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GO! GO!] (2) 제주 마라톤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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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기 전, 강한 비가 쏟아졌다. 차문 아래로, 우산 아래로 잠시 비를 피한다. 훈련 취소가 될 정도의 비는 아니다. 태풍 정도는 돼야 '제주마라톤 클럽'을 막을 수 있다. ⓒ이재홍 기자

취재 전날 비가 계속 왔다. 다음 날 새벽 5시 30분부터 시작되는 훈련이 혹시 비 때문에 취소될까 우려하며 제주마라톤클럽 박영철 사무국장에 전화 했다.

"태풍이 아닌 이상 비가 와도 강행입니다!"

박 사무국장의 목소리에서는 장거리 달리기로 단련된 굳은 심지가 느껴졌다.

새벽 2시. 우려했던 비가 잠을 깨울 정도로 쏟아졌다. 새벽 4시 20분. 다행히 비가 그쳤다. 하지만 언제 또 비가 쏟아질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무국장의 "강행!"이라는 단단한 목청이 이미 보여줬듯 집합장소인 '수목원 입구 주차장'에는 비가 와도 상관없다는 듯 40여명이 이미 몸을 풀고 있었다.

▲ 비가 여전히 내리는 속에서도 20km 완주를 위한 스트레칭은 필수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재홍 기자

스트레칭 도중에 새벽에 휩쓸다 남았던 비구름이 몇차례 소나기를 쏟아 부었지만, 역시 강행이었다.

이번 코스는 비로 인해 질퍽해진 계획했던 코스를 수정해 수목원-연북로-kctv를 지나 제주여고 밑 사거리를 턴해 돌아오는 코스다. 길이는 약 18km. 원래 주말 훈련은 20km를 뛰지만 코스 변경에 의한 것이다.

스트레칭이 끝나자 2-3줄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연북로 까지는 같이 뛰다가 서서히 실력차에 따라 간격이 벌어진다.

▲ 비가 와도 강행이다! ⓒ이재홍 기자

▲ 연북로를 달리고 있는 제주마라톤클럽 회원들. 훈련 초반에는 실력차가 보이지 않는다. ⓒ이재홍 기자

장거리 야외 훈련에서는 물당번을 정해 5km 지점마다 물과 간단한 간식을 제공한다. 매주 회원들 중 물당번을 정하고 있다. 이들을 '물당'이라 부른다.

30분이 지나자 물공급소로 회원들이 도착한다. 이미 날은 반쯤 밝았다. 물당들이 물, 매실차, 이온음료를 제공하자 한모금씩 마신다.

▲ "초등학교 운동회 때 노트 한 번 타본적 없는 나도 마라톤을 한다!" 마라톤이 대중 스포츠임을 강변하는 강공식씨(53). 53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이재홍 기자
"물맛이 아주 꿀맛입니다!"

물 보급장소에 제일 첫 주자로 들어온 강공식씨(53)를 만났다.

"마라톤은 선수들만 하는 것이 아니에요. 제마클럽에도 선수 출신은 한 명도 없고, 모두 일반인 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다닐 때도 운동회 달리기를 하면 매번 3, 4등 밖에 못해 노트 한번 타본 적이 없는 걸요."

노트 한 번 타본 적 없는 달리기 운동치가 50이 다돼 서브쓰리 4회에 제민일보 마라톤대회에서 시니어부 1등을 하는 등 기염을 토한다. 50은 숫자일뿐 열정을 상징하는 나이가 됐다.

제주마라톤클럽에는 강공식씨를 포함, 유독 나이를 초월한 몸매와 동안을 자랑하는 이들이 많다.

62세인 이상국 씨는 나이를 거부하는 체력을 보이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상국씨와 같은 체력을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마라톤을 뛴 후 인생이 바꼈습니다. 아내도 즐거워 하고 집안에 웃음꽃이 피고, 체력도 좋아졌습니다. 40대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 입니다."

 

▲ 이상국씨(62) "42년 피워온 담배를 끊게 한 것은 마라톤입니다!" ⓒ이재홍 기자

마라톤 3년차 이씨는 6개월동안 혼자 달리기를 하다가 혼자 운동하는 것이 힘들어 제주마라톤클럽에 가입한다.

