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츠루하시(鶴橋)
이 츠루하시는 일본 속에 있으면서 일본이 아니다.
필자는 이 츠루하시에서 25년간을 살고 있다. 가끔 일본 친구들이 농담을 걸어온다. 전차로 츠루하시를 통과하기가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전차가 출입문을 열고 닫기만 해도 한국 불고기 냄새가 코를 진동시켜, 퇴근시간 쯤에 이 역을 지나려면 고픈 배에 맛있는 냄새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츠루하시역은, 한국 불고기 냄새와 김치 냄새가 앙상불을 이루면서 코를 자극하는 곳이다. 역 구내는 물론 통과하는 전차 안까지 이 냄새로 샤워를 시킨다. 일본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한국 냄새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어느 역에서도 이런 맛나는 냄새로 배고픈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역은 없다.
최근에는 한류 붐으로 이곳을 찾는 일본사람들이 아주 많아졌다. 이곳을 찾는 일본사람들을 위한 간단한 한국음식, 가볍게 사서 쉽게 서서 먹을 수 있는 지지미에 떡볶이에 김밥 등등의 상점들이 즐비하다. 한류 붐이 츠루하시를 더 유명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토요일 일요일은 이 곳을 지나려면 구경 온 사람들로 통행에 방해가 되여 짜증 날 때가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이 츠루하시 시장에서 목 좋은 가게, 크기는 한평 두평 정도인 아주 좁은 가게가 권리금만 일본돈 몇 천만엔에 월세가 몇 십만엔 한다고 한다. 그나마 자리 좋고 유명한 곳은 주로 본인이 하다가 자식 세대로 대 물림이 많다. 한·두평 가게가 중소기업을 능가하는 매출과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다 더 한국맛 나는 오사카 츠루하시. 하루아침에 이런 시장이 형성된 것이 아니다. 수십년의 우리 동포의 역사와 뼈아픔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는 곳이다. 츠루하시역은 오사카 3개 구가 교차하는 곳이다. 우리 한국동포가 많기로 유명한 이쿠노구(生野區)와 히가시나리구(東成區), 텐노지구(天王寺區)이다. 교통의 중심지였기에 2차대전이 끝난 직후의 일본 혼란기에, 암시장(야미이치)가 형성된 곳이 바로 츠루하시 시장이다. 전쟁이 끝난 직후의 일본은 혼란기이면서 물자 특히 식량이 부족했다. 부족한 물자 때문에 일본은 통제경제를 했지만, 통제가 있는 곳에는 암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때 우리 동포들이 한 몫 한 것이다. 물자가 부족했기에 만들기만 하면 또 가지고 가기만 하면, 무엇이든 팔리는 시기였다.
츠루하시에 가면 맛있는 대창 곱창에 김치 막걸리를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소문에 당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츠루하시는 한국 불고기(야키니쿠)의 원조, 츠루하시에 가면 맛있는 한국 불고기(야키니쿠)를 먹을수 있다는 소문을 지금까지 만들어낸 원조이다. 불고기를 일본말로는 야키니쿠(燒肉, 구운 고기) 라고 부르기도 하고, '호르몽'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야키니쿠'는 한자에서 온 점잖은 말이다. 그러나 호르몽은 좀 비어로 들린다. '
야키니쿠' 라 불리던 '호르몽' 이라 불리건, 우리 한국요리의 대명사이다. 야키니쿠의 간판이 보이면, 저 집은 우리 동포가 하는 집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동포들이 많이 하고 있으며, 야키니쿠 = 한국 = 재일동포, 라는 인상이 일본에서 보편화 가 되여 있다. 호르몽은 일본말의 호르 모노(ほるもの, 버리는 물건)의 준말이라는 설도 있다. 가축의 내장을 먹지 않고 버렸기 때문에, 버리는 물건을 주어다가 요리 해서 맛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은 내장요리를 먹으면 체내의 호르몬의 균형이 좋아진다고 해서 호르몽이라는 설이 있지만, 어느 쪽이 맞는 이야기 인지는 모르지만 맛있다. 지금은 일본사람들에게 야키니쿠, 호르몽이란 없어서는 안 될 요리가 되었다.
지금 츠루하시에는 수십에 달하는 야키니쿠집이 성업 중이다. 수십에 달하는 야키니쿠집이 모여 있기에 이곳에서는 맛이 없는 곳은 곧 도태되고 만다. 맛으로 살아남은 야키니쿠집만 지금 성업 중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맛의 야키니쿠를 먹고 싶은 사람은 먼 길을 마다않고 츠루하시로 모인다.
이 야키니쿠집에서 만들어낸 냄새가 역을 진동시키고 있는 것이며, 대부분이 우리 동포들이 경영하고 있다. 츠루하시 하면, 야키니쿠의 원조, 맛있는 야키니쿠, 재일동포, 를 연상시키는 일본 제일의 Korea Town 이며, 츠루하시에 가서 야키니쿠를 먹어야만 진짜백이 야키니쿠를 먹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말하여 지고 있다.
필자는 츠루하시에서도 야키니쿠를 먹어보고, 다른 곳에서도 야키니쿠를 먹어 봤다. 그러나 츠루하시 야키니쿠가 진짜이다. 푸짐하다. 또 싸다. 다른 곳에서 먹으면 무언가 부족하다. 맛도 부족하고 종류도 부족하며, 먹은 것같지 않다. 서울에서 서울사람이 만든 자리회를 먹은 것 같은 그런 맛이다.
이 츠루하시에서 제일 유명한 불고기집이 쯔루이찌(鶴一)이다. 본점이 있고 몇집 건너서 지점이 있고, 또 별관이 있다. 바쁠때는 2시간을 기다려야 들어갈수 있을 정도로 손님이 모이는 식당이다. 전체 종업원 70∼80여명 정도의 기업이다. 지금 3대째를 하고 있는 이 식당이야 말로 츠루하시 역사의 산 증인이다. 1대째 때는 혼란기속에 호르몽과 막걸리로 시작한 포장마차와 같은 곳. 그후 야키니쿠 시대를 거치며, 지금은 기업이다. TV취재 의뢰가 잘 오는 유명한 곳이지만, 그 의뢰를 거절한다고 한다. TV에서 한번 방영이 되고 나면 손님이 구름같이 모여, 평상시 2시간을 기다려야 되는 것이 4시간을 기다려야만 되기에, 오신 손님에게 송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웬만한 TV취재는 거절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의류 악세사리는 한국에서 물건을 가지고 온다. 또 순발력이 필요하다. 한국 동대문시장으로 비행기로 날아가서 물건을 고르고 가지고 날아오는 기동력은 우리 한국사람이 한 몫 한다. 동포들 보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이 종류의 점포를 많이 경영하고 있다. 이런 옷 악세사리를 보고 있노라면, 한국 동대문 시장을 방불케 한다.
어제의 동포의 애환이 깔려있으며, 지금 한국이 제품력, 또 한류붐이 서로 어울려 있는 곳이 오늘의 츠루하시 이다.
대학에서 여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학생이 필자에게 선생님이 사는 곳은 어디냐고 질문해 온다. 나는 '오사카 츠루하시' 라고 대답했다. 그 여학생은 깜짝 놀라며 'パチモン(바치 몬) 으로 유명한 곳' 이란 한마디를 해온다. 필자 자신도 깜짝 놀랐다. パチモン이란 짝퉁 이란 의미이다. /<제주의소리>
<신재경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