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미의 제주여행(18)] 산따라 물 찾아 나선 길, 돈내코
어진 자는 고요하고[仁者靜] 오래산다[仁者壽]. 어진 사람은 의리를 편안히 하고 중후하여 옮기지 않는 것이 산과 같다.
그래서 산을 좋아한다고 하였다. 늘 자신과 하늘의 관계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에 모든 가치를 위에다 두고 있다.
그리고 호기심이 적어 한 곳에 가만 있기를 좋아하여 고요한 성격이 많다. 또한 마음을 가다듬고 물질적 욕구에 집착하지 않으니 오래 산다.
어진 사람이 산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은 움직이지 않고 변하지 않으며 고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는 어진 사람은 산처럼 조용하기 때문에 장수한다고 하였다.
1100고지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의 모습은 모든 이의 심성을 어질게 만든다. 움직이지 않고 변하지 않으며 고요하기 때문이리라.
차에서 내린 꼬마 여행자들이 망원경에 매달려 세상밖을 보려 하고, 미처 차지하지 못한 아이는 부러움을 어깨 가득 지고 있다.
전망대에서 아스라이 보이는 오름과 섬 풍경이 지친 이의 마음을 녹여준다.
물류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관광객의 편의를 위하여, 아니 도민들의 편의를 위해 이렇게 길들을 훤히 뚫어 놓으니 참 고마운 일이다.
산허리를 짤라 만든 길이라 전망은 참 좋다. 제한속도를 넘지 않고 천천히 차를 몰아 가다 보면 이보다 더 좋은 드라이브코스는 없는 것 같다.
산 위와 산 아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길을 따라 돈내코로 향한다.
전망대에 설치된 안내판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동쪽으로 계속 달리면 돈내코 계곡에 이른다.
천혜의 자연풍광이 아름다운 계곡의 물은 유리처럼 투명하고 깨끗하며 또한 차가운데다 수량까지 풍부해 제주도에서 으뜸가는 계곡이다.
'돈내코'란 지명은 '멧돼지들이 물을 먹던 내(川)의 입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옛날부터 골짜기가 깊고 숲이 울창하여 멧돼지가 많아 '돗드르('돗'은 '돼지', '드르'는 '들판'을 가리키는 제주어)라는 지명이 있었으며, '내'는 하천을, '코'는 입구를 가리키는 제주어이다.
계곡은 종가시나무, 붉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등 난대성 상록수들이 대낮에도 음침할 정도로 빼곡히 덮고 있다. 계곡의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나무받침 산책로는 울창한 숲의 정기를 받으며 삼림욕을 즐기기에 아주 안성마춤이다.
여기저기 나무이름을 적은 안내판을 보며 가다 보면 자연공부도 할 수 있고, 들리는 새소리와 물소리에 장단 맞춰 콧노래라도 흥얼거리면 어느덧 내 몸은 물과 하나되어 계곡을 흐르다, 계단을 따라 천상으로 올라가는 기분이 된다.
주민들에게는 여름철 물맞이 장소로 인기가 높고, 특히 백중날 물맞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아직 계곡의 차가운 물 속으로 들어가기는 이른 계절이지만, 여름의 열기를 식히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식별력이 높다.
자신과 맺어지는 인간 관계에 관심이 많아 항상 겸허한 자세를 가지려 노력한다.
두루 흘러 맺힘이 없는 것이 물과 같기 때문에 물을 좋아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항상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즐기기를 좋아한다.
즉, 지혜있는 사람의 마음은 밝고 깨끗하기 때문에 이해심이 깊고 넓다.
그래서 흐르는 물처럼 시대와 환경에 따라 항상 새롭게 산다는 뜻이다.
그래서 공자는 지혜있는 사람은 물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즐겁게 산다고 하였다.
어진 자가 좋아하는 산과 지혜로운 자가 좋아하는 물을 찾아 떠난 길.
산과 물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산 속에 물이 있었고, 그 물 속에는 산이 녹아 있었다.
※ 양영태님은 '오름오름회' 총무, 'KUSA동우회 오름기행대' 회원입니다. 이 글은 양영태님의 개인 홈페이지 '오름나들이(ormstory.com) 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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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태 시민기자
ytyang@hc.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