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천국 제주] ② 건설호황 틈타 시장 잠식...이젠 '일자리 나눠먹기' 경쟁자로

빠르게 증가해 2018년 현재 1만명을 훌쩍 넘어선 제주도내 불법체류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이들은 지역 노동시장 곳곳에 퍼져 지금은 통제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때로는 강력범죄에 연루돼 지역사회에 '막연한 공포'를 안겨주기도 한다. <제주의소리>는 불법체류자에 의한 사회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어떻게 고착화됐는지, 또 이에 대한 해법이 없는지 네 차례에 걸쳐 다룬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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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들어온 기록은 있으나 나간 기록이 없는, 불법체류자의 수가 1만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에 머무는 불법체류자 대부분이 노동시장을 잠식하고 있음에도 쉽사리 손을 대기 어려운 실정에 이르렀다.

그 이면에는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당국과 지역사회의 방관이 있었다. 불법체류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지 못하기도' 했거니와 '적극 막아서지도' 않았다. 

2010년대 들어 제주는 '광풍'으로까지 표현되는 부동산 활황이 이어졌다. 덩달아 건설경기도 급격한 상승세를 유지했다.

대한건설협회 제주특별자치도회에 따르면 2010년 12월말 기준 도내 종합건설회사 중 협회 회원사에서 신규 수주한 공사 금액은 6290억1300만원, 5년 후인 2015년의 신규 공사 수주액은 1조1250억96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6년에는 사상 최대인 1조2642억5600만원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고공행진이었다.

공공부문 공사도 증가했지만, 무엇보다 민간부문에서 아파트, 연립주택, 도시형 생활주택 등 주거용 건축공사가 급증하며 건설경기를 견인했다.

이는 현장의 인력난을 불러왔다. 이 기간 대부분 건설현장에서는 인부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하소연이 심심찮게 터져나왔다. 도내 건설인력으로는 턱없이 모자라 웃돈을 얹어서 육지부 인력을 모셔와야 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빚어졌다.

이 난제를 해결해 준 것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당장 인력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음지의 브로커들이 알선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가뭄의 단비'였다. 당시는 고용주들도 워낙 아쉬운 상황인지라 불법체류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한 축을 형성한 것이다.  

평화롭던(?) 건설 노동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 중반 이후부터. 건설경기가 눈에 띄게 급락하면서다.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에 따르면 2017년 신규 도급한 공사 수주액은 7333억4200만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1년새 43%나 감소했다. 미분양주택이 크게 늘어나면서 민간부문 건설경기가 크게 위축됐고, 건설 노동현장 역시 꽁꽁 얼어붙었다. 건설경기의 선행지수라 할 수 있는 건축허가 면적도 크게 감소해 경기 회복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맞물려 건설현장의 인력 수요도 급감했다. 노동 인력은 그대로인데 수요가 줄었다면, 일자리 경쟁이 심화할 수 밖에 없다. 

현장 노동자들은 이미 곳곳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노동자 A씨는 "3~4년 전만 하더라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불법체류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이나 처벌이 느슨했다. 신고가 활발하지도 않았다. 가령 현장에 중국인 노동자 10명이 있으면 신고 접수된 5명만 골라서 잡아가는 일도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A씨는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내국인 일자리를 뺏아가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자신들만의 '세력'을 구축해놓고 있어 현장에는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노동자 B씨는 "예전에는 불법체류 노동자들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가 없었지만, 일자리가 급감하자 중국인 노동자들 스스로 임금을 낮춰 일을 찾고 있다. 예전 일당이 15만원이라면 요즘 중국인들은 3만~4만원 정도를 낮춰서 일을 한다"고 말했다.

제주에 불어닥친 '건설경기 광풍'은 유례가 없었다. 사실 지금의 상황도 경기 '하향세'라기 보다는 '안정세'라고 봐도 무방하다. 즉, 일자리가 넘쳐나는 현상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었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김옥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제주지부장은 "출입국청의 단속 인력이 부족해 애를 먹는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지만, 상황이 악화된 것은 불법체류자들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라며 "현재는 제주도민들이 불법체류자들에게 일자리를 다 뺏겨서 외지로 나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제주도라는 지역 특성상 무비자 제도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일거리를 찾아 외지로 쫓겨난 도민들이 돌아오게끔 앞으로도 조직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③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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