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쇠퇴한 도시지역의 주거환경 개선과 도시기능 재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제주지역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소규모 지역주도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활성화계획은 원도심 활성화가 화두로 던져진 최근 제주지역의 분위기와도 맞닿아있다. <제주의소리>는 세 차례로 나눠 도시재생 뉴딜 추진에 따른 제주지역의 대응 과제와 시사점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제주와 만난 도시재생 뉴딜] (2) 인터뷰 / 고봉수 관덕정광장활성화를위한 주민모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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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봉수 관덕정광장활성화를위한 주민모임 공동대표. ⓒ 제주의소리
지난 2월 제주시 삼도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관덕정 광장 복원사업 주민설명회’. 제주시 관덕정 앞 도로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드는 사업 계획을 발표하자 주민들은 반발했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주거지 인근 사업 계획이 구체화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주민들은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모임을 꾸리고 토론회도 개최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결국 제주도는 관덕정 차 없는 거리를 백지화했다.

관덕정광장활성화를위한 주민모임은 지역주민을 배제한 원도심 재생 사업을 보다못한 이들이 뭉치면서 결성됐다. 최근 몇 년 간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 방안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 안에 주민은 없다’는 문제의식이 도화선이 된 것이다.

4명의 공동대표 중 고봉수(55) 모던건축적산사무소장을 만나 최근 원도심의 분위기를 물었다.

제주도와 의회에서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도시재생센터가 들어서고, 문재인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을 공식화하면서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 제주시 원도심 일대. 탐라문화광장, 관덕정 차 없는 거리 사업 추진 등으로 주민들 사이에서 당국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곳이기도 하다.

고 대표는 시설 등 하드웨어 투입에 돈을 쏟아붓는 사업이 아닌 지역주민들의 절실한 욕구에서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이 하향식 행정에 대한 비판을 두려워 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게’ 아니라 주민들의 자생적이고 지속가능한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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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가 지난 5월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전략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원도심 지역 특성 분석도. ⓒ 제주도

“사업비 받기 위한 도시재생 안돼”

- 주민들이 직접 모임을 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도시재생이라는 게 마을주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해나가면서 필요한 것을 발굴하는 게 첫 순서일 것 같은데, 관덕정 차 없는 거리처럼 결정된 것을 보고하러 오는 경우가 많았다. 정주민에 대한 고민 없이 ‘관광객이 많이 오면 좋겠다’는 (용역진의)생각은 우리들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었다. 정주환경이 중요하다. 안전한 곳, 살기 좋은 곳이 되면 자연스럽게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다”

- 원도심 활성화와 관련된 개발과 관련해 탐라문화광장을 빼놓을 수 없다. 탐라문화광장은 지금까지도 주민의 삶과 동떨어진 토목공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관덕정 광장 복원 얘기가 나왔을 때 주민들 사이에서는 ‘바로 인근에 탐라문화광장이 있는데 또 광장 얘기가 나오냐’며 반발이 일었다. 탐라문화광장이 하드웨어를 갖췄음에도 실패한 것은 이를 활용하기 위한 고민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광장의 활용도를 높이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했다. 당장 산지천 분수쇼만 봐도 홍보도 안되고 있고, 상하수도 문제 때문에 분수에 쓰이는 물에서 악취가 난다”

- 원도심 재생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금까지의 사업 진행 방식이 관이 정하면서 스텝까지 맡다보니 주민들은 스스로를 왜소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관덕정 차 없는 거리 백지화 과정에서 의견이 반영되는 걸 보고 주민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주민들의 관심이 중요한 대목이다.

제도적으로 원도심을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의회 의원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가령 제주북초등학교 주변에 유흥업소가 많은데 현행법에서 규정한 반경 내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당국은 뒤로 빠진다. 또 문화재로 지정된 곳 인근에 사는 주민들에게 어떤 식으로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지 같이 고민해줬으면 한다. 또, 한짓골 같은 경우 도의회 지역구 분류에서 3~4개의 지역구의 경계선에 위치하는데 이 때문에 외면받은 곳이 돼 버렸다. 의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 이젠 도시재생에 대해 공통의 전제는 생긴 것 같기도 하다. 하드웨어 중심의 도시재생은 이제 더 이상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부작용이 많다고 느끼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드웨어 등 시설 투자는 최소화해야 한다. 콘텐츠 개발, 지역주민들의 정주환경 개선에서 시작돼야 한다. 원도심에 마중물 사업으로 200억원이 잡혀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미 용역 발주된 자료에 따르면 이 돈 가지고 택도 없다. 오히려 한짓골 지중화 사업 같은 게 더 중요하다. 이처럼 지역특성에 맞게, 지금까지 투자가 되지 않았던 숨어있는 곳을 찾는 정도로 하드웨어 투자는 최소화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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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봉수 관덕정광장활성화를위한 주민모임 공동대표. ⓒ 제주의소리


- 중간지원조직인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가 원도심 들어선 지 1년이다. 그 동안의 성과와 아쉬움을 평가한다면?

“관덕정 차 없는 거리 발표 당시 주민들은 도시재생센터 욕을 많이했다. 하지만 용역결과가 나온 뒤에 재생센터가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도가 먹을 욕을 대신 먹었다는 생각이다. 다만 지금은 센터가 생긴 지 1년이 됐다. 어떤 프로그램이나 사업, 후속조치 등의 진행과정을 쉽게 알리는 방법이 필요하다. 가끔 ‘무엇이 지금 어떻게 진행되는 지’ 몰라서 답답하다. 센터 홈페이지가 주민들의 어떤 생각이 공론화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채널이 돼야 한다고 본다”

- 주민들 사이에서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면서 이젠 당국도 과거와 같은 일방적 사업 추진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기도하다.

“다만 하향식 행정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생업이 있는 사람들이 고민을 펼쳐놓을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조직이 꾸려지고 안정화될 때까지 당국이 그 역할을 해야한다. ‘한 번 모임 자리 만들어줬으니 끝’이라고 하면 허무하다”

- 마지막으로 제주도 정책당국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업비를 받기 위한 재생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주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재생사업이 돼야지 사업비를 받기 위한, 사업비를 쓰기 위한 재생사업이 된다면 아무 필요가 없다. 밑에서부터 주민들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얘기하고, 부딪치고, 반대 의견도 많이 들어주는 식으로 진행해나갔으면 한다.

중간지원조직인 도시재생센터와 도의 역할 재정립도 필요하다. 제주도가 도시재생센터 뒤에 숨어있고, 센터를 앞세우고 있는 꼴이다. 그런데도 재생센터는 예산과 관련한 결정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역할의 범위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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