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제주의 세계적 오지마라토너 안병식 선수
제1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홍보대사’로 나눔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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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 말하는 ‘마라토너’가 있다. 그의 이름 석 자 뒤에는 ‘세계적 오지 마라토너’라는 다소 낯선 수식어가 뒤따른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캔버스 위에 물감 작업보다 사막 같은 오지에 선명한 발자국 그리기에 더욱 미쳐있는 그다.

그러나 여전히 그림쟁이의 꿈을 버리지 않았고, 자신은 사막 같은 오지를 달리면서도 늘 머릿속 캔버스에선 여전히 붓질을 멈추지 않고 있단다. 이달 말 우승의 꿈을 안고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마라톤 대회 참가를 앞둔, 세계적 오지 마라토너 안병식(35) 선수를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 세계적 오지마라토너 안병식 선수. 안 선수는 이달말 사하라 사막마라톤에 참가, 우승을 꿈꾸고 있다.  ⓒ제주의소리
 

사하라 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이래저래 여유가 없는 그였지만 오는 26일 나눔과 기부 프로젝트로 치러지는 제1회 아름다운 제주국제마라톤대회의 ‘홍보대사’까지 흔쾌히 맡아준 그였기에 안 선수를 졸라(?) 내친김에 인터뷰까지 가졌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가 고향인 ‘촌놈’ 안병식 선수의 머릿속과 마음속을 훔쳐보시라.

# 안병식, 그는 어떤 사람?

▲ 안병식 선수 셀프카메라. 2006년 사하라 대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가장 고립된 곳에서 가장 고독하게 달리는 것이 오지 마라토너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오지 마라톤에는 세계 4대 사막 마라톤 대회가 있다. 미국 레이싱더플래닛(4deserts.com)이라는 회사가 주최하는 세계 4대 마라톤 대회는 △중국 고비사막을 달리는 ‘고비의 진군’ △칠레 아타카마사막을 달리는 ‘아타카마 횡단’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을 달리는 ‘사하라 레이스’ 그리고 남극을 달리는 ‘라스트 데저트’로 이뤄진다. 남극도 생물이 존재하지 않고 빙하만 가득한 대륙이라는 점에서 극지사막이다. 마라토너들은 매 대회 때마다 총 거리 250㎞의 사막코스를 6박7일 동안 내내 달린다. 음식 등 비상용품이 든 10㎏ 배낭을 멘 채 말이다. 안병식 선수가 이미 이 4대 사막 마라톤 대회를 완주, 세계에서 27번째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그는 사막 마라톤 첫 출전대회인 2005년 9월 사하라 대회에서 4위, 2006년 고비 마라톤 ‘우승’, 같은 해 아타카마 마라톤 4위,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12월 남극 마라톤을 완주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해냈다.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올해 4월 북극점 마라톤에 참가해 다시 ‘우승’이라는 역사를 썼다. 안 선수는 세계 4대 사막마라톤을 완주했고, 남.북극 마라톤까지 뛴 국내 유일의 마라토너가 됐다. 

