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다래오름(애월)- 빈네오름

요즘은 오름 다니기에 적격이다.  오름다니는 사람들은 토,일요일에는 비가 오지말라고 하늘에다 빈다.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그게 어디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는가.  자연의 조화인것을. 

큰바리메와 족은바리메 사잇길로 접어들어 가면 수많은 오름으로 갈 수 있는 숲속의 길이 있다.  노리오름과 한대오름, 안천이오름과 웃,알거문들먹 그리고 다래오름이다.  아름다운 삼나무 길을 지나면 광활한 공초왓이 보인다. 지금은 다른 작물을 재배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초왓이라 불린다.  공초왓 너머에 다소곳이 있는 오름이 다래오름이다.  공초왓이란 "곰취밭"을 일컽는 제주어이다.  곰취나물은 지금이 제격이다. 곰취는 깊은산의 습지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잎에 톱니가 있으며 여름에 노랑색 꽃이 핀다.  어린잎은 나물로 먹는데  짱아찌를 담거나 김밥의 재료, 쌈밥, 돼지고기를 먹을때 싸서 먹으면 맛이 일품인데 독특한 향이 있어 미각을 자극한다.  동의나물이라는 독초가 있는데 그모양이 비슷하여 탈이 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하여야 한다.

▲ 다래오름 ⓒ김홍구

▲ 빈네오름과 다래오름 ⓒ김홍구

다래오름은 다래낭이 많다고 하여 붙혀진 이름인데 "높다, 고귀하다, 산"의 뜻을 지닌 고구려어인 "달, 다래, 달이" 가 변해서 된 것이라고도 한다.  북동쪽으로 난 말굽형분화구를 가지고 있으며  표고 696.5m,  비고 87m 이다.  다래나무는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덩굴 식물로 길이가 꽤 길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약재로 쓰고 있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많은  증상을 치료하고 식욕부진과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 다래오름 ⓒ김홍구
▲ 큰바리메-족은바리메오름 ⓒ김홍구
▲ 알거문들먹-웃거문들먹-한대오름 ⓒ김홍구

공초왓에서 바라보는 바리메오름이  정겹다. 또한 알거문들먹과 웃거문들먹, 한대오름능선이 부드럽게  다가온다. 다래오름은 오름의 동쪽에서 오르면 쉽게 오를 수 있다.  시원한 나무그늘이  땀방울을 식혀주고  지저귀는 새소리는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정상에 오르면 한라산과 웃세오름, 삼형제오름, 한대오름이 다래오름과 일직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돌오름, 이돈이, 영아리, 빈네오름의 풍광이 펼쳐져 있다.  이름모를 버섯과 나무형태로 굳어버린 용암류가  정상을 이어주는 능선에 있다. 

다래오름과 빈네오름사이에 골프장이 들어서 있다.  오름과 곶자왈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현장이다.  얄밉게 들어선 골프장이 제주도내에만 예정된 곳까지 40여개에 이른다니 중산간지대를 빙 둘러가며 들어선 골프장이 일제 강점기때 만들어진 병참도로(일명 "하찌마끼" 도로)보다 더한 심각함이 있다.  제주는 자연이 생명이다.  골프장 아래에 위치한 마을은 골프장에서 내리는 농약에 오염된 물을마셔야 할 때가 곧 올 것이다.  자연이 없는 제주를 생각해 보았는가. 경제논리에 밀려 이미 뒷전이 되어버린 제주의 자연은 말라 비틀어져 가고 있다. 서서히 병들어 자신이 병에 걸린 줄도 모르고 죽어가는 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주사람들은 정말 각성해야 한다.  
                                         

▲ 한라산과 한대오름 ⓒ김홍구

▲ 돌오름-이돈이-영아리-빈네오름 ⓒ김홍구

▲ 오름을 파고든 골프장 ⓒ김홍구

다래오름을 빙돌아 내려오다 참꽃을 만났다.  계곡에 피어 있는 참꽃이 참으로 아름답게 피어 있다.  얼마전에 안덕계곡에서 참꽃축제가 있어 참꽃복원사업도 하였는데  봄날에 산속에서 보는 또하나의 즐거움이다.  다래오름은 안덕에도 있고 영실입구에도 있다.  어느 다래오름이든 다녀올때마다 뇌아리는 노랫소리가 있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청산별곡이다.  속세를 떠나 청산과 바닷가를 다니면서 노래한 것으로서, 당시의 생활감정이 잘 나타난  고려가요의 하나로 꼽힌다.  

