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GO! GO!] ③서귀포마라톤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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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월드컵경기장 광장서 본격적인 훈련 전 스트레칭 중인 회원들. ⓒ김봉현 기자
연속 기획 '마라톤 GO! GO!' 취재팀은 새벽바람을 가르며 서귀포마라톤클럽 일요 훈련장인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새벽 4시. 취재를 위해 악마와 같은 새벽잠을 뿌리친 기자는 내심 취재 대상을 잘못 골랐다며 푸념을 섞었다.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집념과 근성, 부지런함을 가진 마라토너들이 아닌가. 새벽잠 같은 것은 문제도 안되지 않을까.

"아니에요. 매번 엄청난 유혹을 뿌리치고 나와요. 그래도 이렇게 막상 나오면 너무 좋으니까 그 순간은 힘들어도 일어나죠. 마라톤은 나와의 싸움이니까요."

이 날 '물당'을 맡은 오연심(45)씨의 고백이다. 취재 내내 회원들은 '마라톤을 통해 나와의 싸움에서 이긴다!'고 말했는데, 그 시작은 아침잠을 뿌리치고 훈련장으로 나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 이들이 속속 서귀포월드컵경기장 광장으로 모였다.

▲ 서귀포마라톤클럽 양태수 회장. ⓒ김봉현 기자

서귀포마라톤클럽 양태수 회장은 클럽 창립 멤버다.

"한 두명씩 각자 길거리에서 뛰던 사람들을 모아 2004년 서귀포 시청 대회의실에서 창립했습니다."

처음에는 2-3명으로 시작했던 클럽은 이제 6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제주도내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탄탄한 클럽이 됐다.

▲ 서귀포마라톤클럽 사무국장 고상열씨. ⓒ김봉현 기자

서귀포마라톤클럽 사무국장 고상열(50)씨는 마라톤 경력을 묻는 질문에 '얼마 안돼서 3년'이라고 답했다. 3년이 짧은 경력이라고 말하는 고씨는 특별히 겸손한 걸까.

"마라톤이 워낙 힘든 운동이라 중간 포기자들이 많아요. 하지만 일단 그 맛을 알고 5년 10년이 넘도록 마라톤을 해온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마라톤 계에서는 2-3년이면 얼마 안됐다고 말할 수 밖에요."

특별히 겸손을 떤 건 아니라는 얘기.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근성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완주를 하지 않는가.

▲ 배호, 주현미를 들으며 달리는 박정용씨. ⓒ김봉현 기자

박정용(49)씨가 귀에 이어폰을 꽂고 흥엉거리며 나타났다. 기록을 내는 데 이어폰과 플레이어가 귀찮지 않을까.

"배호, 주현미와 같이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면서 뛸 때 그냥 뛰는 것 보다는 지루함이 덜 해요. 마라톤 대회에 실전 참가할 때도 음악을 듣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마라톤을 오래 즐기는 저만의 비법이죠."

이날 훈련은 서귀포월드컵경기장 광장을 출발, 서귀포월드컵경기장 앞 대도로를 따라 서쪽방면으로 5키로를 갔다오는 코스다.

▲ "저는 뛰는 게 너무 좋아요!" 여고시절부터 계속된 달리기 사랑. 오연심씨. ⓒ김봉현 기자

5㎞ 지점에 마련된 물보급소에서 다른 사람들이 뛰는 것을 보고만 있는 게 너무나 아쉬운 물당번 오연심(45)씨를 만났다.

"사실, 물당번 보다는 뛰고 있는 게 더 좋죠. 저는 뛰는 게 너무 좋습니다. 여고시절부터 운동이 너무 좋았어요. 그러다 결혼 후 운동을 안하다 3년 전 클럽 활동 후 본격적으로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여고시절 오씨는 땀 흘리는 것이 너무 좋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운동장을 달려나가던 소녀였다.

"뛰고 땀 흘리는 것 좋이 좋아요. 뛰어본 사람만이 아는 쾌감을 느끼거든요. 그 기분은 본인만이 아는 거에요."

뛰어보지 않고서는 마라톤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점점 느낀다. 매번 뭐가 그리 좋냐고 묻지만 돌아오는 답은 항상 같다. 헉헉 대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뛰어본 사람만이 아는 쾌감이 있다"는 것이다.

▲ ⓒ김봉현 기자

▲ 새벽을 가르는 서귀포마라톤클럽 회원들. ⓒ김봉현 기자

5km 지점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성천(43)씨는 역전 마라톤 대회를 준비중에 있다. 100미터를 질주하는 속도로 냅따 빠르게 달려왔다. 마라톤을 이렇게 빨리 달려도 될까?

"역전 마라톤 대회를 준비 중에 있는데 단시간에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는 훈련 중입니다. 이제 다시 나머지 10km를 빠르게 달려 올라가야 합니다. 순위별, 시간별 경쟁이죠. 자신의 명예도 달려있고요. 특히 3년 전에는 B팀으로 역전마라톤대회에 출전했으나, 이번에는 A팀으로 도전할 것입니다."