▲ 안병식 선수는 이달 26일 열리는 제1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의 '홍보대사'를 맡았다. ⓒ제주의소리
- 안 선수는 미대 출신이다. 화가와 마라토너, 언뜻 잘 연결이 되질 않는다. 그러나 어딘가 연결고리가 있을 것 같다. 대학시절 얘기를 듣고 싶다. 
= 일상생활은 다른 미대생들과 비슷했다. 작업한다고 주로 학교에서 밤샘하기를 밥 먹듯 하고…. 그러나 도서관에는 자주 가지 않았다.(함박웃음) 저 같은 경우는 대학시절을 통해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직업을 갖기 위한 준비작업은 많이 부족했다. 그보단 서양화를 전공한 나의 작업에 대한 고민에 더 충실했던 것 같다. 대학4년이란 과정 동안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도서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취업준비에 찌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흔히 대학생활하면 떠올리는 ‘자유’와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측면선 저는 대단히 자유로웠다. 도서관에만 살진 않았으니까. 하하. 대학생활에서 보냈던 저의 20대 초중반 시절이 제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 그는 제주 표선면 가시리 출신의 '시골뜨기'다. 그러나 어릴적 시골생활이 그림을 그리는데도, 오지를 달리는데도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안 선수는 말한다. ⓒ제주의소리
- 안 선수는 스스로를 ‘촌놈’이라고 할 만큼 시골뜨기다. 고향인 표선면 가시리에서 보낸 유년시절이 그림을 그리는데도, 오지 마라톤을 하는데도 원동력이 됐던 것은 아닌가?
= 그렇다. 나는 촌놈이다. 제주의 자연이 살아있는 중산간 마을 ‘가시리’에서 자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온통 자연 속에서 살았고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여름엔 내창(냇가)에서 보냈고 겨울엔 오름에서 눈썰매를 타며 놀았다. 화가로서의 감수성이나 마라토너로서의 건강함은 모두 시골에서 자란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 대학에서도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어떻게 마라토너가 됐나? 그것도 오지마라톤을….
= 여기저기서 여러 번 대답했던 내용이다. 대학시절 담배에 찌들어 살고 술마시기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운동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포레스트검프’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톰 행크스가 주연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그가 미대륙을 횡단하며 달리는 장면이 매우 인상 깊었다. 영화였지만 대단히 멋있다는 생각이 꽂혔다. 그때 나도 언젠간 저렇게 해봐야지 하는 결심을 한 것이다. 그래서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학교운동장을 단 두세 바퀴만 뛰어도 머리가 핑핑 돌고 말이 아니었다. 그러다 1998년 제주대학교 건강마라톤대회에 출전해 처음 5km를 완주하고 나니까 10km를 뛸 수 있었고 그 다음엔 하프코스, 풀코스, 100km 울트라까지 뛸 수 있게 됐다. 철인3종도 했다. 그런 중에 우연찮게 사하라 사막마라톤대회가 있다는 걸 알고 참가했던 것이 오지마라톤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동기다.

- 사막은 보통사람들에게는 미지의 대상이고, 때론 두렵기도 한 그런 곳인데.
= 사하라사막대회를 알고 나서도 참가 결정을 할 때까지 고민과 두려움이 많았다. 용기도 없었고 사막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컸다. 뜨거운 태양과 모래, 그리고 250km라는 엄청난 거리를 완주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2005년 사하라 대회에 참가를 결정했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500만원을 전부 투자해 사하라 대회에서 뛰었다. 뛰고 나니까 너무 잘했다는 생각과 완주해낸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당시 500만원이면 내게 매우 큰 돈이었지만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그 강력한 기억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게 됐다.

▲ 2006년 중국 고비 사막마라톤대회에서 달리는 안병식 선수
- 당시 사하라사막 마라톤대회가 첫 출전이었는데도 성적이 좋았다고 들었다.
= 좋은 것은 아니데….(쑥스러운 웃음) 전세계 107명 참가 선수 중 30명이 대회 도중 기권.탈락해 77명이 완주했고, 그 중 4위로 들어왔다. 얼마전 <제주의소리>에 소개됐던 시각장애인인 전주시 송경태 의원도 사하라대회에서 같이 뛰었다.

- 사하라 대회 이후에도 도전은 계속됐고 좋은 성적도 기록한 것으로 안다.
= 사하라 대회에서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고 그 이듬해인 2006년 6월에 중국 고비사막대회에 참가했다. 거기서 당당히 우승했다. 태극기를 들고 결승점을 통과해 너무 기뻤다. 내친김에 같은 해 8월 칠레 아타카마 사막마라톤에도 참가해 4위로 완주했고, 10월 제주MBC협찬으로 사하라 대회에 다시 참가해 3위를 기록했다. 가장 큰 성과는 ‘죽음의 레이스’로 불리는 대표적인 사막대회 3개를 모두 완주했다는 자신감이다.
2007년 12월엔 130km의 남극마라톤에 참가해 3위를 기록했고, 올해 6월엔 북극점 마라톤(42km)에 참가해 우승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 북극점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안병식 선수. 얼굴에 온통 얼음투성이다. ⓒ제주의소리
- 사막이나 남.북극 모두 ‘오지’다. 그런 곳에서 인간한계에 도전한다는 것이 두렵지 않은가?
= 처음엔 분명 사막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설레임’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어린 시절 소풍가기 전날이면 밤잠을 설치던 것처럼 이젠 대회를 앞두면 설레는 마음 때문에 안달이다. 저는 오지마라톤에서 많은 것을 경험했고, 새로운 세상과 만난다. 또한 세계 각국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이 너무 즐겁고 많은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 이제 그림 작업은 그만 둔 것인가.
= 지금은 붓을 들고 있지 않지만 그림 작업을 그만 둔 것이 아니다. 오지마라톤도 그림공부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뛰면서도 그림 구상을 한다. 세계 각국 대회에 참가할 때면 현지 미술관을 꼭 둘러보면서 안목을 넓히고 있다. 머지않아 전시회도 하고 싶다.

