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혜림 제주도립무용단 상임안무자...“무용에만 집중하는 여건 만들 것”

제주도립무용단을 이끌 새 상임안무자로 김혜림(48) 씨가 임명됐다. 정동예술단 안무감독, 인천아시안게임 수석안무,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안무감독 등 굵직한 경력으로 2년 임기를 낙점 받은 김 안무자는 “도민들이 보고나면 무언가 마음에 남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남겼다.

12일 언론 인터뷰를 가진 김 안무자는 “개인적으로 한국에는 국립무용단이 두 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가 바로 제주”라며 “제주라는 지리적 여건, 특별자치도라는 점에서 도립무용단은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제주도립무용단을 제2의 국립무용단으로 만들고 싶다”는 취임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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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림 제주도립무용단 상임안무자. ⓒ제주의소리
김 안무자는 한국무용을 전공한(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 무용학 박사) 전문가로서 제주만의 설화, 전설에 큰 매력을 느낀다고 피력했다. “한국무용을 깊이 공부하다보면 자연스레 소재를 찾곤 하는데 제주는 판타지적인 콘텐츠가 많다”면서 “무용단이 위치한 입지 조건도 훌륭하고 제주는 작품 전념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김 안무자는 7살 때부터 무용을 시작해 지금까지 한 길만 걸어왔다. 그래서 무용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크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무용수는 무용만 할 수 있어야 한다. 몸 만들고 자기 관리 하고 작품을 이해하고 영감을 받고자 공부하는 자세를 포함, 모든 중심이 무용에 있어야 한다”면서 “상임안무자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무용수들이 맡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하고 있더라. ‘빡세게’ 무용만 하도록 여건을 만들겠다”고 변화를 예고했다.

더불어 “제주 대표 무용단이라면 대우를 받을 만큼 해야 대우 받는다. 성향 상 사적으로는 따뜻하게 대하지만 작품에 들어가면 예민해진다. 나도 아직 무용수로 현장을 뛰는 만큼 무용수가 준비해야 할 제반 요소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만약 ‘퍼포머(performer)’를 무시하는 의견이 있다면 참지 못한다. 나 역시 평생 춤으로만 살아온 인생이라 춤추는 사람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열심히 춤추게 하면서 단원들을 이끌어가겠다”고 공(公)과 사(私)를 엄격히 구분하는 본인의 리더십을 밝혔다.

‘김혜림표’ 한국무용에 대해서는 “일단 전통 색을 버리면 한국무용은 존재 가치가 없다. 전통 요소를 밑바탕에 두고 그것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가 내 임무”라면서 “이제는 다양한 예술과의 협업(Collaboration)이 중요한 시대다. 제주 문화를 그대로 재현하는 건 1차원에 불과하다. 다른 예술과의 멋진 협업으로 제대로 된 제주만의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무용극을 만들 때도 소리 하나, 동작 하나까지 개연성을 부여하는데 신경을 쓴다는 그는 “솔직히 제주에 대해 가식적으로 아는 척 하고 싶지 않다. 당연히 최대한 깊이 알려고 노력하겠지만 도민들 마음에 얼마나 다가갈지는 염려된다. 다만, 약속할 수 있는 건 관객 입장에서 공연이 낭비라는 생각 대신, 작품에 감동받고 마음에 무언가 남는다는 생각이 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열망을 전했다.

도립무용단은 10월 5일과 6일(오후 7시 30분) 창작무용극 <자청비>를 공연할 예정이다. 김 안무자는 “12월 겨울 정기공연부터 내 색깔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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