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제주본부, P공부방 갑질 내용 공개...설문조사 응답자 95% "갑질 경험"

유명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제주지역의 프랜차이즈 공부방의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교사에게 영업실적을 채우라고 강요하는 것은 물론,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벌금까지 물렸다는 것이 교사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16일 오전 11시 P공부방 제주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직장갑질 119'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접수된 P공부방의 갑질 제보 내용을 발표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P공부방의 문제점에 대해 크게 △회원의 휴회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점 △회원순증, 연도마감, 해외연수매출 등의 이름으로 교사들에게 매출을 강요하고 있는 점 △학생 등굣길에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명부를 작성하고, 이행치 않을 시 벌금을 물리는 점 △할당된 목표를 채우지 못했을 시의 인격적인 모욕감 등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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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16일 오전 P공부방 제주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들은 "P공부방은 회원이 중간에 사정상 그만두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휴회 회원 수만큼 교사가 회원을 추가로 모집하도록 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 결국 교사가 휴회회원의 회비와 교재비를 대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매년 11월이 되면 교사별로 연도마감 매출액이 할당되는데, 적게는 100만원부터 3년 이상 연차가 되면 1000만원 가량의 판매 매출이 주어진다"며 "해당 매출을 추가로 채워야 하는 매년 12월은 교사들에게는 지옥과 같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휴회를 막아내지 못하거나, 연도마감 등의 매출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 새로운 교사를 데려오지 않는 경우에는 어김없이 저녁에 제주지점으로 귀소를 해야 했다"며 "해당 목표를 채울 때 까지 지점장과의 면담은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꼈다는 사례가 다수 제보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P공부방 전현직 교사 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갑질 관련 설문조사 결과가 함께 공개됐다.

조사 결과, P공부방을 운영하면서 매출강요, 연도마감, 회원모집 등을 강요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88명 중 95%인 84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공부방을 운영하며 팀별 벌금제의 적용을 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80명이 '예', 6명이 '아니오'라고 답했다. 벌금을 물게 된 경우는 지점에 출퇴근하지 않았을 경우, 교사 구인광고를 하지 않은 경우, 학생모집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경우, 교사 증원을 하지 못한 경우 등으로 다양했다.

P공부방의 운영이 '공정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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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16일 오전 P공부방 제주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불공정한 계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예상 밖의 휴회 회원을 받아주지 않는 점(89%) △회원이 휴회하더라도 교재를 그대로 사야하는 것 (79%) △계약 내용을 떠나 매출을 강요하는 본사의 갑질 행태 (92%) △개인공부방을 차리는 경우 자발적으로 원하는 학생회원까지 위약금을 물도록 하는 계약 (68%) 등으로 답했다.

이 밖에도 P공부방을 시작하면서 도서 비치 명목으로 300만원 가량의 도서 구매를 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98%가 '그렇다'고 답했고, 위탁계약서 작성 당시 벌금 부과 사실을 고지 받았느냐는 질문에 85%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P공부방 전직 교사의 증언도 나왔다.

A씨는 "교사모집 강요가 심하다. 그로 인해 주임이나 특히 제주도 최고 관리자인 모 이사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모욕도 많이 듣게 된다. 공부방 교사인지 영업 사원인지 구분이 안가는 곳"이라며 "제주지점만의 유별난 운영방식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본사의 묵인 없이는 이렇게까지 제멋대로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주말도 상관없이 출근해서 교사 소개해야 하고, 저녁수업이 끝나서 들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교사모집을 강요하며 증원이 안될 경우 밤에 귀소해 사람 이하의 대우를 받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또 "교사가 수업에 전념하지 못하게 영업 강요와 불필요한 출석 요구 여러가지 힘들게 하는 게 많았다. 교사 교재강매, 매출강요, 회원·교사모집 강요 등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는 결국 아이들의 교육의 질이 하락되는 문제점 발생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그동안 숨죽여왔던 제보가 쏟아지는 것만으로도 갑질의 전성시대에 대한 을들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라며 "갑질 사례 제보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P공부방 정상화를 위한 교사들의 모임에 대한 법률지원과 함께 도내 진보정당 등 연대단위들과 함께 공동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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