- 명함에 새겨진 ‘아웃사이더’ 어떤 의미가 있나?
= 그거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사실 알고보면 별것 아니다. 대학시절 대중가수인 ‘봄여름가을겨울’이란 팀을 좋아했다. 겨울 콘서트를 본 적이 있는데 완전히 ‘뿅’ 갔다. 너무 멋있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 중에 ‘아웃사이더’란 노래가 있는데 ‘더부룩한 머리에 낡은 청바지 며칠씩 굶기도 하고’로 시작되는 가사 내용이 저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를 ‘아웃사이더’라고 자칭했다.(웃음) 그러나 여전히 나는 아웃사이더다. 우리 사회가 개인보다 집단이 우선하는 사회이긴 하지만,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풍토가 아쉽다. 인간이 다 똑같을 수 없는 것인데, 남들과 다르면 뭔가 튄다는 생각…. 그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다보니까 집단으로부터 왕따 되는 문화가 생기는 것이다. 그건 아쉽다.

▲ 안병식 선수의 눈빛이 매섭다. ⓒ제주의소리
- 오지마라톤을 하면서 앞으로 어떤 목표가 더 있나.
= 흔히 저를 소개할 때 한국인 최초의 ‘그랜드 슬램’이니 뭐니 하는 꼬리표가 붙는다. 모두 언론이나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그랜드슬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은 늘 대회에 참가하면서 배우는 ‘경험’이 중요하다.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남극에 다녀온 후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고 말한 것처럼 어차피 한번뿐인 인생을 살아있는 동안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그리고 아직 오지마라톤이 우리나라에선 대중화되어 있지 않다. 외국 많은 곳에선 붐이 일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대중화될 것이다. 오지마라톤을 대중화시키는데도 역할을 하고 싶다.

- 외국대회에 참가해보면 제주도의 자연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 것 같다.
= 지난 8월 유럽 알프스 산악마라톤에 다녀왔다. 독일을 출발해 오스트리아를 거쳐 이탈리아 북부 산악지역까지 달리는 300km 마라톤이었다. 거기서 느낀 점인데 알프스는 너무 보존이 잘 되어 있다. 분명한 것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보존이 우선이고 개발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여실이 보고 느꼈다. 제주도의 미래도 자연은 최대한 보존하고 살리면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가야한다.

▲ 사하라 사막마라톤 대회
▲ 안병식 선수는 미술을 전공해서인지 사진도 수준급이다. 물론 그 스스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안 선수가 촬영한 사하라 사막마라톤 대회
- 안 선수는 최근 <제주의소리>가 개최 준비에 한창인 ‘제1회 아름다운 제주국제마라톤’ 대회의 ‘홍보대사’를 맡아 주었다. 대회 참가자들과 독자들께 인사 한마디 해달라.

= 제주의소리, 탐라대학교, 아름다운가게가 공동으로 주관주최하는 이번 제1회 아름다운 제주국제마라톤대회의 취지가 ‘기부와 나눔’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마라톤 참가자들이 낸 참가비 50%가 서남아시아의 수해재민들에게 기부되는 나눔행사라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참가자들의 나눔의 정신도 아름답고, 대회 취지나 정신도 아름답다. 또한 대회 코스인 김녕 해안도로도 아름다운 코스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대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번 대회 홍보대사를 맡고도, 우승을 목표로 사하라 사막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달 23일 10여일 일정으로 제주를 떠나기 때문에 아름다운 마라톤대회에 직접 뛰지 못하는 점은 못내 아쉽다. 그러나 홍보대사로서 내년 대회에는 꼭 참가해 대회 취지를 실천하겠다. <제주의소리> 파이팅!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북극점 마라톤대회에서 안 선수가 촬영한 북극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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