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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반세기 전 세워진 산천단 '5.16도로' 기념비에 '독재자' 낙서...한때 도로명  변경 논란도 

역대 대통령 중 첫 피의자 신분으로 탄핵 심판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제주에 남겨진 50년 전 아버지 故 박정희 대통령의 흔적으로까지 향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15일 제주시 산천단 인근 도로 변에 세워진 '5.16도로' 기념비를 둘러본 결과 대형 조형물 사면 전체가 누군가에 의해 훼손된 사실이 확인됐다.

높이 2m의 이 기념비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건설된 5.16도로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1967년 세워졌다. 기념비 정면에는 한자로 五一六道路(오일육도로)라고 표기돼 있다.

당시 청와대를 찾은 제주도청 공무원이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휘호를 받아 제주로 온 뒤, 이 바위에 음각으로 새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쪽으로 향한 기념비 정면에는 朴正熙 大統領 閣下(박정희 대통령 각하)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 글 위에는 빨간색 페인트로 ‘독재자’라는 낙서가 더해졌다.

옆면에는 한글로 ‘유신망령’, 반대편에는 다시 ‘독재자’라는 낙서가 새겨졌다. 도로를 향한 정면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가 표시되는 등 표지석 전체가 낙서로 훼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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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도로는 제주시 남문로터리에서 남북을 가로질러 서귀포시 비석사거리까지 잇는 한라산 횡단도로다. 1932년에 임도로 개설돼 처음 사람들이 왕래하기 시작했다.

1956년부터 도로정비가 진행되던 중 1961년에 발생한 5.16 군사쿠데타 이후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확장공사가 시작됐다. 제주도는 1962년 기공식을 열었고, 1969년 정식 개통했다.

제주도는 이를 기념해 산천단 북쪽에 박정희 대통령 휘호로 쓴 도로명비를 세우고, 성판악휴게소 입구에는 건설을 추진한 김영관 당시 제주도지사의 공적비를 만들었다.

5.16군사쿠데타 이후 만들어져 ‘5.16도로’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현재 정식 명칭은 ‘지방도 제1131호선’이다. 지방도가 제주도로 이전되기 전에는 ‘국도 제11호선’이었다.

1998년 김대중 국민의정부가 들어서면서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재조명 논란이 불거졌고 이 과정에서 5.16도로 명칭을 바꾸자는 여론이 일었다.

지역에서도 찬반 논란이 일었지만 지금껏 존치되고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추락과 함께 민심이 악화하면서 이 같은 낙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 아라동주민센터는 조만간 페인트 세척 작업과 함께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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