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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多] (10) 사기업-학생-국가직은 정상 출근...도공무원 휴일이지만 근무명령 발령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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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도의회가 4·3 70주년을 맞아 오는 4월3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전국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지방공휴일을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공휴일이라는 말만 듣고 당연히 쉬는 날로 오해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이는 잘못된 해석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오직 제주도 공무원들만 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쉬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20일 제35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4·3 희생자 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한 조례안’을 재의결했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2일 이를 공포했습니다.
 
적용 대상은 제주도의회, 제주도 본청, 하부행정기관, 직속기관, 사업소, 합의제 행정기관 등 제주도 관련 공공기관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즉, 도청과 시청, 의회, 감사위원회 등 제주도지사가 임명권을 가진 지방 공무원에게만 적용됩니다. 국가직과 일반 사기업은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당연히 학생들도 정상 등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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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는 일요일과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1월1일, 설 연휴,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현충일, 추석 연휴, 기독탄신일, 선거일, 기타 정부에서 정하는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지방공휴일이 법정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공휴일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규정된 공휴일은 일요일과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1월1일, 설 연휴,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현충일, 추석 연휴, 기독탄신일, 선거일, 기타 정부에서 정하는 날입니다.
 
공휴일은 관공서만을 대상으로 하는 규정입니다. 즉 공무원에게 적용될 뿐 일반 국민들은 적용대상이 아닙니다. 그럼 왜 민간부문에서는 공휴일에 쉬는 걸까요.
 
그건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대부분 관공서의 공휴일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 제55조(휴일)에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휴일도 유급으로 보장하도록 하고 있죠.
 
다시 말해 공휴일은 특별권력관계에 있는 공무원에게 적용될 뿐 국민 전체를 귀속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민간부문에서도 관공서 공휴일 규정을 준용해서 함께 쉬는 것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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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희생자추념일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휴일이나 법정공휴일에도 포함되지 않아 민간부문에서는 휴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국가공무원도 당연히 휴일이 될 수 없죠.
 
사실상 지방공휴일은 지방자치법 등 현행 법령에는 존재하지 않는 제도입니다. 거꾸로 지방공휴일을 금지하는 법령도 없습니다.
 
상위법에 없는 휴일을 조례로 정하면서 지방공무원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방공무원만 하루 쉬는 날’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럼 실제 제주도 공무원들은 이날 쉴 수 있을까요. 인사권자인 원희룡 도지사는 도민 혼선을 막기 위해 대통령령인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근무명령 발령 내지 공직자 복무지침을 통한 비상근무를 검토중입니다.
 
최근 공직자 복무지침을 통해 비상근무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입니다. 4.3 추념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함으로서 국가추념일 취지는 살리되 도민의 혼선과 불편이 없도록 평시와 같은 행정기능을 유지토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제주도정은 정부에서 우려하는 지방공휴일 지정에 따른 특정 자치단체의 지방공무원들만 쉼으로서 국가행정과 지방행정의 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만간 공직자 복무지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본 가닥은 제주도 산하 공무원들은 전 부서가 근무상태를 유지하고, 특히 대민업무는 일체의 차질이 없도록 조치한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4.3추념일 취지를 살려 비민원 부서의 경우 부서장 책임하에 최소 인력을 제외하곤 4.3평화공원과 읍면 4.3행사 등에 참여해 유족들과 함께 추모활동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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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희생자 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한 조례안’에는 지방공휴일 적용 대상을 제주도의회, 제주도 본청, 하부행정기관, 직속기관, 사업소, 합의제 행정기관 등 제주도 관련 공공기관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제4조(시간외근무 및 공휴일 등 근무)에는 공무수행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근무시간 외의 근무를 명하거나 공휴일의 근무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제주도는 휴일에 출근을 지시했으니 공무원들에게 초과·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다만 대법원에서 조례를 무효로 판단하면 공무원들은 수당을 반환해야 합니다.

제주도는 조만간 근무명령 발령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네요. 도청과 시청은 물론 읍·면사무소와 동지원센터의 근무 여부가 달려 있으니 시민들에게도 영향이 크겠죠.
 
4·3공휴일 조례 목적에는 ‘도민 모두가 함께 4·3희생자를 추념하고 평화와 인권, 화해, 상생의 4·3정신을 실천해 4·3해결 및 세계평화의 섬 조성에 기여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지방공휴일에 제주도 공무원들만 쉬느냐 여부가 큰 문제는 아닙니다. 현대사의 아픔인 4·3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 의미를 알리며 전승시키는 것이 공휴일 지정의 배경입니다.
 
4·3 당일 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그 의미를 되돌아 보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도내 20여개 학교에서는 이날 꿈나무들과 함께 4·3평화공원으로 현장 학습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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