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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도두 노천탕 물줄기 끊기고 월대천도 수위 급감...기록적 폭염·가뭄에 '물 민원' 속출

제주시 도두동을 지나니 마을 사이를 가로지르던 물길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평소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물줄기가 이어졌지만 올해는 좀처럼 흐르는 물을 볼 수가 없다.

물길을 따라 노천탕 안으로 들어서자 탕 안으로 물을 쏟아내야 할 수로가 빠짝 말라 있었다. 바닥은 속살을 훤히 드러냈고 제때 흐르지 못한 물은 고여 있었다.

마을을 관통하는 제주시 외도동의 월대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던 곳이지만 올해는 물줄기가 점차 약해지더니 결국 하천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수심이 매우 깊으니 조심하라'는 안내문이 무색할 정도로 수위는 크게 낮아졌다. 상류에는 물이 흐르지 못하면서 고인물이 방치돼 녹조현상까지 발생했다.

최근 용천수가 자취를 감추면서 마을 곳곳에서 ‘물’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가뭄까지 더해지고 있지만 용천수 감소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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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두동 주민은 “과거에는 노천탕에 물이 가득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물줄기가 사라졌다”며 “해안의 또 다른 용천수는 그나마 물이 솟아 다행히 오래물은 끊기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천수는 한라산 땅속으로 스며든 지하수가 해안가 지표면에서 다시 솟아오르는 물이다. 1970년도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 도민들은 용천수를 식수원으로 사용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용천수는 총 1025곳이다. 용출량은 하루 기준 125.9만t 가량이다. 이중 270곳은 개발사업으로 매립되거나 멸실됐다. 94곳은 위치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제주시 가락쿳물과 선반물, 애월읍 고성리 종남이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오르코미물 등 용천수의 경우 주변 개발로 흔적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매립 등으로 사라진 364곳을 제외하면 현재 존재하는 용천수는 661곳에 불과하다. 지역별로는 제주시 395곳, 서귀포시 266곳이다. 읍면지역별로는 애월읍이 84곳으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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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용출량 중 58%인 72.5만t은 상수원과 생활용수, 농업용수로 사용된다. 1953년 금산수원을 시작으로 현재 용천수 상수원은 30여곳으로 늘었다. 1일 용출량은 13.2만t이다.

수원지 개발로 상수도 공급이 보편화 됐지만 인구 증가와 각종 난개발로 상당수 용천수는 자취를 감췄다. 관정개발도 곳곳에서 계속되면서 수량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도내 전체 지하수 매장량을 연간 16억7600만t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간 지하수 이용 가능량은 176.8만t이다. 이중 취수허가량은 156.3만t이다.

2016년말 현재 도내 지하수 취수공은 생활용이 1444곳, 농업용 3261곳, 공업용 153곳, 먹는샘물 제조용(음료제조용 포함) 7곳 등 모두 4865곳에 달한다.

제주도는 지하수 사용량이 늘고 도시면적 증가로 빗물의 지하침투가 계속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배수개선사업과 비닐하우스, 골프장 등 각종 시설물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땅으로 스며들어야 할 물들이 각종 개발로 우수관과 하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면서 지하수 수위도 점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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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7월23~28일 지하수 기준수위 관측정 20곳을 조사한 결과 수위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평균 3.9m나 낮아졌다. 최대 14.3m 차이를 보이는 곳도 있었다.

박원배 제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가뭄으로 용천수 감소를 얘기하지만 이미 장기적으로 땅으로 유입되는 물이 줄었고 반대로 지하수 사용량은 계속 늘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각종 개발로 용천수가 멸실되거나 훼손되는 등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며 “제도적 뒷받침은 물론 자연‧문화적 가치를 주민 스스로 보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용천수의 효율적 활용과 관리를 위해 2014년 11월 제주특별자치도 용천수 활용 및 보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제주도는 “용천수 보전조례에 따라 지난해 말 용천수 관리계획을 처음 수립했다”며 “올해부터 2026년까지 10년간 용천수를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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