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삼 칼럼] 어쩌면 제주관광 질적 전환 호기, 지방정부 지도력 필수...감정적 대응은 금물

중국 정부가 한반도 내 사드 배치에 반발해 한국 관광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제주 경제가 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작년 7월 한반도에 사드 배치 결정이 난 이후, 중국은 한류에 대한 규제, 한국의 비자 발급요건 강화, 한국 항공사 전세기 운항신청 불허, 중국내 롯데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해 왔지만 그 강도나 규모가 위기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2월말 사드 부지가 최종 확정되고 군 당국이 본격적인 사드 기지 건설에 돌입하자 중국은 한국 관광 금지라는 강력한 카드를 빼 들었다. 

최근 몇몇 국내외 연구소들이 사드 배치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해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IBK 경제연구소는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이 본격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최대 148억 달러의 손실을 미쳐 국내총생산(GDP)이 1.07% 포인트 하락할 것이라 전망했다. 위 수치는 상품수출 10%, 관광객 30%, 콘텐츠 20%가 각각 감소할 경우를 전제로 추정한 것이다. 

엔에치(NH) 투자증권도 소비재 수출이 20% 급감하고 중국 관광객이 20% 감소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0.25% 포인트 감소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딧스위스는 중국의 관광금지 조치가 한 해 동안 지속될 경우 한국의 GDP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것은 연간 810만 명 규모인 중국 관광객 중 43.5%(350만 명)를 차지하는 패키지 및 에어텔(항공권과 숙박) 관광객이 감소하는 것을 전제로 한 추정이다. 추정 기관별로 차이가 있으나 이러한 전망치들은 대체로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 분쟁이 벌어졌을 때 일본의 대 중국 수출 감소, 중국의 일본 여행객 감소 상황 등을 참고하여 도출한 것이다. 

작년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 800만 명 중 37.5%인 300만 명이 제주 관광객이었고,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85%가 중국인 관광객이다. 또한 제주는 천혜의 관광지로 제주지역 총생산의 23.9%를 관광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내린 한국 여행 금지 조치의 피해는 어느 곳보다도 제주에 집중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지난 시기 외국인 관광객 감소를 보완한 것은 국내 관광객의 증가였다. 메르스 사태 때도 외국 관광객은 감소했으나 그 빈자리를 국내 관광객 증가로 메꾸면서 외국인 관광객 감소의 충격을 완화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위 경제기관들의 전망처럼 중국의 사드 배치로 인해 국내총생산이 감소할 경우, 국내소비 역시 얼어붙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내국인들의 제주 여행 수요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금지 명령이 내려진 15일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이다..jpg
▲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 금지 명령이 내려진 15일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조치는 제주의 여행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당장 그간 진행되던 제주에 대한 중국 투자가 중단되거나 예정된 계획의 축소, 신규투자의 감소가 예상된다. 지난 몇 년간 제주는 중국인 관광객의 급속한 증가추세와 중국자본의 대량 유입에 힘입어, 건설경기가 호황을 계속했고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했다. 이는 호텔, 콘도미니엄을 비롯한 숙박시설의 과잉으로 이어졌다.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는 음식, 숙박업을 중심으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이나 한계기업들을 부도나 도산으로 내몰게 될 것이다. 관광객의 감소는 중국 자본 유입 감소와 맞물려 건설경기의 급속한 악화로 연결될 것이다. 나아가 관광산업과 건설업에서 증가한 실업은 수요를 위축시키면서 제주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순환을 이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 사드 배치에 따른 관광객 감소가 일시적이고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경우라면 그리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오히려 제주에는 바람직한 충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제주는 넘쳐나는 중국 관광객과 막대한 중국자본 유입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질보다는 관광객 수에 의존하는 저부가가치 여행 산업, 중산간 지역의 난개발과 환경훼손, 부동산 가격 앙등 등이 그것이었다. 만일 사드 배치에 따른 충격이 일시적이라면 오히려 이런 부작용을 치유하는 긍정적인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사드 배치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은 미국 및 한국 정부의 주장과 첨예하게 대립한다. 미국과 한국정부는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목적을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한국과 미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사드 배치의 목적을 대북한용이라기보다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바라본다. 사드 배치에서 기술적 핵심은 미사일 발사를 조기에 탐지하는 초강력 레이더인 'X-band radar'인데, 한반도에 이러한 레이더가 배치되면 중국의 군사정보를 미국이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중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를 자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로 바라본다. 영토분쟁이었던 다오위다오 분쟁과 비교할 때 한반도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녕을 위협할 수 있는 안보문제로서 훨씬 더 중대한 문제이다. 더욱 강력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게다가 양측의 시각차는 대화를 어렵게 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 정부는 상대의 우려를 해소하고 설득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만 주장할 뿐이다. 

