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아울렛 개발에 부쳐...

살아갈 권리를 갖기 위해서는 살아남을 수 있는 ‘자격’이 필요한가?

프랑스의 소설가인 할머니 비비안 포레스테의 「경제적 공포」에서 현대인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권력과 재산 그리고 당연하다고 공인된 특권을 소유하고 있는 극히 적은 무리의 소수 인들은 이미 자동적으로 이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류의 대부분의 나머지 사람들로 말하자면 그들이 살아남을 ‘자격’을 갖기 위해서는 사회에, 그리고 그 사회를 지배하고 관리하는 경제구조에 ‘유용한’ 자들임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당연히 ‘살아갈 권리’는 박탈되어진다.

몇 년 앞으로 다가온(?) 쇼핑 아울렛 개발은 제주에 있어서 새로운 경제 매카니즘이며 여기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즉 제주인에게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을 묻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와 개방화의 물결 속에서 지구촌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개방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하지만, 거듭 다시 한번 말하고자 한다.

지역개발로 지역상권이 무너지고 지역경제가 무너지는데도 그 개발이 필요하다면 그것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 수백 년 동안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삶의 터전을 가꾸어온 이 땅의 민중들의 삶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4년에 걸친 감귤 값의 하락은 제주 경제의 밑바닥을 뿌리 채 흔들고 있음은 모두가 아는 바다. 제조업이 전무하다시피 하는 제주 경제의 구조를 감안해 볼 때 지역상권은 지역 경제의 허리에 다름 아니다.

쇼핑 아웃렛이 들어설 때 지역상권이 무너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임에도 이의 추진을 강행하는 것은 제주도민의 자존과 자립경제의 기반을 흔들고 풀뿌리 지역경제를 초토화 시킨다고밖에 볼 수 없다.

분명히 밝혀둔다. 우리는 이 땅에 조상 대대로 뿌리를 박고 살고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린 ‘살아남을 자격’이 있다. 날아온 돌멩이가 붙박이 바위를 쳐낼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심지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모아서 가져가는 그런 해괴망측한 행태도 이젠 사라져야할 구시대적 작태이다.

민물고기가 바다로 나갈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이다. 그것은 제주의 현실을 외면한 어떠한 개발도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려온다는 뜻이다.

“어떠한 형태의 제주 국제 자유도시든 그것이 성공하려면 깨어있는 시민, 경쟁력 있는 도민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 제주 국제 자유도시의 추진은 어디까지나 도민참여 및 공감대 형성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 국제 자유도시 사업이 도덕성을 가질 수 있다”

제주 발전 연구원 고충석 원장의 말씀이다.
제주도와 제주 개발센터에 반드시 전해드리고 싶은 진리이다.

-인간을 이용하려는 불행보다 더 끔찍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용당할 기회마저 상실하였다는 사실이다-

김태석님은 제주지역경제살리기범도민대책위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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