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지정한 자연과학분야의 세가지 타이틀을 모두 가지고 있는 세계인의 보물섬으로 불리는 제주도가 점점 기후・생태환경의 변화 못지않게 각종 개발과 오염에 의한 환경변화와 위협이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자연과 공존하는 환경생태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제주 구성원 모두가 이제 미래세대를 위해 변화된 환경과 인간의 공존방식을 깊이 고민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할 시점이다. <제주의소리>가 ‘공존의 조건: 지속가능한 제주환경을 위한 단상’이라는 이종우 미래에코시스템연구소장의 전문가 칼럼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 소나무재선충과의 공존
② 축산업과 관광, 그리고 제주 땅의 공존
③ 외래종들의 유입…불가능하지 않은 공존
[전문가 칼럼]③ 지속가능한 제주환경을 위한 토론 - 이종우 이학박사 / 미래에코시스템연구소장
길고 길었던 추석연휴를 마쳤습니다. 연휴 동안 반가운 얼굴들과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만드셨을 줄 압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힘들 수도 있겠지만 ‘회자정리 (會者定離)’라고 만나고 헤어짐 역시 삶의 일부분이라 가슴깊이 들어와 일부가 되어버린 추억이면 족할지도 모릅니다.
생명도 들고 나감이 일상이라 제주 땅에도 수많은 생명이 출입을 거듭하며 때로 환경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사실 너무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이번 추석 상에도 100년 전에도 토착종이라고 불렸을만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찾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생태학적으로는 본래의 서식지를 벗어나 존재하는 생물종 전체를 외래종으로 보는데 천적이 없다거나 생육환경이 호혜적이라 토착화에 성공하고 개체수를 늘리면서 토착종을 위협하는 등 기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종들을 특별히 침입외래종 또는 교란외래종으로 부르게 됩니다. 방제가 필요한 종이라는 말이지요.
물자와 사람의 교류가 빈번하고 기후조건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각종 개발 사업으로 생태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제주야 말로 외래종이 정착하고 세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풍부한 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블루길, 까치 등의 동물에서 서양금혼초, 삼나무 등 식물에 이르기 까지 제주에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침입외래종이 한둘이 아니지만 최근 제가 눈여겨보는 괭생이모자반이라 불리는 해조류에 관해 좀 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최근 수년간 수만 톤이 매년 해류를 타고 제주 해안으로 밀려들어와 해안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있는데 괭생이모자반 군락은 어선 스크루에 감겨 항해에 막대한 지장을 야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양양식 시설에 걸려 시설물 파손과 양식물 유실과 같은 2차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고약한 놈입니다. 다만 토착화되는 것도 아니고 토착종과 경쟁하는 것도 아니면서 꾸준히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교과서적인 침입외래종과는 다른 새로운 의미의 외래종입니다.
제주사람의 관점에서 보자면 해안가로 밀려온 괭생이모자반은 바로 부패가 진행되어 악취와 함께 청정 제주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는 외래종입니다.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을 소요하며 수거하고 있으나 현재 거름으로 이용하는 방법 이외에는 마땅한 활용처가 없는 형편이고 이마저도 소금기를 없애는 과정에 과량의 톱밥이 사용되고 수개월이 걸리는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도 지역 거주민들에 의한 민원이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존 침입외래종과 생태학적 패러다임이 다른 만큼 매년 밀려드는 괭생이모자반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사실 괭생이모자반은 후코이단과 알긴산 등 고가의 유용물질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해조류입니다. 더구나 다른 바이오메스에 비해 셀룰로즈를 적게 함유하고 있어 유용물질 추출은 물론 당화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성이 매우 높은 만큼 제주 도정이 중점을 두고 있는 BT산업 육성을 위한 천연재료로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요?
국립수산과학원은 중국 저장성 저우산군도에서 대량 양식되는 괭생이모자반이 제주로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는데, 그렇다면 엽체가 떨어져 나와 바다를 떠다니는 동안 성장하고 제주로 유입되는 것이라 발생 자체를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밀려들어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해안가 상륙 전 제주로 밀려올 것으로 예상되는 괭생이모자반 군락을 선제적으로 판별하고 해상에서 수거할 수만 있다면 매년 수만톤의 바이오메스를 확보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길가의 돌멩이 하나도 의미가 있다 (La Strada, 마토가 젤소미나에게)’고 합니다. 하물며 수백 년을 가꿔온 이 땅이 아니겠습니까? 제주 땅과 제주사람의 공존에 관한 필자의 짧은 생각이 지속가능한 제주환경을 위한 토론에 작은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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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이학박사
jlee1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