말이 끝나자 재빠른 속력으로 달려온 길을 되돌아갔다. 이렇듯 코스는 같지만 회원들 각자가 준비하고 있는 대회 성격에 맞춤형 훈련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 2008 역전마라톤대회를 준비 중인 이성천씨. 5km를 100m를 뛰듯 질주했다. ⓒ김봉현 기자

▲ 김영란씨는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마라톤으로 극복했다. ⓒ김봉현 기자

화장을 곱게 하고 나온 김영란(38)씨는 카메라 앞에서 유독 쑥스러워 했다. 하지만 이내 마라톤을 시작한 깊은 사연을 털어냈다.

"부산에서 제주로 시집을 왔어요. 낯선 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았죠. 야외 활동은 삼가게 되고 집 안에만 있게 됐어요. 밝았던 성격은 낯선 환경으로 인해 우울증까지 앓게 됐고 주변에서도 힘들어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마라톤 클럽에 가입하게 됐어요. 마라톤을 시작한 후로는 자신감을 되찾게 됐고, 예전의 밝던 성격으로 돌아왔어요."

이제는 "대단한 며느리"로 통한다는 김씨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대단치 않다고 손사레를 친다. 마라톤으로 인생 역전을 맛 본 김씨에게 마라톤은 제주의 삶을 즐기게 하는 비타민인 셈이다.

▲ 물 보급소로 들어오며 환하게 웃는 서귀포마라톤클럽 회원들. ⓒ김봉현 기자

▲ ⓒ김봉현 기자

물 보급소에 가장 늦게 도착한 한 여성 회원이 물을 한모금 마신 후 곧 한 남성 회원의 땀을 닦는다. 똑 닮은 행복한 미소를 짓는 이들, 서마클럽 최고의 잉꼬부부인 고재성(46), 윤점미(44) 부부다.

부부가 취미생활을 함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들은 남편 고재성씨가 마라톤을 먼저 권유했다.

"취미 생활을 부부가 같이 하는 것이 가정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마라톤을 시작한 지 3-4년 동안 마라톤 대회도 많이 참가했어요. 처음에는 5km로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10km나 하프를 뛴 경험은 너무 많아 세볼 수도 없고 풀코스도 10여회를 뛰었어요."

▲ 미소가 닮아 있는 고재성, 윤점미 부부. ⓒ김봉현 기자

▲ ⓒ김봉현 기자

부인 윤점미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마라톤 대회를 물었더니 처음으로 부부가 함께 풀코스를 뛰었던 제민일보 마라톤 대회를 꼽는다. 둘 중 누구 하나가 뒤쳐지면 이끌어주고 밀어주며 완주해온 풀코스만도 10여회가 넘었다. 마라톤을 흔히 긴 호흡을 가지고 자신과 싸워야 하기에 인생에 비유하고는 하는데, 이들 부부는 마라톤이, 인생이 결코 외롭지 않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오던 길을 되돌아 출발했던 지점으로 돌아가는 5km다. 마라톤 경력 2-3이면 이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고 하는데, 이들을 따라잡았던 취재차가 3-40km였던 것을 상기하면 절대 만만치 않은 질주다.

▲ ⓒ김봉현 기자

재미있는 것은 완주점에 1등으로 도착하는 이보다는 마지막에 도착하는 이가 더 많은 박수갈채를 받는 다는 점이다. 고요함 속에 도착한 역전 마라톤 준비한다는 이성천(43)씨는 '이봉주도 30km 지점에서는 힘들어 할 것'이라며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0km나 30km까지는 아무나 다 뛸 수 있어요. 그런데 15km를 남겨놓고는 누가 끈기있게 뛰느냐의 문제예요. 이봉주 선수도 30km 지점에서는 힘들어 할 겁니다. 때문에 아마추어들이라도 자기가 준비하는 대회에 대해서는 많은 준비를 해야죠."

▲ 자체 개발한 요가 동작을 선보이고 있는 조성이씨. ⓒ김봉현 기자
완주 후 조성이(48)씨는 자체 개발한 요가 동작을 선보였다. 이 동작을 하면 다리, 허리, 등, 어깨, 목이 한 방에 시원해지는 동작이란다.

조씨는 운동 후에는 언제나 막걸리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고 한다. 술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조씨가 주당도 아니면서 '막걸리 예찬'을 펼친다.

"집안 대대로 술을 거의 못해요. 그런데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20년만에 술을 했죠. 땀 흘리고 난 뒤에 술을 마시니 잘 들어가더라고요. 하지만 여전히 많이 마시지는 않습니다. 마라톤 후에 딱 한 잔 일때가 가장 기분이 좋거든요."

'딱 한 잔'의 맛. 그 맛 때문에 달려온 것이란다.

훈련을 마치며 양태수 회장은 등수를 가지고 재미있는 넌센스 퀴즈를 냈다.

"달리기에서 꼴지를 재끼면 몇 등이 될까요? 2등을 재끼면 몇 등이죠?"

기자는 간단히 우답을 하고 말았다.

"꼴지를 재끼면 거꾸로 2등. 2등을 재끼면 1등 아닌가요?"

"꼴지가 꼴지를 어떻게 이깁니까? 또 2등을 재끼면 2등이 되는 거죠."

그들의 에너지가 전달됐는지 아침 월드컵경기장 광장에서는 웃음소리가 한껏 커졌다. 양태수 회장의 호탕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이렇게 웃으며 오늘 하루를 시작해봅시다!"

▲ "서마클. 힘!!" ⓒ김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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