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며 길을 묻다] (8)마카오

  ‘오우먼 奧門’ 마카오.

  이는 ‘교역의 문’을 뜻한다. 마카오는 고대 로마로 비단을 실어 나르던 뱃길 실크로드의 일부였다. 해양제국 포르투갈은 유럽 인도와 중국 일본을 잇는 아시아 통상의 축으로, 로마 카톨릭 교회는 아시아 선교의 중심으로 이곳을 선택했고 그 후 아시아의 유럽으로 융합문화를 꽃피웠다.

▲ 마카오 시내 전경 ⓒ송재호

  해양의 지배권이 영국으로 넘어가고 영국이 아편전쟁의 대가로 홍콩을 중국의 교두보로 조차함으로써 마카오의 번영은 종말을 맞는 듯 했다. 예술과 휴양의 도시에 머물던 마카오가 오늘 다시 용트림을 하고 있다. 주강삼각지, 대륙의 관문 광동성과 경제특구 심천과 주해, 국제금융과 통상 중심 홍콩을 이으면서 관광 운송 교육 통신 등 새로운 서비스 산업의 핵으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카지노 산업은 라스베가스를 제치고 세계최고를 차지했다. ‘도박이냐? 오락이냐?’ 숱한 논쟁을 뒤로하고 마카오는 2009년 기준 2천1백8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1천1백만명 싱가포르와 1천5백만명 홍콩 수준을 가볍게 넘어서며 아시아의 관광수도(tourism capital)임을 입증했다.

  마카오 구석구석을 걸으며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나면, 이 거대한 도박도시가 ‘도박’을 넘어선 특수한 ‘공동체’로서 왜 카지노의 부작용에 찌들지 않고 건강하게 유지되는 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우선 카지노수가 많은 만큼 성당 또한 많다. 토속신앙을 모시는 사원도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각자 이해하게 된 대로의 ‘하늘의 뜻’을 섬기고 받드는 문화가 보편적이다. 그래서 카지노의 폐해가 필터링되는 지 모른다.

  무턱대고 도시 골목골목을 걷다보면 처음엔 ‘더럽다’는 느낌을 갖는데 걸을수록 가까이서 볼수록 오히려 정겹고 깨끗하게 느껴지는 묘한 ‘반전’이 있다. 아침을 집에서 가까운 동네식당에 나와서 식구들이 이웃들과 같이 먹는데, 하루를 시작하는 그 공동체적 분위기 부러워진다. 절대 도박도시라고 깔보거나 하시할 일이 아니다. 공동체로서의 이야기가 있고 특히 진한 삶의 냄새가 깊게 배어있다는 점에서 개방을 서두르는 제주가 마카오로부터 느끼고 배울게 많다.

▲ 마카오 콜로안 섬 성당에서 ⓒ송재호

▲ 마카오 타이파 거리를 걷는 중에 만난 민속숭배 ⓒ송재호

  마카오는 중국 대륙과 통하는 마카오(Macau), 타이파(Taipa)와 콜로안(Coloane)이라는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트레일 코스는 주로 콜로안에 집중되어 있다. 사라봉과 별도봉의 2배 정도 되는, 그리 높지 않은 2개의 봉우리(張石?山과 九渙山)을 때로는 가로지르고 때로는 돌아가며 총 14개 코스 23Km 정도가 갖춰져 있다.  

  가장 가볼만한 코스는 핵사(黑沙 Hac-Sa)구와 카호(九渙 Ka-Ho)구의 길(步行徑)이다. 특히 핵사구 트레일의 종점은 콜로안 트레일(路環步行徑)과 연결되어 있다. 세 길 모두 나지막한 숲길이다. 하늘이 가끔씩 드러나는 숲을 걷다가 때로는 시원하게 남중국해를 바라보게 된다. 마카오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인 핵사나 카호에서 각각 시작할 수 있다(반대로 해도 된다). 중간 쯤 웨스틴 리조트 호텔이 있는데 여기서 도로로 핵사·카호 두 트레일 코스가 갈라진다.

