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만나 인생관이 바뀐 사람. 바로 코코어멍 김란영 교수입니다. 그는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운명처럼 만난 '코코'라는 강아지를 통해 반려동물의 의미를 알게됐답니다. 일상에서 깨닫고 느낀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이야기를 코코어멍이 <제주의소리>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코코어멍 동물愛談] (19) 거미줄처럼 엮인 제주의 도로, 동물들이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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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하귀에서 외도 방향 일주도로변 관전동 정류장 인근에서 구조된 강아지. 뼈란 뼈는 모두 부러진 상태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현재 가족을 찾고 있다. 가족들은 녀석을 알아보시리라.ⓒ 김란영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그동안 차에 치어 숨진 고양이를 묻어준 게 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큰길에서 작은 골목까지 도로가 늘어난 만큼 로드킬(road kill) 당하는 동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다.

주로 평화로를 이용하지만 아쉽게도 그 길은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그다지 평화롭지 않은 길처럼 느껴진다. 로드킬 당한 고양이 대부분을 평화로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길만이 아니다. 많은 제주의 길들은 해안과 중산간을 가로지르며 조잡하고 엉성하게 엮여있다. 우리에게는 단순한 길이지만 동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집인 그곳에 안전지대란 없다.

고양이, 개는 물론이고 노루, 족제비 심지어 까마귀까지 도로 위에 그들의 흔적을 보면 여러 대의 차가 그 위를 무차별적으로 지나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교통사고가 바로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살아있었다면 처절한 고통과 공포 속에서 죽어가게 된다. 만약 사람이었다면 절대 그럴 수 없는 일들이 동물이란 이유만으로 길 위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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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의 수술로 부러진 척추를 고정시키고 있다. 이름을 ‘코난’이라 지었다. 한 때 전 세계 소녀들의 로망이었던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 높은 빌딩에서도 거침없이 뛰어내려 두 다리로 가볍게 착지했던 코난. 그 코난처럼 땅을 딛고 우뚝 서라고 말이다. ⓒ 김란영

사고를 낸 적은 없었지만 로드킬 당한 고양이를 그냥 지나친 적이 있었다. ‘만약 그 고양이가 살아있었다면’하는 기억이 떠오를 때면 지금도 여전히 괴롭다. 그래서 스스로 이를 만회할 요량인지 그 후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길 위에 쓰러진 동물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렇게 시작하여 죽은 동물을 묻어준 게 열 마리가 족히 넘는다. 노루 한 마리, 개 그리고 고양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한번은 내 차 바로 앞 차가 사고를 내어 새끼 고양이가 하늘로 펄쩍 날라 툭 떨어지는 게 아닌가. 아쉽게도 그 차는 그대로 지나쳤다. 다행히 차들이 천천히 지나고 있어 한쪽에 차를 멈추어 따스하고, 조그맣던 새끼 고양이 몸을 안아 올린 적이 있다.

며칠 전에도 차 사고로 도로 위에 그대로 방치된 개 한 마리를 보았다. 그리고 그 곁을 짝꿍 강아지가 지키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숨은 멎고 몸은 굳어가고 있었다. 풀밭으로 옮기니 짝꿍 강아지가 따라와 이미 세상을 떠난 강아지를 핥고 또 핥았다. 아직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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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와 고양이는 집 근처를 배회하거나 가족에게 버려져 떠돌다가 사고를 당하고 있다. 이미 식어버린 몸을 정성스레 핥던 녀석의 눈빛이 한없이 애처롭다. ⓒ 김란영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도로면적 비중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 어쩌면 로드킬은 예견된 일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과속을 부르는 직선으로만 쭉 뻗은 이미 놓인 길만 탓할 수도 없다. 드문드문 보이는 야생동물보호 표지판은 뻥 뚫린 길에 가려져 스쳐 지나기 일쑤다

제주지역에서는 한 해에 로드킬 당한 유기동물 야생동물이 500 마리를 훌쩍 넘기고 있지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관련 조례도 없고 대책도 미진하다. 로드킬을 당한 동물사체를 처리하는 방안만 있을 뿐이다. 사체처리 방안도 법률상 야생동물 사체는 폐기물관리법 제2조 제13항 규정에 따라 생활폐기물로 분류되어 쓰레기와 함께 취급되고 있다.

불필요한 도로 건설은 늘어나 로드킬 당하는 동물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운전자의 방어운전만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어느 누가 로드킬 사고를 내고 싶겠는가! 운전자 역시 고의는 아니지만 생명을 죽였다는 자책감에 괴롭긴 마찬가지다. 또 갑자기 나타난 동물을 피하거나, 이미 방치된 동물을 피하다 2차적인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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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의사 선생님은 다리를 절단하자고 했지만 일단 치료를 먼저 하고 추후에 상황을 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운 좋게도 녀석은 모든 다리로 딛고 일어나 뛰어다니고 있다. ⓒ 김란영

물론 운전자들에게 로드킬 예방을 위한 안내로 과속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야생동물이 많이 다니는 도로에 유도펜스와 생태통로를 설치해 안전한 이동 통로를 만드는 것 또한 필요하다.

몇몇 지역에서는 '야생동물 등의 충돌방지 및 사체처리 등에 관한 조례'에 의해 야생동물의 이동이 잦은 지역에 생태통로 등을 설치하거나 운전자의 충돌주의 및 사체신고 안내판 설치 등 안전대책이 명확하게 명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아직 예방책이 없다.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고 우리의 생명도 보호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정책은 더 이상 안 된다.

이런 저런 이유로 굉장히 혹독한 겨울을 예상하고 있다. 동물의 삶은 인간의 삶과 바로 연결되어 있기에 다른 해 어떤 계절보다 그들에 대한 따스한 보살핌이 절실한 2016년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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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이를 찾아 내려왔는지 이른 아침 중산간 도로에서 발견된 노루. 몸은 이미 뻣뻣하니 꽤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었나 보다. 그 모습이 애달프고 안타까워 한참이나 곁을 지켰다. ⓒ 김란영

참고하세요!

로드킬 당한 동물이 있거나 사고를 냈다면 차를 안전한 곳에 정차한 뒤 동물의 상태를 파악해 살아있다면 꼭 그 동물을 치료해 주시기 바란다. 2차 사고가 발생될 위험이 있어 그대로 방치하고 지나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만약에 그냥 지나치게 되거나 상태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도로공사, 전국야생동물보호협회 등에 신고하시면 된다.

특히 야생동물이 많이 출몰하는 밤 11시에서 3시에는 50km 속도로 달리며 15m 정도 안전거리 확보가 중요하다. 그리고 야간에는 가능하면 중앙선 가까운 차선에서 운전하시기 바란다.

#도로공사 1588-2504
#전국야생동물보호협회 02-496-8230~1 또는 지역번호 +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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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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