 된 것일 뿐”이라며 케이블카 설치 무산을 ‘환경부 탓’으로 돌렸다.

김 지사는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케이블카 문제는 중앙정부와 다시 협의해서 설치하는 방안이 없는 지 모색하고 있다”며 케이블카 재추진 사실을 기정사실화했다.

한발 더 나아가 김 지사는 “(케이블카 관련) 제주도의 방침이 없는 것인냥 잘못 알려졌는데, 그렇지가 않다. 도의 방침은 이미 (2001년) 결정된 것이고, 환경부의 기준이 엄격해서 추진이 안되고있을 뿐이다. 그래서 다시 협의하려는 것”이라며 간부들을 향해 “주민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런 도의 입장을 잘 알리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김 지사의 케이블카 논의재개 발언에 대해서는 복수의 도청 고위간부로부터 확인됐다.

# 제주도, 케이블카 찬반 논쟁 2001년 이전으로 되돌려놓다!…논쟁 재연 불가피

▲ 김태환 제주지사는 지난 2005년 6월14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논의 종결을 선언했다.ⓒ제주의소리
사실 이 같은 김태환 제주지사의 입장 변화는 자신이 2005년 6월14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던 ‘한라산 케이블카 ‘논의종결’ 선언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어서 ‘말 바꾸기’ 논란과 함께 도민사회에 찬·반 논란을 재연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케이블카 타당성 검토 태스크포스에서 결론이 난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불가’ 입장을 받아들여 지난 1973년 이후 30년 넘게 논란이 되어온 한라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논의를 종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이 같은 김 지사의 입장변화는 지난해 말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2월24일 간부회에서 도정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부족 사례를 들며 한라산 케이블카를 첫 사례로 꼽아 논란을 촉발시켰다. 당시에는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부의 설치기준이 너무 엄격하기 때문”이라며 “그 기준을 고치지 않는 한 못하는 것임을 도민들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요지로 발언했다.

이 같은 변화조짐은 지난 4월21일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참석한 한라산탐방안내소 개관식에도 다시 확인됐다. 이날 김 지사는 원고에도 없던 케이블카 얘기를 불쑥 꺼내 담당부처 장관의 의중을 떠보기도 했다.

# 전경련, “외국관광객 유치 위해 필요” vs “세계자연유산에 인위시설 안될 말”

▲ 김태환 제주지사는 지난 4월21일 제주를 찾은 이만의 환경부장관 앞에서도 불쑥 한라산 케이블카 얘기를 꺼내 의중을 떠보기도 했다.ⓒ제주의소리
이 같은 제주도의 케이블카 정책기조의 변화에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이 최근 외국인관광객 유치 활성화 차원에서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를 정부에 건의한 것이 불을 지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지난 2003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에 이은 세계자연유산 등재, 또 다시 ‘세계 지질공원’ 지정에 도전하며 명실상부한 ‘자연의 보고(寶庫)’로 유네스코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하는 한라산에 인위적인 시설을 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문제제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때문에 제주도가 한라산 케이블카 재추진을 기정사실화 한 이상 이를 둘러싼 30년 찬·반 논쟁은 3년 휴식기를 지나 재연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한 열쇠는 여전히 환경부가 쥐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세계자연유산 보존이냐’, 그렇지 않으며 ‘불필요한 규제 완화냐’는 두 갈래 길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한라산 케이블카 재추진의 종착역이 더욱 궁금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3년 전에 비해 여건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한라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환경부보다 도민설득이 우선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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