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변혁의 시대, 정조의 소통 리더십을 재조명하다 / Ksmate 김순보 제주센터장

그렇다. 국가를 책임지는 위치나 기업을 대표하는 CEO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도덕성을 으뜸으로 들 수 있겠으나 사원과 조직 간의 소통이 최우선이라 할 수 있다. 인적자원을 적재적소에 투입하여 시대변화에 준비하고 나아가 효율성을 향상하는 일이 곧 성공한 CEO의 길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준비된 리더는 다양한 인재를 길러내거나 찾아서 파이프라인에 연동시켜, 최적의 인사 수단은 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수반도 매한가지다. 필자는 얼마 전 수원화성을 찾았다가 문득 이 시대의 리더는 어떤 사람을 요구할까라는 질문에 혁신리더 정조를 재조명해 보는 계기가 됐다.

조선 22대 왕 정조는 세종의 철학을 잇는 조선 최고의 리더로 그 당시 상상조차 못한 노비제도를 폐지코자 했던 백성을 위한 나라 조선을 꿈꾸던 왕이다. 세종의 정치철학을 통치 이념으로 2년간 통치해본 결과 조선사회는 왕과 사대부 만을 위한 병폐를 한탄하여 정치를 바로 세우고 백성이 주인인 나라 만들고자 경장대고를 선포했다. 4대 국정과제로 경제, 교육, 국방, 재정을 선포하고 민생위주의 정책을 최우선 순위로 두어 1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만석거, 서호저수지를 화성에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 창덕궁에 규장각을 지어 정조의 개혁정책을 연구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수행케 했으며 다음 해 서얼허통 정책으로 사대부가 아닌 서얼 중에서 뛰어난 재주를 지닌 선비와 재목이 될만한 사람이 등용할 수 있는 정책을 펴 사회에 일대 변혁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사대부들의 불만에도 개의치 않고 노비제도 혁파를 실행으로 옮겨 정조 2년에는 왕실의 노비 가운데 도망간 자를 잡는 추쇄도감의 업무를 폐지하여 백성이 차별 받지 않은 그의 리더십을 펼쳤다. 기득권 세력의 인의 장막을 걷고 민초들의 다양한 소리 들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능력이 있을 뿐이며 능력의 우열은 없다는 소신의 발로다. 기득권과 문고리 권력은 소통의 단절을 양산하여 결국 위험이 따른 다는 것을 우리는 그리 길지 않은 지난 정부에서 경험했다. 

민초들과의 불통은 결국 여러 행태의 위험을 초래한다. 복잡 다양한 사회적 갈등은 소통만이 해결책이다. 정조는 백성과 소통하기 위하여 절대권력의 부패는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다라는 원칙을 가지고 현장체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수시, 평복 차림으로 민생을 탐방하였고 행차 시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사연을 들었다. 직접 대화가 가능한 참모들과 달리 대중은 리더의 동선을 보고 리더의 의중을 알게 된다. 상징적 행보만 하고 구체적 조치가 없는 리더는 하늘만 바라보는 기회주의자로 비친다. 긍정적인 마음의 자세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배울 수 있어 사회나 집단의 변혁을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된다.

당시 정조의 주변은 노론 일색으로 반대파 일색이었다. 마침 나주벽서 사건으로 인해 을해 옥사가 일어나 소론 명문가가 일망타진되고 겨우 몇 사람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는데 정조는 탕평책의 일환으로 남인 중 몇 사람을 기용하려 했으나 번번이 노론의 반대에 부딪쳤다.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처럼 상대 세력과 세력 간의 균형을 활용하는 이이제이 전략을 구사했다. 노론은 영조 때부터 막강한 세력으로 절대강자의 위치에 있다 보니 스스로 분파되어 벽파와 시파로 세력이 양분했다. 만일 이때 정조가 노론을 몰아붙였다면 노론과 궁중 세력은 단합하여 국정을 농단하고 정책을 발목 잡았겠지만 정조는 노론의 벽파 대장 격인 심환지와 전략적,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심환지는 불의를 싫어하고 원칙을 지키는 품성을 사전에 알아차리고 국정 파트너로 심환지를 선택했다.

본인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상대마저도 전략적 파트너로 함께한 것은 정조의 탁월한 정치력이자 혁신적 리더십에 있다 하겠다. 지방 수령에게도 권한을 대폭 위임하고 악용을 예방하기 위한 암행어사 파견제 또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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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smate 김순보 제주센터장.
리더는 민심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 준비된 인재 파이프라인을 가동하여 적합한 인물을 적시에 배치해야 하는 선결조건이 인재풀의 전제인 것이다. 산과 물을 잘 다스리는 것은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가뭄이나 홍수를 예방하여 백성의 삶의 질을 높이려한 정조의 치산치수 정책은 시대를 넘어 제주도정이 직면한 정책과도 예외일 수 없는 미션이다. 그렇다면 제주도정의 개발과 환경보전 정책 또한 민생위주의 정책을 최우선 순위로 두어 제주가 커가는 67만 도민의 꿈을 실현하는 데는 정조의 리더십을 뛰어넘는 혁명적 소통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조가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다. / Ksmate 김순보 제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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