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제와 관광포럼] 남민우 다산 회장 “과감하게, 그리고 주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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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열린 제85차 제주경제와관광포럼에서 강연에 나선 남민우 다산그룹 회장. ⓒ 제주의소리

안정적으로 기업 운영하는 게 제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리 ‘안전운전’을 해도 사고는 찾아왔다. 그래서 과감한 선택에 나섰다. 그렇게 첫 번째 성공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그 성공 이후에도 3~4년마다 위기가 찾아왔다. 정말 피가 말리는 순간들이었다. 그 때 찾은 해법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고리타분한 전략을 버리는 또 다른 ‘과감함’이었다.

제주상공회의소(회장 김대형)와 제주도관광협회가 주최하고, 제주도·제주농협·제주은행·제주도개발공사가 후원하는 송년 맞이 제85차 제주경제와관광포럼이 15일 오후 5시 30분 제주칼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2016년 상공인 기 살리기 송년행사’를 겸해 열렸다.

이날 연단에 선 이는 남민우 다산그룹 회장. 2000년대 벤처 붐을 이끈 인물로 1993년 유선 통산장비 제조업체인 다산네트웍스를 설립해 10여년 만에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국내 초고속인터넷장비 1위 업체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현재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장,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벤처기업대상동탄산업훈장, 한국통신학회 해동기술대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대우차 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했으나 “이래서는 흙수저인 내 인생이 바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1993년 ‘다산기연’이라는 회사를 창립했다. 소위 말하는 소프트웨어 오퍼상이었다.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진 것 없이 시작한 그에게 한 번의 실패는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1997년 IMF 경제위기가 찾아온다.

“저는 1997년까지 보수적으로 사업을 운영했습니다. 보수적으로 탄탄하게. 항상 안전운전만 하는 거죠. 좁은 도로든 고속도로든 50~60km로만 가는거에요. 그런데 1997년 깨달은 거에요. ‘안전운전한다고 사고 안 나는 것 아니구나’. 어차피 사업은 위험을 부담해야 해요. 고속도로가 나오면 120km 밟고 사업해야 하는 걸 알게 됐습니다”

환율 폭등과 한국 경제 전반의 위기를 마주한 그가 택한 길은 현장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 현장은 바로 전세계 IT의 중심인 미국 실리콘밸리였다. 인터넷 연결장치인 라우터를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은 것도 그때였다.

전략은 적중했고 히트를 치면서 코스닥에 상장됐다. 2000년대 초반 IT버불 붕괴에도 굴하지 않고 정면돌파에 나섰다. 1등 인터넷 장비 업체란 타이틀도 이때 생겼다.

그러나 다른 사업가들도 그랬듯 그 이후에도 순탄치는 않았다.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였다.

2004년 쌓여가는 부실과 현금 고갈, 주가 하락 등으로 위기를 겪었다. 마침 투자 의사를 밝힌 지멘스(SIEMENS)에 1등 주주 자리를 내준다. 아예 은퇴할 생각이었단다.

하지만 2008년 급변하는 IT 시장은 그로 하여금 경영권을 재인수하게 만든다. 당시 지멘스가 손을 털고 나가게 되자 “무책임하게 내버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다시 경영일선으로 복귀하며 재도약에 나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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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열린 제85차 제주경제와관광포럼에서 강연에 나선 남민우 다산그룹 회장. ⓒ 제주의소리

그러나 바로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는 큰 타격이었다. 직원들을 자르면 안된다는 생각에 전체 1/3 가량을 휴직하게 만들면서 버텼다.

“뭘 잘못했길래 3~4년에 한 번씩 죽을 일이 생기는가. 이래가지고 사업하겠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 2009년에 그 고생을 하니 2010년 2000억 매출에 이르는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가 말한 ‘고생’은 ‘다각화’를 찾아가는 고민의 여정을 말한다.

“통신장비 하나만 갖고, 한 우물만 팔라고 하는데 그걸 아무 의심 없이 집중을 한 거에요. 이렇게 가면 IT 판에서는 3~4년에 가면 죽다 살아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 때부터 인수합병하면서 계열사를 5개로 늘렸어요”

네트워크에서 소프트웨어, 자동차 부품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 M&A로 지속 성장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5개 계열사에서 얻는 매출만 5000억원이 넘는다.

그는 말한다. 더 이상 고리타분한 기준에 매달리지 말고 새로운 길을 찾으라고. 신선한 조언이었다.

“사업 다각화를 하니까 2008년 이후에 한 번도 위기가 없었어요. 사업 다각화가 먼저구나, 그 때 깨달은거죠. 선택의 여지가 없는데 무슨 선택과 집중을 해요. 사업하는 사람에게 그 얘기는 거의 독에 가까운 거에요”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주체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부화뇌동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성공한 사람이 쓴 성공학 책, 경영학 저서 생각없이 받아들이지 마세요. 자신이 선 땅에서, 주체적으로, 새롭게 받아들여야지 누가 얘기했다고 따라서 가고 어떤 종목 잘 된다고 따라가고, 그건 어리석은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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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열린 제85차 제주경제와관광포럼에서 강연에 나선 남민우 다산그룹 회장.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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