▲ 참꽃 ⓒ김홍구

빈네오름을 가려면 다래오름에서 남쪽으로 내려와야 하나 골프장으로 인하여 출입이 쉽지  않다.   차를 타고  이동을 하기로 했다.  봉성교차로에서 오르다 보면 화전마을이 나온다. 화전마을의 옛이름은 "솔도"이다.  이곳이 예전에는 솔잎이라든지 솔똥(솔방울), 솔칵(관솔-송진이 엉긴 소나무의 가지나 옹이)등을 채취하기 위하여 다니는 통로라해서 붙혀진 마을 이름이다.  옛적에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어릴적 대부분은 어멍, 아방손에 이끌려 가까운 오름에 한번쯤은 가보았으리라. 

▲ 빈네오름 ⓒ김홍구

빈네오름은 이 솔도에서 오른다.   표고 658.6m, 비고93m 이며 남서쪽으로 난 말굽형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오름의  모양새가  빈네(비녀의 제주어)와 닮았다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솔도에서 보면 영락없는 빈네의 모습이다. 이 마을에서 보면 멀리 한라산과 한대오름자락, 빈네오름, 폭낭오름, 왕이메오름, 이돈이오름이 마을을 포근하게 둘러산 모습이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소롯길로 찔레나무의 가시가 쉬어가라고 자꾸만 길을 막아선다.  어느정도 오르면 서쪽으로 탐라국  왕이 제사를 지냈다고 하는 왕이메오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 바로 못미처 일제강점기에 수직으로 뚫은 진지동굴이있다.  일본은 이곳저곳에 수많은  진지동굴을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만든 진지동굴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 빈네오름 ⓒ김홍구

▲ 왕이메오름 ⓒ김홍구

▲ 진지동굴 ⓒ김홍구

남쪽정상에 서면 한라산방향과 남쪽, 서쪽에 있는 오름군들이 모두 보인다.  한라산, 돌오름, 이돈이, 영아리, 골른오름, 조근대비오름, 왕이메오름이 보인다.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향한다.  근처에 있는 골프장에서 들리는 골프객들의 요란한 소리가 사납게 들린다.  북쪽정상에 오르면 다래오름 좌우로 큰바리메와 큰노꼬메가 빼꼼이 보이고 안천이오름과 웃,알거문들먹과 한대오름이 한라산과 어우러져 있다.  떡윤노리나무에서는 하얀꽃이 소담스럽게 피고  그 아래에는 찔레꽃이 나도 질세라 환하게 얼굴을 내민다.  거품벌레가 하얀 거품으로 자신을 감싸고 그늘에는 천남성 열매가 이제 막 초록색빛을 발하고 있다. 

▲ 한라산-돌오름-이돈이-영아리-골른오름-조근대비-왕이메 ⓒ김홍구

▲ 큰바리메-다래-큰노꼬메-안천이-알거문들먹-웃거문들먹-한대오름-한라산 ⓒ김홍구

▲ 찔레꽃 ⓒ김홍구

▲ 떡윤노리나무 꽃 ⓒ김홍구

▲ 거품벌레, 천남성 열매 ⓒ김홍구

▲ '오름몽생이' 김홍구 객원기자 ⓒ제주의소리

서쪽으로 내려오다보면 빈네오름의 분화구안에 골프장에서 만든 시설이 들어서 있다.  골프공들이 널려 있고 관리도 안되어 있을 뿐더러 분화구안에 이런 시설물이 있는 자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발자욱 소리에 놀라 뱀이 달아난다.  그곁에는 들판에서 놀다 지치면 먹었던 아련한 추억속의 삥이가  오랫만에 눈에 띤다.  그와중에서도 등심붓꽃과 구술붕이는 예쁘게 피어 오름몽생이에게 환한 미소를 짓게 해준다.

  

▲ 폭낭오름-괴오름과 다래오름 분화구의 골프공 ⓒ김홍구

▲ 뱀, 삥이 ⓒ김홍구

▲ 등심붓꽃 ⓒ김홍구

▲ 구슬붕이 ⓒ김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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