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민 서장, 학교폭력 예방교육 참석차 퇴청...SNS에선 "집나간 서장 찾습니다" 풍자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오충진 제주도의회 의장이 구럼비 발파를 위한 화약류 신청 승인권을 가진 서귀포경찰서를 전격 방문했다.

같은 시각 서귀포경찰서장은 사전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비우면서 지사와 의장 모두 서장이 없는 사무실에서 기다리다 전화 연결 후 복귀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우 지사는 5일 오후 1시 제주도청에서 해군기지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후 2시43분께 사전예고 없이 서귀포경찰서를 방문했다. 4분 후에는 오 의장이 청사에 들어섰다.

경찰서에 들어선 우 지사는 기자들을 향해 "구럼비 발파도 물어보고 해군기지 문제로 수고가 많은 서귀포경찰서 직원들도 격려할 겸 방문했다"며 서둘러 서장실로 향했다.

 공교롭게도 이동민 서귀포경찰서장은 우 지사가 도착하기 13분 전인 2시30분께 경찰서를 빠져 나갔다. 성산중에서 열리는 학교폭력 예방교육 강의 참석을 위해서다.

▲ 이동민 서귀포경찰서장이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경찰서 방문 10여분 전에 사전에 잡힌 일정이 있다며 경찰서를 빠져 나가고 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이 서장은 "사전에 (도지사)방문 얘기를 듣지 못했다. 성산중 학교폭력 교육이 예정돼 있어서 그곳으로 가고 있다"며 관용차량을 타고 경찰서를 빠져 나갔다.

김형근 경무과장과 최종윤 정보보안과장의 안내를 받은 우 지사와 오 의장은 서장실에서 25분가량 대화를 나눈 후 경찰서를 나섰다.

우 지사는 서장실에 머물면서 이 서장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에서 우 지사는 구럼비 발파 허가 신청여부를 묻고 법과 절차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장실에서 나온 우 지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무과장과 정보과장을 만나고 이 서장과도 전화를 통화했다"고 설명했다.

우 지사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해 관계기관과 기자회견 한 내용을 잘 숙지해서 해군기지 문제를 잘 처리하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김방훈 제주도 기획관리실장과 함께 서귀포경찰서를 방문하고 있다. 오른쪽 김형근 경무과장이 서장을 대신해 인사를 나눴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서귀포경찰서장이 없는 텅 빈 사무실에 우근민 제주도지사(오른쪽)와 오충진 제주도의회 의장(가운데)이 멋쩍은 미소로 서귀포경찰서 경무과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이어 "구럼비 해안에 대한 발파 신청에 대해서도 피해가 없도록 법령 등을 철저하게 검토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도지사와 의장이 일부러 찾아온 만큼 법령을 철저히 검토하고 착오가 없도록 더 신중하게 해보겠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우 지사는 또 "해군기지 재검토가 아니라 검증이 우선이다. 도민들도 검증후 수용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이제는 도민들이 민군복합형에 대한 생각이 있는 만큼 검증을 통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오충진 의장은 "서장을 만나지 못했지만 전화통화로 법령에 따라 해 나가겠다는 의견을 전달 받았다"면서 짧은 답변을 건넨 후 서둘러 의회로 향했다.

이날 우 지사와 오 의장의 경찰 방문 소식은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SNS상에서 빠른 시간에 퍼져나갔다.

서귀포경찰서장이 자리를 비운 소식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누리꾼은 "집나간 경찰서장을 찾는다"면서 서귀포서장이 일부러 자리를 비운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 15분간 서귀포경찰서장 사무실에 머문 오충진 제주도의회 의장이 서장과의 전화통화 후 경찰서를 빠져나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오 의장은 이와관련 서귀포경찰서를 방문하다 돌아오는 길에 <제주의 소리>와 전화 통화에서 "처음엔 우 지사가 제주청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자리에 없다길래 내가 '관할이 서귀포경찰서이므로 그쪽으로 가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제주도정과 의정의 최고 책임자는 제주경찰의 수장도, 일선 경찰서장 누구와도 만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성산중 특강에 참석한 서귀포서 관계자는 "오늘 서장님 특강은 오후 3시30분부터 4시10분까지로, 며칠전에 이미 잡혀있던 일정"이라고 우 지사와의 면담을 피한게 아님을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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