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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살림 제주가 10일 저녁 제주참여환경연대 자람카페에서 마련한 ‘2018 무위당 학교’에 초청된 도법 스님은 이날 '지금 여기, 생명평화의 길 찾기'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제주의소리

한살림제주 ‘무위당 학교’ 첫 강연서 ‘은빛순례단’ 이야기로 생명평화 실천 역설 

“우리들 중에 성 소수자 아닌 사람이 있습니까?” “예멘 난민 신청자들 문제요? 우리가 그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한살림 제주가 고(故)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생명사상과 철학을 전파하기 위해 마련한 ‘2018 무위당 학교’에 초청된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실상사 회주)의 강연은 120분 내내 쉽고 명료했다. 

‘지금 여기, 생명평화의 길 찾기’를 주제로 열린 이번 ‘2018 무위당 학교’는 10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매주 화요일(오후 7시~9시까지) 총 4차례 예정됐고, 도법 스님의 강연으로 문을 열었다. 

 무위당 선생 '한살림' 정신이 곧 '생명평화' 가르침 

제주참여환경연대 자람 카페에서 열린 이날 첫 강연에서 도법 스님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남긴 어록 중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음을”이 ‘한살림’의 정신을 관통하는 말이고, 생명평화의 정신을 꿰뚫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도법 스님은 지난 2004년 생명평화 정신을 바탕으로 삶의 문화를 가꾸기 위한 대중운동으로 ‘생명평화탁발순례’를 자신의 수행처인 실상사가 자리한 지리산에서부터 5년간 전국을 걸어서 순례하는 끈질긴 ‘근기’를 실천해 보였다.   

그는 “지난 2000년, 새천년을 시작하는 시점에 많은 분들과 함께 ‘생명평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당시엔 너무 거창하다, 이상적이다, 추상적이다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도법 스님은 “그러나 실제로 생명평화 문제 보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더 절박하고 분명한 이야기가 있나”라며 “지금 여기, 나의 생명평화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진보든 보수든, 자본이든 노동이든, 그 어떤 것도 지금 여기 우리가 살아있어야, 생명과 평화가 담보되어야 논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우리는 말에 대한 책임 없이 살고 있다. 입으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니 ‘생명평화’이니 논하더라도 말에 대한 책임과 실천이 없다면 당연히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도법 스님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한 살림 운동을 펼치면서 남긴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음을’이란 유명한 말씀에 맞게 우리가 사고하고, 말하고, 행동하면 된다”면서 “평화를 원하면 평화롭게 행동하고 사고하고 말하고, 생명을 원하면 생명처럼 행동하고 사고하고 말하면 바로 즉시 생명과 평화의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날 성소수자 문제와 난민 문제 등 최근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도 참석자들과 ‘즉문즉답’으로 군더더기 없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누구나 성적 취향이 다를텐데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성 소수자가 아닌 사람이 있습니까?” “우리나라에 들어온 예멘인을 포함한 난민신청자들 문제를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들의 문제로 보면 간단한 것 아닌가요? 우리가 그들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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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살림 제주가 10일 저녁 제주참여환경연대 자람카페에서 마련한 ‘2018 무위당 학교’에 초청된 도법 스님은 이날 '지금 여기, 생명평화의 길 찾기'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제주의소리

 인생의 황혼 ‘은빛순례단’ 한반도 평화를 향해 걷다

도법 스님은 화두를 안으면 항상 길 위에 섰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희로애락과 생노병사, 진보·보수와 노동·자본, 종교와 철학, 그 무엇도 편견 없이 소통했다. 편견이 있다면 오로지 ‘생명평화’의 가치를 전제로 할 뿐. 

스님은 2004년 3월 당시 수행처였던 전북 남원 지리산 실상사에서 주지 소임을 내려놓은 뒤 지리산을 시작으로 길 위에 섰다. 5년(1747일) 동안 국토 3만리를 탁발순례했다. 그 길에서 약 8만여명을 만났고, 그들과의 토론과 소통을 통해 생명평화의 가치를 교감했다. 

도법 스님은 최근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꺾은 축구경기 결과를 ‘기적’으로 소개했다. 또한 최근 두 차례 만남이 성사된 남북정상회담 역시 ‘또 하나의 기적’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기적은 부처나 예수가 만든 것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들이 만드는 것”이라며 “단 1%의 가능성에 도전한 우리들이 기적을 만든 주체다. 축구도 정상회담도 모두가 간절히 함께하면 기적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다시 길 위에 섰다고 했다.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는 3.1운동의 정신을 기리고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만들기 위한 길이다. 

3·1운동 99돌이던 지난 3월1일부터 ‘한반도 평화 만들기 1000인 은빛순례단’(이하 은빛순례단)을 꾸려 1년간의 여정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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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살림 제주가 10일 저녁 제주참여환경연대 자람카페에서 마련한 ‘2018 무위당 학교’에 초청된 도법 스님은 이날 '지금 여기, 생명평화의 길 찾기'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제주의소리

은빛순례단은 지난해 9월 실상사에서 ‘한반도 평화 만들기’를 주제로 열린 지리산 연찬회가 계기가 됐다. 북핵 문제로 북-미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을 때였다. 당시 다수였던 노년의 참석자들은 “나이 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평화 순례라도 하자”는 말이 씨가 되어 전국에서 각계 인사 168명이 은빛순례단 결성을 제안하는 1차 마중물로 나섰다.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김용숙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 대표, 이병철 전 귀농운동본부장, 김조년 전 함석헌기념사업회 이사장, 강정채 전 전남대 총장, 박화강 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등이다.

은빛세대가 제안한 순례단이어서 정회원은 60세 이상이다. 60세 미만은 명예회원으로 참여해 힘을 보탤 수 있다. 

은빛순례단은 3.1운동 당시 학생대표들의 모임 장소였던 서울 종로구 승동교회를 출발해 인천-충북-충남-전북-전남-경남을 거쳐 가고 있다. 지속적으로 시도별로 지역 순례단을 꾸려 전국순례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카페 ‘한반도 평화만들기 1000인 실버순례단’(cafe.daum.net/PeaceOnly1000)을 통해 회원을 모집 중이다.

도법 스님은 은빛순례단 구성 취지에 대해 “우리의 미래세대들에게 항구적인 평화의 땅 한반도에서, 핵무장과 전쟁 없는 생명평화의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60세 이상의 어른들이 남은 인생을 생명평화의 한반도를 만드는데 역량을 바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 일갈을 남겼다. 

“3.1운동때 우리의 선조들은 민족의 독립,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목숨을 내걸로 독립을 부르짖었다”며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남과 북으로, 진보와 보수로, 노동과 자본으로 나뉘어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고 있다. 100년전 독립을 외쳤던 선조들에게 한없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은빛순례단은 3·1운동 100돌이 되는 내년 3월1일 ‘한반도 평화 국민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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