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 (5) 영국 런던 람베스구의 공공혁신

▲ ⓒ Co-operative Council Innovation Network

‘협동조합 지자체’ 영국 런던 람베스구(London Lambeth Council). ‘협동조합 지자체’란 지방정부를 협동조합으로 설립해 운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 협동조합에서 가장 중시하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의 협력과 참여를 중심으로 지방정부의 공공서비스를 혁신하기 위한 것이다. 민관이 함께하는 공동생산(Co-production) 기반의 공공서비스 제공 모델을 확장시켜나간다는 뜻이다.

영국은 이미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시장자유주의 정책을 펼치며 세수를 줄이고 많은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기대와는 딴판으로 되레 경쟁을 통한 양질의 서비스보다는 턱없이 올라버린 공공서비스의 가격과 질 낮은 서비스를 초래했다. 복지국가의 비효율성, 시장주의의 공공가치 실종이란 실패를 반면교사로 영국은 이제 제3의 대안을 찾고 있다.

협동조합 지자체라는 새로운 형태의 지방행정 실험이 대표적이다. 선도적인 지자체 23곳이 모여 ‘협동조합 지자체 혁신 네트워크(Co-operative Council Innovation Network)’를 결성, 공공혁신의 깃발을 들었다. 런던의 람베스를 비롯해 이슬링턴, 에딘버러, 글라스고우, 요크, 뉴캐슬, 리버풀 등이 회원이다.

이들 지자체가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혁신적인 해법은 지역의 일자리 창출, 복지, 교육 프로그램 등 지자체가 제공해야 할 공공서비스를 기존의 방식이 아닌 관과 민이 함께 하는 새로운 ‘협동조합형 위탁사업’으로 전환하는 것. 조용히 시작되는 공공혁신의 바람, 그 결과 협동조합 플랫폼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또 하나의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람베스구는 ‘협동조합형 위탁사업’으로 27개의 시범사업을 선정, 주민들이 보유한 지식, 정보, 기술, 디자인 등을 활용하여 공공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어 간다. 구 소유의 임대주택, 박물관, 도서관, 공공부지, 학교, 공원 등의 소유권과 운영권을 조합에 이전하고, 조합 중심의 운영에 시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이제는 공공이 직접 관리하기 보다는 협동조합에서 관리할 때 시민들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그 가운데 하나가 청소년 람베스 협동조합이다. 일방적으로 지자체가 제공하던 청소년 프로그램이 지역 청소년의 니즈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하에, 지역 청소년과 청소년 단체, 담당 공무원, 자원봉사단체, 종교단체, 교육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설립했다.

협동조합 조합원은 11~19세 청소년 1000여명과 지역 청소년 단체나 개인.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람베스구의 청소년 위탁사업으로, 300만 파운드의 청소년 프로그램 예산이 조합원이 제안한 사업에 쓰여 질 수 있도록 기획하고 진행한다. 

지역에 의미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향후 사회적기업 창업까지를 기대하는 혁신 프로젝트, 오픈 웤스(The Open Works)도 마찬가지로 ‘협동조합형 위탁사업’으로 진행된다. 비어있는 상점공간을 이용해 ‘Works Shop’라는 공간을 만들어, 어떤 아이디어라도 시도해보고 싶은 주민들은 이 공간에 부담 없이 와서 1차 프로젝트를 시도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도움을 제공받는다.

작지만 자발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와 직접 실행으로 옮겨보는 프로젝트를 통해 참여주민 간의 자조와 참여의 문화가 생겨나고, 그 성과가 지역사회에 기여됨에 따라 커뮤니티 비즈니스까지 창업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2012년 11월에 시작된 Open Works는 2014년 현재 6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하였고, 3500명의 주민이 참여한 16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재능교환학교(Trade School), 아이디어 창작소(Start Here), 시민역량 발굴터(Civic Incubator), 놀이광장(Play Street) 등등.

이렇게 생겨난 협동조합들은 지역사회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자치단체만으로는 도저히 하지 못하는 공공의 안전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람베스구의 경우 ‘협동조합형 위탁사업’ 중심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행정조직마저 과감하게 혁신해 나갔다. 노인복지과, 일자리과와 같이 서비스 주제를 중심으로 전담부서를 뒀던 기존과는 달리 위탁사업 지원국, 서비스 제공국, 서비스 운영국 등 ‘협동조합형 위탁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맞춰 개편되기도 했다.

그간 제주는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의 이면에는 사회 양극화와 실업, 저출산․고령화, 공동체 해체, 게다가 급속한 인구 팽창으로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문제들로 넘쳐난다. 주거나 교통, 심지어 쓰레기문제까지. 이대로는 성장 자체가 더 이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다수 도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사회통합을 유지하는 데도 한계에 부딪칠 게 불 보듯 뻔하다.

더 이상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제주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고용 없는 성장, 일자리 없는 사회... 이제 공공경제의 역할이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 공공조달은 평균적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의 15%에 이르고 우리나라는 25% 정도. 올 한해 제주의 예산도 5조 원을 넘어섰고 지역총생산의 30%에 가깝다. 이런 규모를 잘 활용하면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이미 유럽연합이나 다른 나라는 공공조달지침이나 사회적가치법을 통해 정책수단으로 공공조달을 활용해 왔다. 영국 람베스의 ‘협동조합형 위탁사업’도 그 연장선이다.

무엇보다 공공조달에서부터 가격 이외에 일자리, 사회통합, 환경 등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는 사회책임조달을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통해 도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우리사회 전반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좋은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지역사회 재생 등 포용적 성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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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지역경제 발전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고려하는 사회책임조달이 활성화된 도시, ‘사회책임도시, 제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기업의 경제적 지속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지역상생과 동반성장의 유력한 방안. 이제‘작지만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시작할 때다. /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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