"우연히 종합경기장에 가게 됐어요. 아줌마, 아저씨들이 열심히 뛰는 것을 보고 내가 이걸 못 뛰겠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뛰어보니 20미터도 못 가 가래가 끓고, 기침이 멈추지를 않는 겁니다. 골프 경력 23년에 등산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체력에는 자신이 있던 저는 충격을 받았죠. 문제는 담배였습니다. 42년간 피워온 담배가 문제였죠."

20m가 20km가 되기 까지는 금연과 제주마라톤클럽 활동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아줌마들도 잘 뛰는데 내가 이걸 못하나 하는 생각에 열을 받고 그때부터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어요. 운동 후에 피는 담배맛도 좋더군요. 나중에는 이것을 역이용해 운동을 하려면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서 6개월간 달리기를 하다가 2년 반 전에 제주마라톤클럽에서 활동하게 됐습니다. 마라톤클럽 회원 중에 흡연자가 없다는 점이 금연에 특히 도움이 됐죠."

'마라톤은 인생의 GOOD!'이라고 외치는 이상국씨는 마라톤이 인생을 바꿔놨다고 강조했다.

▲ 부창훈씨(60)는 퇴직후 마라톤 클럽 활동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이재홍 기자
제주마라톤 클럽에는 유독 60세 이상의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가, 마라톤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다.

이상국씨와 나란히 들어온 부창훈씨(60)를 만났다.

"퇴직 후 남는 시간을 무엇을 하며 지낼까 고민하다 선택한 것이 마라톤입니다. 클럽 활동도 꼬박꼬박 참석하고, 개인적인 훈련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훈련을 끝내고 완주를 했을 때는 다 뛰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아주 좋고 나머지 일주일에 활력이 됩니다."

수목원-연북로 코스는 길이 쭉 뻗어있고, 자전거 도로 포장으로 발목의 충격을 흡수해 마라톤 클럽들이 애용하는 코스다. 이날 훈련에는 제주마라톤클럽 뿐 아니라 도청 도르미 등 여러 클럽들이 교차해가며 서로 격려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마라톤은 이들을 활력있는 인생으로 엮어주고 있었다.

1시간 10분이 지나 완전히 날이 밝자 수목원 입구 주차장에 회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 이상남(52), 고해숙(50) 부부. "같이 운동을 시작한 후로 금슬이 좋아졌어요." ⓒ이재홍 기자

가뿐하게 완주를 하고 돌아온 이상남(52), 고해숙(50) 부부를 만났다. 이상남씨는 마라톤 경력 7년동안 풀코스를 110번이나 완주한 제주마라톤클럽의 '에너자이저'다.

"2001년 11월 제마 창립 멤버로 마라톤을 시작했습니다. 대회 참가를 일년에 20번 정도 합니다. 올해도 9번 뛰었고, 다음주부터도 계속해서 풀코스 계획이 잡혀 있습니다."

마라톤 전문 선수도 일년에 3회 정도 대회에 참가해 풀코스를 완주한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미 이상남씨는 아마추어를 벗어났다고 보는 것이 맞다.

"많이 뛰게 된 이유는 마라톤이 생활화 되면 몸이 그에 맞춰지게 됩니다. 그러면 그다지 힘들지 않게 되죠. 8일간 5번 뛴 적도 있습니다. 작년 2월 25일 뛰고 나서 3월 1,2,3,4,일 연속으로 뛰었죠. 국제대회에도 다수 참가했는데 2004년 보스톤마라톤대회, 2006 동경마라톤대회에 다녀왔습니다."

▲ 날이 채 밝기도 전인 연북로. 그 위를 달리는 제주마라톤클럽 회원들. ⓒ이재홍 기자

보스턴 마라톤(Boston Marathon)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에서 매년 4월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다. 1897년에 처음 시작된 이래 현재는 세계 4대 마라톤 중에 하나로 손 꼽히고 있다.

"해외 대회에 나간다는 것은 마라톤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큰 보람과 영광입니다. 왜냐하면 연령과 풀코스 완주제한 시간을 기준으로 참가 자격이 엄격히 구분되기 때문입니다. 보스톤 참가 티켓을 확보했다는 것 자체가 자부심이죠."

▲ 새벽을 달리는 제주마라톤클럽 회원들. ⓒ이재홍 기자

이씨의 인생이 곧 '마라톤 인생'이 된 데는 금연에 대한 사회적, 개인적 요구가 자리잡고 있다.

