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츠루하시(鶴橋)

▲ 일본 오사카에 있는 츠루하시. 오사카 전차 3개 노선 교차점이기도 한 이 곳은 재일동포이 가장 밀집돼 있는 지역이다.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 신재경
일본 오사카(大阪)에는 오사카 시내를 도는 순환선, JR(Japan Railroad) 간죠센(環狀線)이라는 전차 노선이 있다. 오사카시의 중심 오사카 역에서 7번째 역이 츠루하시(鶴橋)이다. 'JR간죠센' 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 및 사철 '긴테츠(近鐵)'가 츠루하시를 지나고 있어서, 전차 3개 노선의 교차점이다. 이 지하철 및 긴테츠는 오사카의 번화가 난바(難波)에서 3번째 역이기에, 오사카 동쪽 중심이며 교통 요지이기도 하다.

이 츠루하시는 일본 속에 있으면서 일본이 아니다.

필자는 이 츠루하시에서 25년간을 살고 있다. 가끔 일본 친구들이 농담을 걸어온다. 전차로 츠루하시를 통과하기가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전차가 출입문을 열고 닫기만 해도 한국 불고기 냄새가 코를 진동시켜, 퇴근시간 쯤에 이 역을 지나려면 고픈 배에 맛있는 냄새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츠루하시역은, 한국 불고기 냄새와 김치 냄새가 앙상불을 이루면서 코를 자극하는 곳이다. 역 구내는 물론 통과하는 전차 안까지 이 냄새로 샤워를 시킨다. 일본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한국 냄새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어느 역에서도 이런 맛나는 냄새로 배고픈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역은 없다.

▲ 이곳은 한류붐의 원조다. 이곳에선 일본인들은 잘 먹지 않는 대창 곱창도 쉽게 볼 수 있다. 예전엔 먹지 않던 일본인들도 이젠 한국의 음식을 잘 먹는다. 이곳엔 한국의 맛을 볼 수 있는 음식이 없는게 없다. ⓒ신재경
▲ 오색의 한복도 다 있다. 정말 없는 것만 빼 놓고는 다 있다. ⓒ신재경
역을 내려서 밖으로 나오면, 휘황찬란한 우리 치마·저고리를 제조 판매하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치마저고리 상점들은 옆에서 옆으로 또 앞뒤로 모여져 있어, 색깔 좋은 조명발 잘 받은 치마저고리 모습, 그야말로 원더풀이다. 일본 사람들, 이 아름다운 광경에 멍하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에서 만드는 치마저고리보다 색상이 더 화려하다. 조금 걸으면, 식품상점가가 나온다. 좁은 길 양쪽으로 빽빽이 들어선 우리 김치가게, 이번엔 김치냄새에 빨간 김치색깔 또 번 멍하게 만든다. 일본 특유의 좁은 공간, 이처럼 비좁은 공간에 이처럼 많은 김치가게가 모여 있는 곳,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러기에 각 김치가게가 자랑하는 향기로운 김치냄새가 좁은 공간속에서 섞여져 우리 코를 자극시킨다.

최근에는 한류 붐으로 이곳을 찾는 일본사람들이 아주 많아졌다. 이곳을 찾는 일본사람들을 위한 간단한 한국음식, 가볍게 사서 쉽게 서서 먹을 수 있는 지지미에 떡볶이에 김밥 등등의 상점들이 즐비하다. 한류 붐이 츠루하시를 더 유명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토요일 일요일은 이 곳을 지나려면 구경 온 사람들로 통행에 방해가 되여 짜증 날 때가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이 츠루하시 시장에서 목 좋은 가게, 크기는 한평 두평 정도인 아주 좁은 가게가 권리금만 일본돈 몇 천만엔에 월세가 몇 십만엔 한다고 한다. 그나마 자리 좋고 유명한 곳은 주로 본인이 하다가 자식 세대로 대 물림이 많다. 한·두평 가게가 중소기업을 능가하는 매출과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다 더 한국맛 나는 오사카 츠루하시. 하루아침에 이런 시장이 형성된 것이 아니다. 수십년의 우리 동포의 역사와 뼈아픔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는 곳이다. 츠루하시역은 오사카 3개 구가 교차하는 곳이다. 우리 한국동포가 많기로 유명한 이쿠노구(生野區)와 히가시나리구(東成區), 텐노지구(天王寺區)이다. 교통의 중심지였기에 2차대전이 끝난 직후의 일본 혼란기에, 암시장(야미이치)가 형성된 곳이 바로 츠루하시 시장이다. 전쟁이 끝난 직후의 일본은 혼란기이면서 물자 특히 식량이 부족했다. 부족한 물자 때문에 일본은 통제경제를 했지만, 통제가 있는 곳에는 암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때 우리 동포들이 한 몫 한 것이다. 물자가 부족했기에 만들기만 하면 또 가지고 가기만 하면, 무엇이든 팔리는 시기였다.

▲ 떡복이에서부터 지지미, 김갑 등이 늘어서 있는 이곳. 한국에서 만든 각종 악세서리도 즐비하다. 제2의 한류붐을 만들고 있는 진원지다. ⓒ신재경
한국사람은 소 돼지의 내장을 먹는다. 대창이나 곱창은 한국에서는 고급요리이다. 그러나 일본사람들은 내장고기를 먹지 않았다. 소 돼지의 살코기만 먹는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한 그때, 우리 동포들이 내장고기를 대창이나 곱창과 같은 요리로 만들어 냈다. 일본사람들도 먹어보니 맛이 좋았다. 이런 요리에는 김치와 막걸리가 딱 어울린다. 죠센진(朝鮮人)이 먹는 냄새나는 음식이라며 차별해온 그들도 이때부터 한사람 두사람 반하기 시작한다.

