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8] "손지오름" "윤드리오름" "바우오름"

제주에는 오름이 있어 좋다.  제주의 동쪽 송당지역은 아름다운 오름이 있어 더욱 좋은 곳이다.  그중에서도 아름답지만 많이 찾지 않는 오름이 손지오름이다.  용눈이오름 가기 전에 있는 손지오름은 겨울보다는 가을에 와야 감칠맛이 난다.  억새의 장관 때문이다.  따라비오름의 억새와 손지오름의 억새, 그리고 두오름이 풍기는 분위기가 아주 비슷하다.  손지오름은 한라산의 손자라하여 제주어로 손지오름이라 불리워 진다.  어떤이는 표선면에 있는 따라비오름의 손자라하여 손지오름이라 부르기도 한다.  따라비오름, 장자오름, 모지오름, 새끼오름, 손지오름이 가족과 관련하여 붙혀진 이름이지만 제주사람이 그렇듯 모두가 한라산의 아들, 딸이 아니겠는가. 

▲ 손지오름과 한라산 ⓒ 김홍구
▲ 손지오름 굼부리 ⓒ 김홍구

손지오름은 해발 255.8m, 비고 76m 이다.  가을의 억새가 좋고 올라보면 어느 오름 못지 않게 풍광이 아름답다.  하늘이 잔뜩 흐리다 갑자기 어두워진다.  하늘의 구름빛이 손지오름의 능선과 어우러져 묘한 기분이 든다.  그저 조용하고 스치는 바람만이 물기가 빠져버려 남아 있는 억새줄기만 흔들고 있다.  억새를 헤치며 걷는다.  조그마한 길이 저 아래에 방목하고 있는 말이 지나다니는 길인 것 같다.  바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자연과 함께 하는 휴식이 필요한 법이다.  아기자기한 길을 걷다보면  삶의 고통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손지오름에서 바람타는 오름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 손지오름능선과 구름 ⓒ 김홍구
▲ 손지오름 능선 ⓒ 김홍구

오름에 오르다 보면 처음 눈에 들어오는 오름이 동쪽에 있는 용눈이오름이다.  용눈이오름은 손지오름에서 봐야 제격이다.  아름답다.  고운 자태를 말없이 드러낸다.  정상에서면  동거문이오름의 웅장한 모습이 압권이다.  동거문이도 손지오름에서 봐야 한다.  굼부리에 내려서자  억새소리가 환상적으로 들린다.  굼부리 안으로 실려온 바람이 억새를 차례로 뉘이며 사각거리다.  어느덧 귓가에는  억새의 소리가 굼부리를 휘돌아 감돌게 하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의 음향이다. 누가 이런 소리를 듣겠는가.  자연과  교감이 이루어지는 느낌, 자연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 느낌이 좋다.  자연이 나를 사랑하기 보다 내가 자연을 사랑하는 것이 이리도 행복할 줄이야.

▲ 손지오름에서 바라본 용눈이오름 ⓒ 김홍구
▲ 손지오름 굼부리 ⓒ 김홍구

굼부리의 아름다운 능선에 올라 보면 오름의 향연이 펼쳐진다.  가까이에만 보더라도 좌보미, 동거문이, 높은오름, 다랑쉬, 아끈다랑쉬, 돗오름, 둔지오름, 용눈이, 윤드리오름 등 이름만 들어도 좋은 오름들이 많다. 가을의 억새가 지고 순백의 겨울이 곧 다가 오지만 오름은 그 나름대로 아름다운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다.

▲ 좌보미-동거문이-높은오름 ⓒ 김홍구
▲ 돗오름-둔지오름-다랑쉬 방향 ⓒ 김홍구
▲ 다랑쉬-아끈다랑쉬 ⓒ 김홍구

발길을 돌려 용눈이오름을 지나 윤드리오름으로 향한다.  오름 모양이 넓은 들에 달이 숨어 있는 형상이라 하여 붙혀진 이름이지만 어원을 달리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넓은 들판에 누워 있는 오름이라 하여 윤드리오름이라 불리워지기도 한다.  해발 179.6m, 비고 75m 이다.

