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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하루에 3차례나 활주로 임시 폐쇄...220편 결항 관광객 3000여명 공항서 새우잠

폭설로 제주공항에 활주로가 제기능 하지 못하면서 2015년 1월 이후 2년만에 대규모 공항노숙이 다시 현실화 됐다.

11일 한국공항공사는 제주공항에 많은 눈이 내리자 오전 8시33분을 시작으로 오후 6시30분, 오후 11시55분 등 세 차례에 걸쳐 제주공항 활주로 이용 중단을 결정했다.

5000여명이 넘는 관광객들의 발이 묶이자 제주지방항공청은 서울과 부산지방항공청에 요청해 김포항공은 이튿날 오전 3시, 김해공항은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운항시간을 늦췄다.

제주공항의 경우 24시간 운영이 가능하지만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은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활주로 운영을 중단한다. 이 시간을 커퓨(Curfew)라고 한다.

체류객 수송을 위해 공항운항 시간까지 늘렸지만 제설작업을 위해 세차례나 활주로를 폐쇄하면서 이날 전체 운항편수 411편 중 390여편이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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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시 기준 출발 114편과 도착 123편 등 237편이 결항하고 출발 74편, 도착 61편 등 135편이 지연 운항했다. 18편은 제주상공까지 왔지만 폭설과 강풍으로 회항했다.

250여편이 운항하지 못하면서 관광객 4000여명의 발길이 묶였다. 당초 대한항공은 특별기 4편 등 항공기 12편을 투입해 2300여명을 수송하기로 했지만 운항을 중단했다.

아시아나항공마저 예정된 항공편을 일부 결항시키면서 제주도의 예상과 달리 체류객이 급격히 늘었다. 무더기 결항 소식에 각 항공사는 승객들 항의에 진땀을 흘렸다.

관광객 김모(53.여)씨는 “오후 9시10분 김포로 향할 예정이었는데 항공사에서 기다리라고 했다”며 “밤 11시40분에 느닷없이 결항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제주도는 ‘공항 체류객 보호 및 지원 매뉴얼’에 따라 대응에 나섰지만 관광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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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상 당일 항공편이 전면 결항되거나 공항 청사 내 심야 체류객이 1000명 이상인 경우 최고 대응수위인 '심각' 단계가 발령된다.

공항 주변 제설작업 미비로 차량 진입이 힘들었고 심야시간 택시와 버스도 제때 지원되지 않으면서 강추위에 승객들이 밖에서 떨어야 했다. 

제주도는 전세버스 8대를 투입하고 택시 운송을 위해 기사에게 1건당 2200원의 쿠폰을 지급했지만 궂은 날씨에 택시가 공항진입을 꺼리면서 불편이 이어졌다.

0시쯤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승객들이 택시 승강장으로 대거 몰리면서 100m 넘는 줄이 만들어졌다. 택시가 시내 운행에만 나서면서 곳곳에서 실랑이도 벌어졌다.   

박모(55)씨는 “비행기를 타려고 제주공항으로 향하는데 주변 도로가 얼어 렌터카조차 움직이지 못했다”며 “관광도시라면서 공항 주변 제설작업도 제때 안하냐”고 쓴소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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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합실에는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제주도와 공항공사는 체류객들을 최대한 제주시내 숙박시설로 안내하기 위해 매트리스와 모포지급, 음식물 지급을 새벽까지 미뤘다.

0시30분 이불 지급이 시작되면 수천여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혼잡이 빚어졌다. 제주도는 이날 모포와 매트리스 각 2700개, 빵 2500개, 생수 7500개를 지원했다.

채 한시간도 돼지 않아 모포와 매트리스가 떨어지자 제주도는 500개를 추가로 공수해 체류객들에게 무료로 배부했다. 

관광객들은 대합실 바닥 곳곳에 자리를 잡고 빵과 우유, 라면 등을 먹으며 새우잠을 청했다. 공항공사는 체류객을 위해 특별근무를 서고 대합실 난방도 유지시켰다. 

제주공항은 2016년 1월에도 역대급 한파로 1월23일 오후 5시50분부터 1월25일오후 2시48분까지 약 45시간 공항활주로가 폐쇄된 적 있다.

사흘간 항공기 528편이 결항되면서 관광객 9만명이 제주에 발이 묶여 체류객들이 공항에서 투숙을 하는 등 대혼란을 겪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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