▲ ⓒ송재호

▲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 표지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 입구(출구) 표지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 입구(출구) 표지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 표지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 표지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 갈림길 표지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에서 바라본 전망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에서 바라본 남중국해 ⓒ송재호

▲ 마카오 트레일 기점(종점)에 있는 마카오 마조(祖) 문화촌 ⓒ송재호

  웨스틴 리조트 쪽에서 핵사 코스로 들어가서 서너 시간 걸으면 콜로안 마을로 내려온다(물론 더 진행해서 자연농업박물관이나 석정만공원으로 내려올 수도 있다). 콜로안은 마카오와는 대조적으로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이곳은 국립공원보호지역으로 카지노도 거대시설도 없는, 이른바 ‘개발’에서 유보된 땅이다. 그만큼 여유로움이 있고 사람사는 흔적이 진하게 배어있다.

  버스정류장이 있는 로터리에서 산책을 시작하면 좋다. 마을광장을 가로질러 해안을 따라 죽 들어가면 카돌릭 신자들이 많이 순례하는 성 프란체스코 자비에 성당이 나온다. 성당에 들어서면 카돌릭의 아시아 전파루트가 걸려있고, 한국인 신부님(아마 김대건 신부님)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성당까지 양쪽으로 전통양식의 마을 식당들이 늘어서 있고 식사 때가 되면 관광객과 주민들이 왁자지껄하게 어우러진다. 산책로 초입에 있는 Lord Stow 전통빵집에서 마카오 계란빵(?)을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추억거리.

▲ 콜로안 시내중심 로터리 ⓒ송재호


▲ 콜로안 성 프란체스코 자비에 성당 ⓒ송재호

▲ 성 프란체스코 자비에 성당 입구 음식점 ⓒ송재호

▲ 콜로안 산책로 입구 Lord Stow 전통 마카오 계란빵집 ⓒ송재호

  마카오는 도시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이다. 1번에서 24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문화유산들이 남쪽에서 북동방향의 도시 소로를 따라 나란히 붙어있다. 마지막인 25번째 문화유산 기아(Guia) 등대만 동쪽 해안방향으로 떨어져 있다. 이 문화유산길은 한나절 정도만 더 발품을 보태면 죽 훑어 볼 수 있다.

  문화유산길은 홍콩 페리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옛 어촌의 포구였던 피션맨 와프(Fisher's Wharf)를 거쳐 내만의 길을 따라가면 마카오 문화예술관과 과학관, 그리고 해수관음상을 지난다. 마카오의 랜드마크인 마카오 타워를 바라보며 사이반(Sai Van) 호수의 호젓한 길을 에두르면 세계문화유산 1번인 아마(A-Ma)사원이다.

  다시 방향을 북동쪽으로 틀면 근대식 중국 가옥과 초창기 카톨릭 성당들이 동양과 서양의 융합을 보여주면서 1-2백m가 넘지 않는 간격으로 죽 이어져 있다. 비좁은 도시 고층 재개발의 유혹을 뿌리치고 오랜 세월 동안 삶의 풍파를 거치면서 피어난 이 세계문화유산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다시 미래로 이어져 가는 인간 삶의 연속성이, 그래서 느껴지는 생명의 박동이 거기에 있음을 본다. 

▲ 마카오 페리 터미널 ⓒ송재호

▲ 중국식 건축물 당성(唐城), 멀리 보이는 황금빛 건물은 샌즈 카지노 ⓒ송재호

▲ 피션맨 와프 입구 ⓒ송재호

▲ 피션맨 와프 거리 ⓒ송재호

▲ 마카오 해수관음상 ⓒ송재호

▲ 마카오 세계문화유산 정가대옥(鄭家大屋) ⓒ송재호

▲ 마카오 세계문화유산 Ruins of St. Paul's ⓒ송재호

▲ 마카오 세계문화유산 민정총서(民政總署) ⓒ송재호

▲ 마카오 세계문화유산 기아등대 ⓒ송재호

  마카오 하면, 이제는 세계적인 카지노 도시다. 휘황찬란한 카지노를 묶은 ‘카지노 길’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놓쳐서는 안될 길.

  카지노 길은 마카오의 상징이 되어버린 그랜드 리스보아(Grand Lisboa) 카지노부터 시작된다. 윈(Wynn), 스타 워드(Star World), MGM, 샌즈(Sands)를 거쳐 타이파의 베네치안(Venetian)과 시티 오브 드림스(City of Dreams), 갤럭시(Galaxy) 등. 각각의 카지노는 홍콩 페리터미널을 축으로 활용하면 언제든지 무료 셔틀버스로 연결할 수 있다. 이 노선은 하기에 따라서는 교통비 안들이고 마카오 구석구석을 다닐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카지노에서는 돈 받지 않고 쇼도 보여주고 생수도 주고 커피며 녹차며 차도 주고 떡과 만두 라면 같은 간식도 준다. 마카오에서는 목마르고 허기질 일(?)은 없다.