▲ 윤드리오름 ⓒ 김홍구

윤드리오름에는  전설이 있다.  중국 진시황 때의 일이다.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쌓아 나라를 든든히 해 놓았으나, 지리서를 펴놓고 보니 제주도의 지리가 심상치 않았다. 그 혈(穴)들이 인걸만 쉴 새 없이 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시황은 이 인걸들을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하여야겠다는 생각에 호종단(胡宗旦  고종달이)을 불러 제주의 물의 혈을 끊으라는 지시를 내린다. 좋은 샘물이 없으면 인걸이 못 나올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호종단은  종다리(구좌읍 종달리) 바닷가로 배를 붙여 들어왔다.   당시 종달리는 현재의 위치가 아니었다. 현재의 구역이긴 하지만, <윤드리목(은월봉)>이라는 산 앞에 <넙은드르>라는 평지가 있었는데, 이 평지의 <대머들>이라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 마을을 이루게 된 것은 그 곳의 토질이 좋을 뿐 아니라 그 곁에 <물징거>라는 좋은 생수가 솟아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종달이는 이 제주 섬에 오자마자 맨 먼저 이 종다리의 <물징거> 물의 혈을 떠 버렸다. 그래서 물은 나오지 않게 되고 물이 솟아 나왔던 구멍만이 지금도 남아 있다.    물이 끊어지자 동네 사람들은 차차 물을 찾아 바다 쪽으로 내려와서 지금의 종달리가 이루어진 것이다.

▲ 윤드리오름에서 바라본 다랑쉬-아끈다랑쉬-둔지오름 ⓒ 김홍구

정상에 오르다 보면 북서쪽으로 다랑쉬와 아끈다랑쉬가  겹쌓여 보이고 둔지오름이 저 멀리에 보인다.  동쪽으로 지미오름과 우도, 멀미오름고, 바우오름과 성산일출봉, 왕메오름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남서쪽으로는 좌보미, 용눈이, 손지오름, 동거문이가 살짝 보이고 높은오름 넘어 한라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름에도 이렇듯 자연의 아름다움은 존재하고 있다.  북동쪽으로 향한 굼부리는 밭으로 개간되어 있으며 말을 키우는 목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 윤드리오름에서 바라본 좌보미-용눈이-손지오름-높은오름 ⓒ 김홍구
▲ 지미오름-멀미오름-성산일출봉 ⓒ 김홍구

성산일출봉 가기 전에 아담한 오름이 있다.  식산봉으로 알려진 바우오름이다.  바위가 많다고 해서 붙혀진이름이다.   해발60.2m, 비고 55m 이다.  오조리포구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다.  제주시에 있는 삼무공원도 원래의 이름이 베두리오름이다.  돌이 별처럼 많다고 해서 붙혀진 이름이다.  이 고운 이름을 개발목적에 맞게 고쳐 부르는 것은 지양해야 할 일이다. 

▲ 바우오름 ⓒ 김홍구
▲ 용눈이오름에서 바라본 바우오름과 수많은 오름 ⓒ 김홍구

오조리포구와 성산일출봉과 너무나도 잘 어우러지는 바우오름은 황근의 자생지이기도 하다.  주로 바닷가에서 자라며  꽃은 7∼8월에 핀다.  나무껍질에서 섬유를 채취하여 사용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에서만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황근나무와 열매 ⓒ 김홍구

정상에 오르면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소나무 사이로 선명하게 눈에 들어 온다.  바우오름을 비롯하여 제주동쪽에 있는 오름들은 다가오는 2010년 새해  해돋이 구경에 아픈 몸살을 앓을 것이다.  자신의 안녕을 바라기위해 오름에 오르는 것은 좋지만 자연의 안녕도 같이 기원했으면 한다.

▲ 바우오름에서 바라본 우도 ⓒ 김홍구
▲ 바우오름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 김홍구

바닷가에 서면 성산일출봉의 웅장함과  쑥부쟁이와 어우러진 바우오름이 있다.  가끔 너무나도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에 어우러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여기 바우오름만해도 그렇다.  인간이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제주라는 것에 감사한다.  지나치게 자연을 아끼려 이리저리 등산로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쑥부쟁이와 바우오름 ⓒ 김홍구
▲ 성산일출봉 ⓒ 김홍구

2010년에는 인간과 자연이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모든 분들에게 행복과 즐거움이 가득한 경인년 호랑이해가 되기를 바란다. 

▲ 성산일출봉 ⓒ 김홍구
▲ 좌보미오름-손지오름-높은오름 ⓒ 김홍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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