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당국 말만 믿고 시작한 실패한 '호접란 대미수출'

안녕하십니까?
저는 1999년부터 제주도에서 역점 추진 사업으로 선정되어 추진해온 '호접난 대미 수출 사업'에 참여한 농가의 자식입니다.

제주도는 99년 1월 호접란 수출시범단지 조성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2000년 호접란 수출 연구용역을 실시한데 이어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현지에 있는 호접란 농장 부지를 매입하는등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의 현지 농장 매입 및 시설 보완, 종묘 구입비 지원, 호접란 미국 수출경비 지원 등으로 총 62억3600만원을 투입하고 올해 역시 비닐하우스 시설비 등 16억원이 투입되는 등 78억여원이 소요됐습니다.

하지만 제주도와 수출대행 업체로 선정된 '제주교역'의 기술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미국현지 비닐하우스 시설과 부대시설 준비가 전혀 진행이 되지 못했다 말할 만큼 부진하여 농가에서 재배중인 호접란이 제때 수매되지 않고 썩어버리는 등 손실이 발생, 결국 농가들이 사업 포기 진정을 도에 제출하기까지에 이르렸습니다.

호접란 재배 및 처리실태를 보면 2001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차로 재배한 수량은 총 76만5000본으로 이중 18만1000본만 수출됐고, 2차 재배된 생육기간 15개월 이하의 호접란 50만본까지 합할 경우 앞으로 농가들이 처리해야 할 호접란은 100만여본에 이르고 있습니다.

개화시키기 위해 옮겨 심은 호접란은 10개월 이내에 처리해야 하는데, 호접란 수출이 안 돼 1년 이상 키우다 보니 호접란이 계속 죽어가고 있고, 올 여름 고온 다습한 날씨 탓에 '무름병'에 걸려 썩어 가는 호접란이 쌓여 과수원 한쪽에 산을 이루고 있습니다.(첨부파일)

제주도 관련 공무원들의 대책이라고 하는 안을 들어 보면 정말 답답합니다.

이미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 갔는데도 아무런 성과가 없음에도 본 계획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제주도와 제주교역은 미국 현지 농장의 호접란 10만본을 처분하고 LA 현지 농장 인근에 이용 가능한 시설을 임대해 20만본의 호접란을 수용하는 등 앞으로 연내 30만본의 호접란을 수출하겠다고 합니다.

이러한 예산이 남아 있다면 실패를 인정하고 그 예산으로 농가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수출을 포기하는 농가는 지금까지 보조금을 모두 반환하라고 협박(?)까지 하는 상황이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농가의 소득을 증대시켜주는 못할 망정 빚만 더 증대 시켜주려 하고 있습니다.

적기에 수출하지 못한 호접란들이 썩어가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연일 일당을 주며 사람들을 고용하여 처리해야하는 2중고에 저희 어머니의 마음도 같이 썩어 가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일을 하고 들어 오신 저희 어머니는 밤에는 눈물로 지세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아들의 마음은 정말 아타깝고 답답하여, 지켜볼수만은 없어 이렇게 글을 남김니다. <썩어가는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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