"직장생활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담배를 많이 폈습니다. 그런데 직장에서 금연운동을 시작하자 직장내에서는 담배를 못피게 했습니다. 담배를 피려면 밖에서 펴야하니 귀찮은 겁니다. 그래서 끊어버리자 생각했죠. 담배를 끊자 군것질이 늘어 2,3개월 후에는 체중이 8키로나 늘어난 겁니다. 체중조절을 위해 5년간 등산을 했는데도 체중감량에 실패하자 달리기가 다이어트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시작했습니다."

마라톤을 자신의 인생 깊숙이 받아들인 이상남씨는 마라톤에 대한 철학도 남달랐다.

"마라톤은 자기 성찰의 나침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자기 통제를 하고 자기 자신을 극복해 나가는 인생의 장거리 여행이죠."

▲ 장거리 훈련시 5km 지점마다 물과 간식을 지원하는 물 당번. 일명 '물당'이다. ⓒ이재홍 기자

이상남씨가 전문 선수 이상의 마라톤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부인 고해숙(50)씨의 덕이다. 이상남씨의 매니저를 자청하는 고해숙씨 역시 풀코스를 10회 완주한 마라톤 매니아다.

"남편이 운동하는 것을 보고 따라서 운동을 하게 됐어요. 지금은 남편의 매니저겸 마라톤 활동을 하고 있죠. 부부가 함께 마라톤을 하니 공동 관심사가 생겨 금슬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이상남, 고해숙 부부 외에도 제주마라톤클럽에는 함께 운동하는 부부가 많았다. 바쁜 일상으로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상기했을 때 가족이 함께하는 마라톤 활동은 가족 해체의 위기를 보완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 제주마라톤클럽 훈련부장인 조승배씨(44) ⓒ이재홍 기자
이들이 42년간 펴온 담배를 끊고, 6년만에 마라톤 풀코스를 110번 주파하고, 인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은 마라톤 클럽이 체계적인 운영으로 이들의 활동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제주마라톤클럽은 1년치 훈련계획을 연초에 미리 세워놓고 당일 훈련계획을 또 따로 세우는 등 효과적인 훈련 프로그램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1년에 한 번씩 회원들이 돌아가며 훈련부장을 맡고 있는데, 2008년도 훈련부장인 조승배씨(44)를 만났다.

"제주마라톤클럽은 효과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3시간 30분 기록을 가진 중간 실력자를 기준으로 훈련계획을 세웁니다. 또한 회원간 실력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A부터 F까지 실력별 세분화된 조로 편성해 훈련계획을 잡습니다. 제주마라톤클럽의 훈련은 기록 보다는 편안한 완주를 목적으로 합니다."

또한 조씨는 혼자서 하는 마라톤보다 클럽에서 단체로 활동하는 것이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독립군(마라톤 개인 훈련자)은 기록을 향상시키기가 어렵습니다. 클럽 활동은 체계적인 훈련을 가능케 하고 내가 싫어도 정해진 훈련계획에 맞춰 훈련을 하게 됩니다. 특히 장거리 훈련시에는 물공급이 중요한데, 독립군은 물을 가지고 뛰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지만 클럽에서는 물당번이 따로 정해져 있어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죠. 기록을 세우고 건강하고 싶다면 클럽에서 활동하는 게 좋습니다."

▲ "완주다!" 완주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제주마라톤클럽 회원들.ⓒ이재홍 기자

▲ 마무리 스트레칭을 해야 훈련 일정이 끝난다. ⓒ이재홍 기자

자신을 정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외롭고 고된 운동인 마라톤. 그러나 이날 훈련에 임한 이들은 취재 내내 "즐겁다!" "행복하다!"고 외쳤다. 자신과의 싸움은 혼자서 해내야 하지만 그 길을 함께 달리는 이들이 있기 때문일 거라고 감히 추측한다.

완주 후 손을 모아 "화이팅!"을 외치고 길에다 쏟아부은 탄수화물을 보충하기 위해 막걸리를 마시러 해장국 집으로 이동했다. 새벽 달리기 후 활기찬 사람들과 마시는 막걸리. 이 것이야말로 천금에 가까운 특별한 보약이 아닐까.

▲ "제주마라톤클럽 화이팅!" ⓒ이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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