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읍 상모·안덕면 사계리 해안서 동물화석 수천점도

기원전 5만년. 중기구석기 시대 유물로 추정

아시아에선 최초로 구석기시대 사람 발자국 화석이 대정읍 상모리 및 안덕면 사계리 해안가 일대에서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6일 "아시아 최초의 사람 발자국 등 대규모 화석이 발견된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상모리 및 안덕면 사계리 해안가 일대를 2004년 2월 5일자로 화석의 중요성 및 훼손방지를 위하여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가지정하고 출입통제 등 긴급 보존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사람 발자국 화석 등은 한국교원대학교 김정률 교수가 한국과학재단(이사장 김정덕)으로부터 지방대학 우수 과학자 육성 지원을 받아 '포유류와 조류 발자국 화석에 대한 고생물학적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중 지난해 10월 충북과학고등학교 김경수 교사와 함께 발견했다.

발견 화석지의 지층 생성 시기는 약 5만년 전으로 추정되는 신생대 제4기 후기 플라이스토세(중기 구석기시대)로 발견된 지층은 수중화산 분화활동에 의해 형성된 응회암 퇴적층이다.

새로 발견된 화석은 사람 발자국을 비롯해 말과 코끼리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화석으로,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사슴, 새 등의 발자국의 화석과 기타 물고기, 연체동물, 절지동물(게류), 식물(목련잎으로 추정) 등 다양한 종류의 화석과 함께 발견됐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사람발자국 화석, 전세계적으로 희귀. 세계에서 일곱번째

문화재청은 "특히 이번 발견된 것중에 가장 주목할 점은 100여 점이 발견된 사람 발자국 화석으로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것이자 세계에서는 일곱 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발견"이라고 높게 강조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사람 발자국 화석은 탄자니아, 케냐, 남아공화국, 이탈리아, 프랑스, 칠레 등 6개국으로 이번에 대정읍 상모리와 안덕면 사계리에서 발견된 사람 발자국 길이(足長)는 약 21㎝에서 25㎝ 정도이며, 발자국은 발뒷굼치(heel), 중간 호(medial arch), 앞굼치(ball)가 특징적으로 잘 나타나고 있어 외국 사례와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선사시대 우리민족의 유일한 발자국 추정.
빌레못 유적과 관련성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

김정률 교수에 따르면 "사람 발자국 화석은 아시아 최초의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의 발자국 화석으로, 과거 제주도에서 생활하였던 구석기인의 직접적인 인간활동의 증거로서 한반도에 남겨진 선사시대 우리 민족의 유일한 발자국으로 추정되며, 약 5만 년 전 한반도에 살았던 우리 조상의 신체구조 등을 유추할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발자국 화석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류의 이동 경로 해석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며, 과거 제주 빌레못 동굴에서 발견되었던 구석기 유적과의 관련성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발자국 화석도 희귀, 제주마 기원 밝히는 열쇠
한반도 일대 코끼리 서식 추정, 주요한 단서

말발자국 화석 또한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미국과 탄자니아에서만 보고됐는데, 이번에 발견된 제주화석은 길이와 폭이 7~9cm 가량되는 원형으로, 뒷부분에는 역 V자형 자국이 뚜렷하다. 이는 몽골말에서 그 유래를 구하는 제주마 기원을 구명하는 열쇠가 될 수있을 전망이다.

코끼리로 추정되는 동물발자국은 약 20cm로 원형에 가깝다. 북한에서 이빨화석이 발견된 바 있으나, 이번 발견으로 한반도 일대에 코끼리가 서식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주요한 단서다. 구석기시대 코끼리화석은 미국, 탄자니아, 아르헨티나, 일본에서만 보고됐을 뿐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 중에서도 코끼리 발자국에 대해서만큼은 "추정"임을 강조하고 있어 그 진위여부는 나중에 드러날 전망이다.

제주가 고고학, 고인류학, 고생물학 및 고생태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부각하는 전환점

문화재청은 이번 발견에 대해 "고고학, 고인류학, 고생물학 및 고생태학 분야의 연구에서 제주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세계적으로 부각케하는 전환점을 이룬 것"이라고 평가했다.

6일 덕수궁미술관에서 문화재청이 긴급히 마련한 관련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인규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위원장도 "이것은 세계적 발견"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

한편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가지정 하고 출입통제 등 긴급 보존조치를 취한 지역은 대정읍 상모리 626-2와 안덕면 사계리 3530-4번지 상의 해안도로 지선에 접한 해역으로 지정면적은 49,912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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