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와 협조, 생산·판매업체도 추적, T종돈장 “경찰수사 환영한다”

제주도가 북제주군 구좌읍 T종돈장에서 발생한 돼지콜레라 항체 양성반응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또 농림부와 협조해 국내 돼지콜레라 백신 생산·판매업체들을 조사해 T종돈장에 백신을 공급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추적키로 했다.

제주도는 돼지콜레라 백신 항체 양성반응을 보인 T종돈장이 백신접종 사실을 극구 부인함에 따라 접종 사실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경찰에 수사의뢰하겠다고 30일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날 “T종돈장에 사육중인 종돈 대부분은 물론이고 T종돈장이 위탁한 계열화 축산농가와 종돈을 분양한 농가에서 돼지콜레라 항체 양성반응이 나와 T종돈장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으나 해당 종돈장에서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강력히 부인함에 따라 정확한 사실규명을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또 “현지에서 사실조사를 벌이고 있는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국내에서 돼지콜레라 백신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업체들을 상대로 T종장에 백신을 공급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해 주도록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주도가 T종돈장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백신판매 경로를 추적해 주도록 요청함에 따라 T돈종장이 자신들의 말처럼 백신을 투여하지 않았는지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T종돈장은 지난 23일 자신들이 사육중인 종돈에서 돼지콜레라 항체검사를 한 결과 51두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나고 결국 29일 제주산 돼지고기 수출중단 조치가 내려진 현재까지 “돼지콜레라 접종을 한 사실은 결코 없다”며 주변의 의혹을 전면부인하고 있다.

T종돈장 관계자는 “종돈장에 사육중인 2만6000두의 돼지를 접종하기 위해서는 백신만 5000여병이 필요하고, 이에 소요되는 인력만도 엄청난데 우리가 접종을 했다면 이 같은 사실이 숨겨질 수 있겠느냐”면서 백신접종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T종돈장 측은 “23일 일부 종돈에서 백신 항체 양성반응이 나온 직후 혹시나 해 종돈장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을 상대로 일대 일 면담까지 하며 조사를 벌였으나 백신투여 사실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T종돈장이 사육중인 종돈은 자체 직영하고 있는 1만6000두와 계열화 농가에 위탁 사육중인 1만두를 포함해 모두 2만6000두.

제주도에 따르면 돼지콜레라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서는 어미돈과 자돈 가릴 것 없이 2만6000두 모두에게 접종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5200병의 백신이 필요하다. 백신 1병당 10마리의 주사가 가능하고, 두 차례 접종을 해야 하는 만큼 5200병이 소요된다.

백신접종 가격은 한 마리당 평균 70원이 소요돼 금액으로는 큰 액수가 들지 않으나 2만6000마리를 접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력이 필요해 제주도역시 “그렇게 많은 돼지를 접종한다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유독 T종돈장에서 사육 또는 공급한 종돈에서만 백신 항체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점에서 그들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입장이다.

T종돈장에서 채혈한 218마리 중 90%에 가까운(89%) 194마리가 양성반응을 보였으며, 또 T종돈장이 계열화 사업으로 위탁 사육하고 있는 농가의 종돈 중 74% 역시 돼지콜레라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또 T종돈장으로부터 종돈을 분양받은 농가에서도 다른 곳에서 분양받은 종돈은 음성반응을 보인 반면, T종돈장 종돈만만 양성 반응을 보여 현재로써는 T종돈장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백신접종을 투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논란의 확산을 조기에 진화하고 양성반응의 원인을 조기에 규명하기 위해 경찰 수사의뢰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또 경찰 수사와 함께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나설 경우 국내에 몇 안되는 돼지콜레라 백신 생산·판매업체들이 T종돈장에 백신을 공급했는지 여부도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T종돈장도 제주도의 수사의뢰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T종돈장 관계자는 “우리도 서울대 교수를 초청해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자문을 받고 있으나 제주도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면 적극 찬성한다”며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상태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라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할 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9월9일 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10월 조사결과가 항체가 나왔다니 우리도 어디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오리무중”이라면서 “우리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는데 백신항체가 나왔다면 다른 농장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나타날 개연성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수사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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