▲ 마카오 키지노 리즈보아 ⓒ송재호

▲ 마카오 카지노 골든 드래곤 ⓒ송재호

  카지노, 도박이냐 오락이냐?

  게임을 재미로 하면 오락이고 돈 딸 목적으로 하면 도박으로 생각하면 된다. 도박에 빠져 중독될 확률이 선진국의 경우 2-3%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6-7%까지 나온다. 한국은 정선의 강원랜드만 빼고 내국인 카지노가 금지된 지역이고 선진국들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유병률은 더 큰 셈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왜 한국인들은 카지노를 재미로 하지 않고 돈 따먹기로 하게 되는 걸까. 마지막에는 집문서 밭문서 다 챙겨다가 왕창 베팅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과연 카지노만 그런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매사가 너무 결사적이다. 술을 마셔도 그 기막힌 맛을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결사적으로 마시는 것이 주목적이고, 그래서 세계적인 발명품(?)으로 꼽히는 ‘폭탄주’의 제조국가가 된 것이다. 생일이고 환갑이고 기념하는 밥상을 차려도 상다리가 뿌러지게 차려야 ‘잘 차린’ 게 되고, 고스톱을 쳐도 광박에 피바가지까지 팍팍 씌워야 하는 … .

  이처럼 ‘지나치게 사랑하는’ 그래서 굽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의 문화랄까 관행을 이제는 좀 바꾸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적당히’ ‘재미있게’ 그래서 ‘편하고 여유로운’, 또 그래서 ‘자유로운’ 이런 풍토로 말이다. 그러면 우리도 카지노면 카지노지 ‘외국인 전용’ ‘내국인 허용’ 같은 인권차별의 기괴한 딱지를 자랑스럽게 뗄 수 있을 지 모른다.

  지난 8년간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작년 한해 우리 돈으로 28조원의 수입을 거둬들여 라이벌 라스베거스의 4배를 벌어들인 마카오. 지난 2년간 마카오의 재정흑자는 6백억 마카오 달러를 상회. 주민들에게 작년에는 20억 마카오 달러(약 2천5백억원)를 현금으로 나눠줬다(46만명의 영구주민에게는 1인당 5천 마카오달러(약 63만원), 비영구주민 6만여명에게는 3천 마카오 달러(약 38만원)가 지급). 그러다 보니 일하려는 의욕이 줄어들어 걱정이다. 대학교수나 엔지니어보다 카지노 딜러의 수입이 좋다보니 배우는 학생들도 굳이 힘들여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카지노가 가져다 주는 물질적 풍요가 오히려 마카오의 장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동서문화의 가교, ‘오우먼 奧門’.

  문화와 자연, 영혼(종교)과 공동체가 카지노의 분탕질을 정화하는 땅.
  중심을 사양하고 동(東)과 서(西)의 교량으로서 항상 스스로를 낮추는 겸허한 땅.
  융합과 통섭의 격동 속에서도 항상 자신의 정체를 잃지 않고 실용으로 표현해왔던 땅.
 
  토종이 있어야 접붙이기를 통해 보다 나은 생명체를 만들 수 있듯, 자신들의 정체를 세우지 못하고는 어떠한 융합도 발전적으로 이루어낼 수 없는 법, 그것이 마카오가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 송재호

 

   

송재호 교수는 서귀포시 표선면 출신으로 제주제일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학고 경기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현재 제주대 교수(관광개발학과)로 재직중이다. 현실정치에도 관심을 둬 민주당 열린우리당내 개혁세력으로 활동해 왔으며 참여정부에 발탁돼 국책연구원장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으로 2년6개월동안 재임하면서 ‘섬UN’ 창설과 ‘한-중-일 크루즈관광’ 활성화를 제안하는 등 제주관광국제화를 다지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제주글로벌상공인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제주상공인을 하나로 묶고, 미래 제주발전을 위한 원동력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경제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에 전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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