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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출신 문학평론가 고명철, 김동현, 김동윤 씨는 12일 북콘서트 ‘세 남자의 책수다-화산도를 말하다’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김석범 대하소설 《화산도》 연구서 저자 3명 북콘서트...“4.3 너머 제국주의 통찰”

제주출신 문학평론가 고명철, 김동현, 김동윤 씨는 12일 오후 6시 제주문학의 집에서 북콘서트 ‘세 남자의 책수다-화산도를 말하다’를 개최했다. 

출판사 보고사와 제주문학의 집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세 사람이 최근 펴낸 제주4.3 소설 《화산도》 연구서 《제주, 화산도를 말하다》(도서출판 보고서)를 조명하기 위한 자리다.

올해로 93세인 재일교포 김석범 작가가 쓴 대하소설 《화산도》는 4.3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인 1948년 2월 말부터 1949년 6월까지 제주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4.3의 배경인 제주 뿐만 아니라, 서울·목포·일본 오사카·교토·도쿄 등 다양한 공간을 옮겨가며 격동적인 시대 상황을 보여준다. 번역은 김환기 씨가 맡았으며, 총 12권에 달한다.

1988년 실천문학사 판으로 일부 번역본이 나온 이후, 지난 2015년 10월 보고사가 전권 번역판을 선보이면서 《화산도》는 제주뿐만 아니라 국내 문학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세 사람 역시 보고사 판이 나오면서 각자 《화산도》를 탐독하기 시작했고, 관련한 논문을 책으로 엮어내기에 이른다. 광운대에서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고명철 씨는 “《화산도》는 김석범 선생이 우리들에게 오래 전부터 보내온 신호다. 이제야 도달한 신호음을 제주에 사는 후배들이 늦게나마 반응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 이번 작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계기를 밝혔다.

“비극적인 한국 현대사가 일본어로 쓰여진 《화산도》는 세계 문학사에서 유례없는 존재”
- 오카모토 아쓰시 도쿄 이와나미서점 대표이사

“《화산도》 전권 한국어 번역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시대와 동아시아에 있어 최대의 문화 사업”
- 우카이 사토시 히토쓰바시 대학교(一橋大) 교수

소설을 먼저 읽은 일본에서는 이미 《화산도》의 가치를 높게 인정하고 있다. 김석범 작가가 지난 1983년 아사히신문 오사라기 지로(大佛次郞) 상, 1998년 마이니치(每日) 예술상을 수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주, 화산도를 말하다》 저자들은 《화산도》가 4.3 당시 상황을 흑백 필름처럼 복원하는 게 아닌, 정치적인 상상력을 더해 재현했다고 분석했다. 그 상상력은 4.3이 단순히 제주 지역문제가 아닌 동아시아와 전 세계 역학구도의 문제에서 벌어졌다는 것. 특히 ‘화산도가 그렇게 대단하냐’는 질문에 대해 시대와 공간을 너머선 문제의식을 강조했다.

제주대에서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동윤 씨는 “소설 전반에 걸쳐서 김석범 선생은 왜 패전국인 일본이 분단되지 않고, 우리가 분단돼야 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다. 이는 일본·미국제국주의의 탐욕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며 “4.3당시 발생한 봉기와 남한 단독선거 반대, 통일정부 수립에 대한 강렬한 요구가 잘 꿰어져 있고, 어떻게 하면 도민 희생이 줄어들 순 없는지 깊은 고민이 느껴질 만큼 인간애와 평화 지향 정신이 전체에 녹아있다. 특히 바다라는 공간은 지금껏 4.3관련 문학에서 토벌, 수장의 장소로 여겨지는데 《화산도》는 친일세력 처단과 희망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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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고명철, 김동현, 김동윤 문학평론가. ⓒ제주의소리

고명철 씨는 “한국전쟁 이후 지금껏 한국문학계를 짓눌렀던 구라파(유럽)·미국 문학, 세계 문학이라는 콤플렉스를 해체시키는 힘을 《화산도》에서 느꼈다”고 호평했다.

이들은 12권 분량의 대하소설 《화산도》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특징으로 ▲작품에 등장하는 제주 전통음식, 술(김동윤) ▲작품 속 옛 제주시 원도심 공간(김동현) ▲인물들 간의 열정적인 사랑(고명철)을 꼽았다.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에서 특별연구원으로 있는 김동현 씨는 “앞으로 제주출신 문학평론가라면 과연 김석범을 빼놓고 평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우리 세 명이 소박한 의미에서 책을 냈지만 앞으로 각자 위치에서 《화산도》를 더 많이 연구하겠다”며 “《화산도》가 제주에서 더 많이 읽혀지길 바란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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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고명철, 김동현, 김동윤 씨. 이들은《화산도》가 제주에서 더 많이 읽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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