이렇게 볼 때, 사드의 한국 배치가 중국의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는 한 상황이 장기화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5월 9일 대통령선거를 앞 둔 현재 시점에서, 유일하고 결정적인 변수는 대선이다. 이후 사드 배치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진 정부가 들어설 것이며, 또한 새 정부가 어느 정도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대중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사태 해결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과 현 한국 정부가 대통령 선거 전에 사드 배치의 속도를 최대로 내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차기 정부가 운신할 폭이 크지 않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번 대선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로 인한 한중간의 긴장을 해소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정부가 들어선다면, 제주의 피해는 최소화되면서 상황은 조기에 종료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드를 둘러싼 한중 관계개선에 실패하고 악화된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필자는 얼마 전(지난 3월 9일) 제주의 어느 방송사 토론에서 특별재난지역(사드로 인한 경제피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선포에 준하는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근거로는 두 가지 점을 들 수 있다. 

첫째, 성격상 이 문제는 제주도 차원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의 외교안보 정책으로 발생한 문제인데, 그 피해가 제주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드의 한국배치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한국 관광 중단지시로 이어졌고, 중국관광객의 37.5%가 여행하는 제주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또한 제주는 산업구조상 전국평균과 비교할 때 여행 산업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경제이다. 게다가 중국자본의 제주 투자 역시 축소 혹은 중단되면서 전체적으로 줄어들어 제주 경제를 한층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일 제주시 바오젠거리의 모습. 중국정부의 한국 여행 금지령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한산한 모습이다. ⓒ 제주의소리.jpg
▲ 지난 6일 제주시 바오젠거리의 모습. 중국정부의 한국 여행 금지령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한산하기만 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둘째는 피해 규모의 문제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사드로 인한 경제의 충격은 제주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연구기관들이 전국 수준에서 사드의 한국배치로 인한 GDP 감소 효과가 최대 1% 포인트 이상이 될 것임을 예측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산업구조를 고려할 때 제주지역총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그 몇 배가 될 것이다. 이것은 제주지방정부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제주 지방정부는 한편에서 피해상황을 신속히 파악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사드의 한국배치가 제주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예측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주도는 이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사드배치가 준 충격을 제주의 관광산업의 질적 전환을 위한 기회로 삼자는 지적들이 있다. 그간 어려울 때마다 단체관광 위주의 저부가가치 여행 산업을 개인관광, 고부가가치 관광으로 전환하자는 주장들이 있어왔지만, 말만 무성했지 별로 진행된 것은 없는게 사실이다. 상황이 좋을 때는 그 상태로 지내는 것에 큰 문제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체질을 개선하자는 주장에 지적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상황이 어려워지면 한계 선상에 있던 기업들이 도산하게 되고, 남은 기업들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변화의 압력에 노출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변화의 적기임은 당연하다. 이러한 질적 전환은 시장에만 맡겨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도 제주도정부의 지도력이 필요하다. 여러 갈래의 논의를 하나로 모아내고, 이를 실행할 인프라 투자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그 자금을 어려운 관광산업의 지원에 모두 쓰기 보다는, 일부를 산업구조전환 기금으로 조성해서 이러한 인프라 투자에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사태를 접근하는 태도와 관련하여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중국의 대응이 감정적이고 과도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우리도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태도는 사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우리의 상황은 주변 강대국들이 민감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 감정에 휩싸이는 것은 일을 그르치는 지름길이다. 더구나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흐름 뒤에는 교묘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감정적 선택을 정당화하거나, 불필요한 정책의 집행 내지는 충분한 준비 없는 정책의 집행에 따른 부작용을 덮기 위해 관심사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냉철하고 현명한 판단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 강영삼 (경제학 박사·전 카이스트 대우교수, yskang62@hanmail.net)


강영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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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고(24회)와 서울대를 거쳐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했다. 한때 KAIST에서 대우교수로 일했다.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연구원 생활도 했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애초 서울대 의대를 다니던 그는 민주화 요구가 분출한 1986년 스스로 대학을 그만두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가 뒤늦게 서울대에서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꿔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중국 경제를 전공한 그는 경제추격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울대학교 이근 교수의 지도 하에 "Performance and Growth of the Largest Firms in China"(중국 대형기업의 성과)라는 제목으로 2008년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2년에는 "Ownership Structure and Firm Performance: Evidence from the Chinese Corporate Reform"("중국 기업개혁을 통해 본 기업지배구조와 성과", 서울대학교 김병연 교수와 공저)라는 제목으로 국제 저명학술지인 China Economic Review (SSCI)에 논문을 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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