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환경을 고려한 유일무이한 '하늘연못'

지난 8월 10일자 <제주의소리>에 실린  <박경훈의 제주담론>4.3공원 글 중 돌박물관에 대한 내용들을 살펴 볼 때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그러한 부분만 발췌하여 바로 잡고자 한다. /필자 주  

「하늘연못은 이미 제주돌문화공원에 조성되어 있다. 하늘연못은 돌문화공원만의 독특한 조형물이며 나름대로 돌문화공원의 주변시설과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인상적인 시설물의 하나이다. ------- 중략 -------,  안그래도 하늘연못과 노출콘크리트로 지어진 건축적 아이디어는 상당부분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다다오’에 닿아 있다.」는 지적은 지금까지 돌문화공원만이 갖는 창의성을 갖고 만든 공공건물을 일본건축가의 모방품(?)으로 폄하시키고 있으니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지금도 건축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다다오’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르고 있다. 박소장의 윗글로 말미암아 제주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돌박물관을 그런 식으로 인식시켜 버린다면 그동안 필자가 제주돌문화공원을 조성하면서 쌓아올린 독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왜 ‘노출콘크리트’를 택했는지, 왜 ‘하늘연못’을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 그때의 피치 못할 사연들을 알려 이해를 돕고자 한다.

조천읍 교래리 산119번지내 현재 돌박물관 자리는 10여년 동안 생활쓰레기를 매립하다 중단된 여백에다가 돌박물관을 세우기로 했다. 당초에는 돌박물관 외부도 돌로 마감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백화현상이나 칙칙한 분위기 때문에 결국 2003년 당시 돌박물관 기획팀에 참여했던 건축사의 제안에 따라 ‘노출콘크리트’를 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일은 ‘노출콘크리트’ 공법으로 할 경우, 타지방에서 골재를 운송해 와야 하는데 그 운송비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제주현무암 골재를 활용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했으나, 다공현무암 골재는 타지방의 골재보다 수분흡수율이 높아 ‘노출콘크리트’ 면에 많은 기포(氣泡)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출콘크리트’에는 제주현무암 골재를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분함유량 만큼 물 배합비율을 조절하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여러차례 샘플시공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제주현무암 골재를 이용한 최초의 ‘노출콘크리트’ 건물이 탄생한 것이다. 제주현무암 골재나 현무암 석분을 적당량 혼합해서 쓸 경우 ‘노출콘크리트’면 색상도 타지방 골재를 쓸 때와는 또 다른 중량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섭지코지에 있는 보강 휘닉스아일랜드 내 전시관 ‘안도다다오’의 건축물 역시 이 공법을 이용했다.

‘노출콘크리트’ 공법은 100여년 전 프랑스에서 개발했다고 하며, 현무암 골재를 이용해서는 ‘노출콘크리트’가 안 된다는 고정개념을 깨뜨린 것은 돌박물관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음은 ‘하늘연못’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 동측면에서 본 돌박물관, 수정전 원형전시관
▲ 동측면에서 본 돌박물관, 수정후 원형전시관 옥상위의 ‘하늘연못’
위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래 ‘하늘연못’ 자리는 설계도상에서 보면 높이가 7m나 되는 원형건물이었다. 이 원형 건축물을 그대로 세웠을 경우 동쪽에서 보면 한라산이 가리고 서쪽편에서 보면 오름들이 가로막혀 부득이 원형건물 7m 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안될 만큼 필자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설계자는 절대 낮출 수 없다고 디자인과 설치감독권을 갖고 있는 협약당사자와 6개월 동안 버티다가 결국 필자의 의견을 존중해서 옥상면까지 내리기로 합의했으나 당시 설계자는 지름이 40m, 원둘레가 125m나 되는 박물관 옥상 원형바닥에 자갈을 깔겠다, 다른 사람들은 잔디를 깔자고 제안했으나 필자는 끝끝내 물을 채울 것을 고집했다. 박물관 옥상위에 대형 연못을 만들겠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설계자는 돌박물관 옥상 대형연못 설계변경을 포기하고 말았다.

박물관 옥상위에 세계 최대의 원형연못을 만드는 것 자체가 설계자로서는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적설량으로 인해 구조에 이상이 생겨 누수가 발생했을 때 박물관 원형 지붕을 모두 걷어내야 할 뿐만 아니라 설계자, 행정 감독관, 감리단장은 물론 현장소장까지 막중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책임을 필자가 짊어지기로 하고 고난도의 ‘하늘연못’ 공사를 강행했다.

‘하늘연못’의 깊은 곳은 30Cm, 낮은 곳은 5Cm 밖에 안 되는, 다시 말해 연극, 무용, 음악 등 수상무대의 개념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 설계 변경후, 서쪽에서 본 ‘하늘연못’
▲ 설계 변경후, 동쪽에서 본 ‘하늘연못’ 큰지그리오름과 한라산이 잠겨있다.

‘하늘연못’ 지하 7m 아래는 축적 1:5,700, 장축 12m의 제주모형이 떠 있다. 그래서 ‘하늘연못’ 이라는 이름으로 작명한 것이다. 해저 등고선 까지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태평양에 설치한 단일모형으로는 아직까지 유일무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12개의 기둥 가운데 설치한 장축 12m의 물속에 잠겨 있는 제주모형

12개의 원형기둥은 1년 열두달을 의미하며 그 중심부 지구가 있어야 할 위치에 작은 제주섬을 앉혀 놓았다. 비록 작은 섬이지만 지구만큼이나 소중하다는 뜻에서 디자인 된 것이다. 설문대할망은 백록담을 베개 삼고 "누우면 두 다리는 관탈섬에 걸쳐져다고 한다." 백록담과 관탈섬의 거리는 49,000m, 바닷 속에 발을 디디고 일어서면 설문대할망의 머리위에는 '하늘연못'이 넘쳐흐르고 있다. 우리도 누구나 기둥 옆에 서서 아름다운 제주섬을 내려다보면 설문대할망처럼 키가 커진다. 우리의 설문대할망 신화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연출해 놓은 공상(空想) 무대다.

돌박물관과 ‘하늘연못’의 디자인은 다른 건축가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연지형을 이용, 환경을 최우선적으로 하다보니 정말 건축을 모르는 필자의 감각으로 만들어 졌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노출콘크리트’와 물을 주제로 한 경우는 이 지구상에 적지않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멕시코 출신 세계적 건축의 거장 리카르도 레고레타가 직접 돌문화공원을 찾아와 보고 느낀 바를 제민일보 인터뷰 기사 중에서 돌박물관 내용만 발췌하여 다시 소개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 위에서 내려다 본 물(암록색 부분)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돌박물관

▲ 백운철
「예전에 돌문화공원이 어떤 형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에 대한 완벽한 이해력이 그것입니다. 중산간지역이란 공간을 갖고 얼마나 창조적으로 이해했는지에 놀랐습니다. 공간과 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또 주변에 있는 나무들과 자연환경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그것에 대해 너무 잘 이해하신 분이 완벽하게 조성한것 같아서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박물관 안에 물과 돌을 채워 넣는다는 것은 굉장히 강하고 어려운 도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훌륭한 공간을 만들어 낸 것에 축하드리고 싶습니다.(2008. 10. 17 제민일보) /제주돌문화공원 협약당사자 백운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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