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2017회계연도 결산심사 시작…“이월․불용액 눈덩이…편성 단계부터 잘못”

제주도가 지난 한해 다 쓰지 못하고 해를 넘긴 예산이 1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수 처리난, 쓰리기대란, 주차대란 등 도민 삶의 질을 위협하는 현안해결에 재정투입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는 12일 제364회 제1차 정례회를 속개해 ‘2017회계연도 제주도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결산’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위원실이 검토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다음연도 이월액(잉여금)은 2013년 7424억원에서 2014년도 8034억원, 2015년 1조152억원, 2016년 1조2904억, 2017년 1조520억원으로 내년 증가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이월액 규모가 1조원대로 고착화되고 있다.

이 기간 지방세 등 세입 증가율이 세출 증가율을 앞질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정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 12일 '2017회계연도 일반.특별회계 세입.세출 결산' 승인의 건을 심사하고 있는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제주의소리

이에 대해 전문위원실은 검토보고서에 “불요불급한 예산편성보다는 상하수도 유수율 제고, 쓰레기 처리 해소, 주차장 확대,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 중 공원부지 매입 등 시급한 현안해결을 위한 재정투입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결산심사에서도 이에 의원들의 지적이 집중됐다.

홍명환 의원(이도2동갑)은 “집행잔액(불용액) 내용을 보니까 충격적이다. 도민들이 관심이 많은 지하수 관련예산 집행잔액이 90억이 넘는 등 일반회계에서만 2041억원에 달한다”면서 “의회가 결산심사를 하면서 내건 부대의견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렇다고 하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의회가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철남 의원(연동을)은 이월예산과 관련해 “이월사업을 보면 추경에 반영된 것뿐 아니라 본예산에 편성된 사업조차 이월되는 게 많다”며 “계획 수립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매번 지적하는데도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김황국 의원(용담1․2동)도 “편성된 예산액 100%가 불용됐거나, 30% 이상 불용된 사업들을 보면 민간이전경비(보조금)가 많다. 사유를 보면 단순히 사업자의 어려움, 보조율 문제 정도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길호 의원(조천읍)은 “결산과 관련해서는 매년 지적되는 내용이 되풀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도민의 삶의 질과 관련되 예산의 집행률이 낮다. 이번 결산심사를 토대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 때는 세게 부딪혀보겠다. 편성 단계에서부터 계획수립을 잘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중환 기획조정실장은 “결국은 예산편성 단계에서부터 사업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예산을 총괄하는 입장에서는 예산집행률이 떨어지는 부서에 대해 예산배정 때 다른 각도에서 볼 수밖에 없다”며 재정 패널티를 시사한 뒤 “전체적인 관리계획을 세워서 예산이 남아도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국비 확보가 갈수록 줄어드는 데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좌남수 의원(한경.추자면)은 “중앙정부에서 내려보낸 국비조차 그대로 갖고 있다가 돌려보내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특히 일자리창출 관련 예산이 그렇다”면서 “공직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 의원은 “국비를 주면 넙죽 받기만 할 게 아니라 지역실정에 맞게 집행될 수 있도록 사업내용을 바꾸려는 사전절충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했으면 국비를 그대로 반납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중환 기획조정실장이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하자, 좌 의원은 “이유불문하고 국비가 남아돈다는 게 말이 되나. 그렇게 제주도가 잘 먹고 잘 살고 있느냐”면서 “국비확보가 점점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좌 의원은 “물론 헌신적으로 일하는 공무원도 많다. 하지만 행정은 실적으로 말해야 한다”며 “이런 문제를 말하면 (원희룡)지사는 ‘공직자들 열심히 한다’고만 한다. 공직자 편에 설 게 아니라 도민 편에 서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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