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폭력 피해자에게 자신의 무고(無辜)까지 증명하라? 무고(誣告)죄 적용 신중해야

2017년 7월 4일 유명 연예인 박모 씨 성폭력 사건 고소인에 대한 무고 및 명예훼손 국민참여재판이 이뤄졌다. 그 결과, 7명의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하였다. 

무고(誣告)죄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형법 제156조)한 자를 처벌하는 것이다.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허위로 사실화하여 신고하는 것인데, 박 씨의 성폭력 사건 고소인은 위계적 상황에서 동의 없는 강제적 성관계가 있었음을 일관되게 주장하였고, 객관적 사실에 반한 허위의 고소가 아님을 인정하여 배심원단 전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성폭력 사건의 입증은 사실적 상황에 대한 증거가 많은 부분 피해자 진술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진위 여부를 가리는 과정에서 피해자 진술이 조금이라도 헷갈리면 진술의 오염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고, 서로 합의하에 이루어진 관계임을 주장한다. 이렇듯 성폭력 사건은 입증의 어려움이 있으며, 혐의를 인정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 할 경우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성폭력 사건 무혐의가 고소인의 무고죄로 수학 공식 계산처럼 귀결(歸結) 할 수 있을까?  

법사회학 측면에서 보면 법은 규범성과 가치성, 현실성이 적용된다. 사회 있는 곳에 법이 있다는 말처럼 법사회학에 있어서 법의 원천은 사회이다. 따라서 법은 사회가 달성하려는 도구와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법률적 해석의 자율성을 현장에서 경험할 때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부분을 예민하게 체크하게 된다. 

성폭력 피해자가 무고죄로 인해 피의자가 되는 현상은 비단 유명 연예인 성폭력 사건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성폭력 사건에 대한 무고죄가 빈번해짐을 발견한다. 제주에서도 맞고소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여 지원 과정 안에서 사회적 연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의자가 되는 현실의 벽 앞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의 무고(無辜)까지 증명해야 하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성폭력 피해를 신고할 수 있을까?  

특히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일 경우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술의 일관성을 어떻게 보느냐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육하원칙, 시간 간격, 상황적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것을 바란다면 지적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은 대부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것이다. 그러나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면, 지적여성장애인이 단순하지만 반복적으로 일관되게 주장하는 내용이 일치하고,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다양한 내용(집의 구조, 피고인의 상처 등)을 진술한다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가 어렵다. 지적여성장애인들의 다양한 몸짓과 짧은 단어들은 사건의 중요한 단초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성인지 감수성이 우리 안에서 무뎌질 때,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무섭게 말한다.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KakaoTalk_20170713_144751409.jpg
▲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 김경미 소장. ⓒ제주의소리
성폭력은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이다.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억울한 가해자도 없어야겠지만,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가 빈번하게 적용될 때 성폭력 근절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번 유명 연예인 성폭력 사건 고소인의 무고 및 명예훼손에 대한 무죄 판결은 피해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된 판결이다. 그래서 바라게 된다. 성인지 감수성으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어 피해자 권리들이 보장되고, 보호되는 다양한 결과들이 도출(導出)되기를... /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 김경미 소장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