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만나는 인사마다 ‘절래절래’ 예정자 선임 ‘난항’
청문회검증 부담도 한몫…결국 ‘행정가’출신카드 꺼내나?

제주도 감사위원장 공석 사태가 길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제주도가 다각도로 적임자 물색에 나서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대부분 고사, 제주도가 후보자 내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임시회(24일) 이전까지 감사위원장 후보를 내정하겠다”던 약속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 후보자 명예 때문에 함구? 아니면 적임자가 없어서 함구?

제주도는 지난 10월2일자로 신행철 초대 감사위원장이 퇴임함에 따라 후임자 물색에 나서고 있지만 23일 현재까지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후보자 내정에 어려움을 겪자 23일에는 의회에도 이 같은 고충을 털어놨다.

김태환 지사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제주도의회 임시회가 열리기 전까지 매듭을 짓겠다”고 공언한 만큼 약속을 지키기 못할 사태에 미리 대비하자는 차원이기도 하다.

이날 협의에서 제주도는 “지역사회에서 신망을 받는 원로급은 물론 제주출신 출향인사 가운데 거물급을 물망에 올려 다각도로 접촉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 고사하고 있다”고 고백(?), 이번 임시회 이전에 감사위원장 임명동의안 제출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용하 제주도의회 의장은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이번 임시회에서는 (감사위원장 청문 및 임명동의안 처리가) 사실상 힘들다. 설령 내일(24일)까지 제출하더라도 청문회 준비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이번 임시회 회기 내에는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후보자 내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장·차관 등 고위직을 거친 인사들의 경우 정무2급(보수 기준) 자리인 감사위원장을 기피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다 내정자는 제주도의회의 검증절차(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하는 부담이 만만찮은 점 또한 선뜻 수락하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 돌고 돌아 고위공직자 출신 중에서 선택?…공직자 출신 몇몇은 ‘눈독’

제주도는 김 지사가 도민들과 약속한 사안인 만큼 24일까지 감사위원장 후보자 내정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약속 시한이 다가왔음에도 후보자 윤곽조차 떠오르지 않는 것과 관련해, 도청 안팎에서는 김태환 지사의 ‘인력풀’이 바닥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행정가 출신’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 고위공무원 출신으로 현재 감사위원을 맡고 있는 O씨의 경우는 아직까지 감사위원장 자리에 미련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고직공직자 출신 중에는 제주도의회 사무처장을 역임한 K씨와 행정부지사를 역임한 P씨 등이 여전히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명예 퇴임한 K씨의 경우는 “1급으로 퇴임했는데 2급 자리에 갈 수 있느냐”며 물망에 오르는 것조차 불쾌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감사위원장 임명절차는 김태환 제주지사가 예정자를 지명, 제주도의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도의회는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태환 지사가 어떤 인사를 감사위원장 후보자로 내정할지, 제주도의회는 또 어떤 선택을 할지에 도민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