츠루하시에 가면 맛있는 대창 곱창에 김치 막걸리를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소문에 당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츠루하시는 한국 불고기(야키니쿠)의 원조, 츠루하시에 가면 맛있는 한국 불고기(야키니쿠)를 먹을수 있다는 소문을 지금까지 만들어낸 원조이다. 불고기를 일본말로는 야키니쿠(燒肉, 구운 고기) 라고 부르기도 하고, '호르몽'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야키니쿠'는 한자에서 온 점잖은 말이다. 그러나 호르몽은 좀 비어로 들린다. '

야키니쿠' 라 불리던 '호르몽' 이라 불리건, 우리 한국요리의 대명사이다. 야키니쿠의 간판이 보이면, 저 집은 우리 동포가 하는 집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동포들이 많이 하고 있으며, 야키니쿠 = 한국 = 재일동포, 라는 인상이 일본에서 보편화 가 되여 있다. 호르몽은 일본말의 호르 모노(ほるもの, 버리는 물건)의 준말이라는 설도 있다. 가축의 내장을 먹지 않고 버렸기 때문에, 버리는 물건을 주어다가 요리 해서 맛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은 내장요리를 먹으면 체내의 호르몬의 균형이 좋아진다고 해서 호르몽이라는 설이 있지만, 어느 쪽이 맞는 이야기 인지는 모르지만 맛있다. 지금은 일본사람들에게 야키니쿠, 호르몽이란 없어서는 안 될 요리가 되었다.

지금 츠루하시에는 수십에 달하는 야키니쿠집이 성업 중이다. 수십에 달하는 야키니쿠집이 모여 있기에 이곳에서는 맛이 없는 곳은 곧 도태되고 만다. 맛으로 살아남은 야키니쿠집만 지금 성업 중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맛의 야키니쿠를 먹고 싶은 사람은 먼 길을 마다않고 츠루하시로 모인다.

 이 야키니쿠집에서 만들어낸 냄새가 역을 진동시키고 있는 것이며, 대부분이 우리 동포들이 경영하고 있다. 츠루하시 하면, 야키니쿠의 원조, 맛있는 야키니쿠, 재일동포, 를 연상시키는 일본 제일의 Korea Town 이며, 츠루하시에 가서 야키니쿠를 먹어야만 진짜백이 야키니쿠를 먹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말하여 지고 있다.

필자는 츠루하시에서도 야키니쿠를 먹어보고, 다른 곳에서도 야키니쿠를 먹어 봤다. 그러나 츠루하시 야키니쿠가 진짜이다. 푸짐하다. 또 싸다. 다른 곳에서 먹으면 무언가 부족하다. 맛도 부족하고 종류도 부족하며, 먹은 것같지 않다. 서울에서 서울사람이 만든 자리회를 먹은 것 같은 그런 맛이다.

이 츠루하시에서 제일 유명한 불고기집이 쯔루이찌(鶴一)이다. 본점이 있고 몇집 건너서 지점이 있고, 또 별관이 있다. 바쁠때는 2시간을 기다려야 들어갈수 있을 정도로 손님이 모이는 식당이다. 전체 종업원 70∼80여명 정도의 기업이다. 지금 3대째를 하고 있는 이 식당이야 말로 츠루하시 역사의 산 증인이다. 1대째 때는 혼란기속에 호르몽과 막걸리로 시작한 포장마차와 같은 곳. 그후 야키니쿠 시대를 거치며, 지금은 기업이다. TV취재 의뢰가 잘 오는 유명한 곳이지만, 그 의뢰를 거절한다고 한다. TV에서 한번 방영이 되고 나면 손님이 구름같이 모여, 평상시 2시간을 기다려야 되는 것이 4시간을 기다려야만 되기에, 오신 손님에게 송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웬만한 TV취재는 거절하는 것이다.

▲ 오죽하면 정말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교회 집회 포스터까지 붙어 있을까. ⓒ신재경
▲ 제주 출신이 운영하고 있는, 제주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돌하루방도 있다. ⓒ신재경
최근에는 츠루하시가 변하고 있다. 한류 붐으로 인하여 일반 일본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이들을 위한 간단한 한국음심을 파는 곳이 늘고 있고, 최근에는 한국 의류 및 악세사리가 튀고 있다. 일본 사람들의 옷은 어둡다. 빨간색 파란색 혹은 강렬한 무늬가 있는 옷이나 악세사리는 그리 없다. 그러나 원색의 무늬를 좋아하는 젊은 계층이 늘고 있다. 패션이 다양해지면서 원색의 한국 의류 및 악세서리에 눈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의류 악세사리는 한국에서 물건을 가지고 온다. 또 순발력이 필요하다. 한국 동대문시장으로 비행기로 날아가서 물건을 고르고 가지고 날아오는 기동력은 우리 한국사람이 한 몫 한다. 동포들 보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이 종류의 점포를 많이 경영하고 있다. 이런 옷 악세사리를 보고 있노라면, 한국 동대문 시장을 방불케 한다.

어제의 동포의 애환이 깔려있으며, 지금 한국이 제품력, 또 한류붐이 서로 어울려 있는 곳이 오늘의 츠루하시 이다.

대학에서 여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학생이 필자에게 선생님이 사는 곳은 어디냐고 질문해 온다. 나는 '오사카 츠루하시' 라고 대답했다. 그 여학생은 깜짝 놀라며 'パチモン(바치 몬) 으로 유명한 곳' 이란 한마디를 해온다. 필자 자신도 깜짝 놀랐다. パチモン이란 짝퉁 이란 의미이다. /<제주의소리>

<신재경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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